하나님은 누구의 편에 서 계신가.
억울하게 죽은 스물한 살의 젊은 병사 채수근 상병인가, 아니면 청탁과 구명로비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권력자 목사들인가. 시간이 지나도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채상병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되며, 한국 보수 개신교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껏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까지 정권을 가리지 않고 ‘권력자를 위한 기도’를 해온 이들. 그들은 스스로를 의로운 사명자로 여길지 모르지만 피해자의 편이 아닌 권력자의 곁에서만 하나님을 언급해온 그 기도는 더 이상 예배가 아니다. 그것은 거래였다. 하나님을 담보로 한 정치적 협상이다.
진일교 목사는 페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김장환 목사는 우리 교단(기독교한국침례회) 내 언터쳐블이다. 과거 그를 내세워 이단시비를 방어하던 이들이 이제는 그 이름조차 부끄러워한다.”
진 목사는 그가 전두환을 ‘각하’로 호칭하며 만찬을 벌였던 일을 떠올리며 “역사의식 없이 5.18을 조롱한 행동이며, 사과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며 통렬히 비판한다. 무엇보다, 채상병에 대한 어떤 기도도 하지 않던 그가, 특검 수사 대상인 임성근 전 사단장을 위해 기도하며 “왜 아멘이 없냐”며 성도들을 닦달하는 설교는 자기합리화의 전형이었다고 꼬집는다.
기도의 방향은 언제나 위쪽이었다. 아래를 향한 기도는 없었다.
김동일 목사는 이러한 행태를 ‘메시아 신드롬’이라고 진단한다.
“스스로를 구원자인 줄 아는 자들, 자신이 나서면 안 될 일이 없다고 믿는 자들, 불법의 경로일수록 더 짜릿하게 여기는 자들, 그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권력을 세탁하는 영적 혼합주의자들이다.”
그는 김 목사를 “50년간 모든 정권의 그림자 속에 있었던 자”라고 비판한다. 빌리 그래함 통역을 계기로 급부상한 뒤 권력과 깊게 결탁했던 그의 삶은 “한국교회의 수치”라는 것이다.
“그가 믿는 예수는 내가 아는 예수가 아니다.”
강경민 목사의 탄식은 이 사태를 신학의 차원이 아니라 믿음의 진실성 문제로 옮겨놓는다.
“나는 지금까지 그 차이를 신학이나 문화의 다양성으로 이해하려 애썼다. 그러나 특검 수사에 대한 그의 반응을 보며 더 이상 예수의 제자다운 면모를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믿는 예수는 내가 만난 예수님과는 다른 분이구나.”
강 목사는 이제 한국교회 개혁의 희망을 목사들에게 두지 않는다. “마지막 보루는 성도들”이라며, 젊은 성도들이 일어날 때에야 여명이 밝아올 것이라 말했다.
이진오 목사는 더욱 노골적이다.
“김장환, 이영훈 목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교 탄압이라면, 신천지나 통일교 압수수색도 종교 탄압이다. 싸우다 닮는다더니, 요즘 기독교와 이단 사이비가 한통속 같다.”
종교의 탈을 쓴 권력 숭배자들이 스스로를 박해받는 자로 포장하는 역설적 현실이다.
이번 사태는 김장환, 이영훈 목사의 문제만 아니다.
그들를 언터쳐블로 만든 교단, 그의 방송에 기생해온 목회자들, 그의 이름을 이용해 교회 성장의 면죄부를 얻어온 이들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나님은 억울하게 죽은 병사와 그의 부모의 편에 서 계신가? 아니면 권력과 결탁한 채 기도의 이름으로 침묵과 변명을 일삼는 자들의 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