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장환·이영훈 목사의 해명에도 남는 의구심... 채해병의 죽음 앞에서 교회는 어디에 있었는가

▲ 김장환 목사가 지난 정권 때 김건희·윤석열씨를 만나 함께 찍은 사진 @ 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 김장환 목사가 지난 정권 때 김건희·윤석열씨를 만나 함께 찍은 사진 @ 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채해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이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두 사람은 각각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장환 목사는 지난 20일 원천안디옥교회 주일예배 설교에서 "사단장을 살려주라고 그랬으면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나는 기도해준 죄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영훈 목사 또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채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관계 기관이나 공직자에게 청탁 등 어떠한 언급도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억울할 수 있다. 목사가 누군가의 기도 요청을 받고 기도해주는 일은 목회자의 본연의 사역이다. 그 상대가 중범죄자라고 해도 그 자체로 법적·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만일 실제로 공직자에게 어떠한 청탁이나 언급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압수수색을 당했다면, 이는 '표적 수사'나 '종교 탄압'처럼 느껴질 수 있다. 더욱이 두 사람은 보수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원로이자 초대형 교회의 담임목사가 아닌가.

실제로 일부 교계 언론과 단체는 '종교 탄압'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마저 20일 "엄중하게 보고 있다. 이 사건이 천주교나 불교계 인사였다면 어땠을까"라며 수사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0일 방송된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김장환 목사는 채해병 순직 이후 임성근 전 사단장이 수사 대상에 오르자 조태용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실장에게 전화하기 전, 일선 부대 군종 목사들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아울러 김 목사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격노'했던 날인 2023년 7월 31일에도 친윤계 핵심 인사 이철규 의원과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검은 김 목사가 윤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고석 변호사(윤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 전 군사고등법원장)와 만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채해병 순직 이후 김장환 목사에게 위로 전화를 받고 기도도 받았다고 이미 진술한 바 있다.

▲이영훈 목사와 면담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난 2021년 10월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이영훈 목사를 만나 면담하는 중이다. @ 유튜브 '윤석열 채널' 영상 갈무리
▲이영훈 목사와 면담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난 2021년 10월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이영훈 목사를 만나 면담하는 중이다. @ 유튜브 '윤석열 채널' 영상 갈무리

 이영훈 목사도 관련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임 전 사단장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부인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훈 목사는 지난 2021년 9월 조용기 목사 장례식장에서 김장환·오정현·김삼환 목사 등과 함께 윤석열 당시 대선 예비후보에게 안수기도를 했다. 손바닥 '왕(王)'자 논란이 있었던 그해 10월 10일, 윤 후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이영훈 목사와 별도 면담도 했다.

특검은 2023년 채해병 순직 사건 이후 임 전 사단장 부부가 군종 목사 등과 연락한 뒤 최종적으로 이영훈 목사에게 구명을 부탁했다고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주요 시점마다 관련자들 간에 통화와 접촉이 있었고, 그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했다. 또 "임성근 전 사단장과 그 주변 인물에서 시작해,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 주변 인물로까지 구명 로비가 연결된 정황이 복수 경로에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아무런 단서나 정황도 없이 특검이 개신교계 거물 두 명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감행했을 리 없다. 더구나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로 미뤄 최소한의 소명이 법리적으로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9일은 채해병이 순직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특검의 수사는 개신교계 주요 인사들이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들이 한 병사의 억울한 죽음에 공감하거나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태기보다는, 되레 핵심 피의자를 비호하고 구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예수께서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마태복음 25:45)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마치 자신처럼 돌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두 목사는 권력자와의 친분 쌓기에 급급하며, 한 무고한 해병의 죽음에 대해선 무관심하거나 침묵하였다. 이는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행보다. 이제, 그 책임과 대가를 묻는 과정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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