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손가락 군대’ 여론조작 보도…2012년 십알단과의 구조적 유사성
대선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댓글공작팀’에 의한 조직적 여론 조작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1년 오륜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한 ‘십알단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는 지난 28일 극우적 성격의 온라인 조직이 정부 옹호 및 야당 비방을 목적으로 한 조직적 여론 조작 활동을 벌이고 있었고, 이들은 스스로를 ‘손가락 군대’라고 지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해당 조직이 수백 개의 시민단체 명의를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일정한 교육과 지침 하에 기사 댓글 작성, 유튜브 영상 시청 유도, SNS 확산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는 이를 ‘작전’이라고 부르며, 특정 기사나 이슈에 대한 단체 반응이 기획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활동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제가 되었던 ‘십알단’ 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2년 '십알단'의 조직적 활동
‘십자군 알바단’, 줄여서 ‘십알단’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하반기, 온라인 공간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조직된 일종의 정치 선전팀이다.
서울 오륜교회 소속 청년부가 주축이었으며, ‘기독청년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생과 청년층 신자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각자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하루 수십 건의 트윗과 리트윗을 반복하며 온라인 여론 형성에 참여했다.
활동은 단순히 자발적 메시지 공유 수준이 아니었다. 운영진이 사전에 작성한 메시지를 단톡방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전달하면, 참여자들은 이를 그대로 복사해 트위터에 올렸다. 특정 시간에 맞춰 일제히 같은 해시태그(#문재인OUT, #박근혜지지 등)를 달고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도 사용됐다. 트위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실시간 트렌드에 특정 메시지를 노출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당시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오륜교회가 십알단의 기반이라는 점과, 교회 차원에서의 조직 운영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언론들은 “십알단은 박근혜 후보의 연설, 일정, 메시지를 요약해 트위터에서 공유했고,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짧은 문구나 패러디 이미지를 함께 유포했다”며 “일부 참여자는 수십 개의 계정을 운용하며 사실상 매크로 수준의 활동을 벌였고, 이를 통해 박근혜 후보의 지지 여론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십알단 측은 ‘기독교 가치 수호’를 위한 자발적 활동이라 주장했고, 선관위나 검찰의 별다른 수사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십알단은 처벌 없이 해산됐고,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방식의 온라인 선거 개입이 반복되는 계기가 되었다.
‘복음전파’가 ‘공산당 척결’로 이어져
2025년 손가락 군대의 활동 방식은 십알단 사건을 연상시킨다.
지지자들의 개인적인 의견 표출을 넘어, 누군가의 기획과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적 구조가 뚜렷하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교육을 받고, 대상 기사를 공유하며, ‘작전’ 대상에 따라 움직인다.
과거 십알단이 ‘복음 전파’라는 명분을 내세웠다면, 손가락 군대는 ‘공산당 척결’이나 ‘나라 살리기’ 같은 정치적 구호를 내건다. 활동의 핵심은 다르지 않다. 목표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고, 그 반대편을 공격하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플랫폼만 달라졌을 뿐, 기본 구조는 거의 같다. 2012년이 트위터의 전성기였다면, 2025년은 유튜브, 커뮤니티 댓글, 뉴스 기사 하단의 공간이 새로운 전장이 됐다”며 “이들은 영상 시청을 유도하고, 댓글 창에 조직적으로 진입해 분위기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전문성과 체계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십알단보다 더 정교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교단체 내부의 자발적 결집이었던 과거와 달리, 손가락 군대는 시민단체 명의를 조직적으로 차용하고 있고, 유튜브 채널이나 일부 보수 매체와도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복합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십알단 사건 이후에도 국정원 댓글 사건(2013), 군 사이버사령부 여론 공작(2014) 등 국가기관에 의한 여론 개입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제도적 대책은 부분적으로 시행됐을 뿐, 여론조작의 기반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번 뉴스타파의 보도는 과거의 구조가 형태만 바뀐 채 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여론 공간은 더욱 복잡해졌고, 개입 방식은 더 정교해졌지만, 목적과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교회가 중심이 된 ‘십알단’ 사건이 그 발단이었다는 점은 우리를 더욱 가슴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