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보복인가, 연방 권력의 오남용인가?

2025년 5월 9일, 뉴저지 뉴어크의 라스 바라카(Ras Baraka) 시장이 ICE 이민 구금시설 델라니 홀(Delaney Hall) 앞에서 연방 요원에 의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뉴저지 연방의원들과 함께 이 시설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고, ICE는 이들의 출입을 차단한 채 체포까지 감행했다.

체포 후 바라카 시장은 “나는 시민의 안전과 도시의 법을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이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민간 구금시설의 불법 운영을 고발하고 시의 행정권을 지키기 위한 공적 행위였던 것이다.

뉴어크 vs GEO Group, 법적 갈등의 본질

뉴어크 시는 GEO Group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 이유는 델라니 홀이 시의 건축 및 안전 규정을 무시한 채 리노베이션과 운영을 강행했다는 데 있다. 시는 해당 시설이 정식 건축 허가 및 점유 인증서를 발급받지 않았으며, 안전 검사 요청에 대해 GEO Group이 시 검사관의 출입조차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GEO Group 측은 자신들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의 계약에 따라 운영 중이므로, 시의 허가나 규제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즉, “우리는 연방정부를 대리하는 것이므로 지방정부의 법은 무시해도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뉴어크 시의 주장은 다르다. GEO는 어디까지나 민간 기업이며, ICE와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연방정부의 면책 특권을 자동적으로 부여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안전·건축 규정은 헌법상 인정된 고유 권한이며, 이는 미국 수정헌법 제10조에 명시된 경찰권(police powers)의 정수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무책임한 정책 집행의 민낯

트럼프 행정부는 두 번째 임기 초부터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 델라니 홀 재개장도 그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문제는 절차와 책임 없는 성급한 집행에 있다. ICE와 GEO는 지역 사회와의 협의 없이 시설을 열고, 기본적인 공공 안전 절차를 무시했다.

결국, 이러한 준비 없는 행정과 무책임한 연방 권력의 남용은 바라카 시장의 체포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이는 마치 “선무당이 사람 잡고, 진짜 의사는 끌려가는” 상황을 연상케 한다. 연방정부가 자처한 선무당의 굿판에, 공공의 안전을 지키려는 시장이 희생된 꼴이다.

이번 델라니 홀 사태는 단순한 행정 충돌을 넘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일관되게 보여온 연방 중심주의와 지방정부 경시 행태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트럼프는 첫 임기부터 이른바 ‘불법이민자 보호도시(Sanctuary Cities)’에 대해 연방 보조금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며, 뉴욕·캘리포니아·뉴저지 등 주요 도시들의 자치권을 정면으로 부정해왔다. 이는 연방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트럼프는 이후에도 지방정부를 연방 이민 단속의 하부기관처럼 취급하는 방식의 행정을 고수했다.

이와 같은 행보는 연방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반대하는 주·도시를 정치적 탄압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으로 이어졌으며, 이번 델라니 홀 사태도 그러한 맥락 속에서 읽히고 있다.

만약 GEO가 면책된다면, 누가 시설의 안전을 보장하는가?

만약 법원이 GEO Group의 주장을 받아들여 연방 계약에 따른 면책을 인정한다면, 지역 정부는 사실상 도시 내 시설의 안전을 확인할 권한을 상실하게 된다. 문제는, GEO Group이 연방과 계약을 맺었다 해도 연방 정부 자체가 건물을 소유하거나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해당 시설의 건축 안전, 소방 설비, 의료 위생 상태는 누가 점검하는가? ICE는 자체 기준(Performance-Based National Detention Standards / PBNDS)을 운영하지만 이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행정지침일 뿐이며, 그마저도 내부 보고서와 시민 단체에 의해 지속적으로 미준수 상태가 지적되어 왔다.

OSHA와 같은 연방 기관도 직원에 대한 안전만을 관리할 뿐, 구금자나 시민에 대한 직접적인 안전 규제를 담당하지 않는다. 즉, GEO가 지역 법을 무시하는 동시에 연방 감독도 부실하다면, 이는 사각지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치적 보복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주에서 형사 유죄 판결과 수억 달러대의 민사 벌금을 선고받았으며, 이는 모두 뉴욕주 지방검찰과 법무장관의 수사와 기소로부터 비롯되었다. 

최근 뉴어크 시 또한 델라니 홀 구금시설 재개장과 운영을 둘러싼 연방 정부와의 충돌을 통해 강력히 반기를 들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민자 옹호시인 뉴어크에 동부 최대 규모의 ICE 구금시설을 설치하고, 지역 당국의 법을 무시한 채 연방 권력으로 밀어붙이는 행위는 단순한 이민 정책이 아닌, 정치적 상징이자 보복의 성격을 띤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향후 쟁점과 전망

현재 이 소송은 연방 법원에서 계류 중이며, 뉴어크 시는 임시 금지명령(injunction)을 통해 시설 운영을 중단시킬 것을 요청한 상태다. 반면 GEO Group은 소송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소송의 결과는 단지 한 도시의 행정 분쟁을 넘어, 지방 정부가 연방 계약 시설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규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례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연방 계약이라는 명목 아래 민간 기업이 지역 법을 무시해도 되는가?”

“그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안전과 생명이 침해되어도 괜찮은가?”

이 소송의 결과는 단지 한 도시의 행정 분쟁을 넘어, 지방 정부가 연방 계약 시설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규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례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향후 이민정책뿐 아니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 재정립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지 법정에서 내려지는 판결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감시와 연대, 그리고 지방정부의 단호한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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