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미국 사회보장국(SSA)이 수천 명의 이민자들을 ‘사망자’로 분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국 이민자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보일 수도 있는 이 사건은, 실제로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추진한 의도적인 정책 조치의 일환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이 조치로 인해 사회보장번호(SSN)가 말소된 이민자들은 은행 계좌가 정지되고, 고용이 거부되며, 각종 이민 절차가 중단될 수 있는 생존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진출국’ 전략

이번 조치는 사회보장국이 이민자의 정보를 사망자 명단(Death Master File), 또는 새롭게 명명된 ‘부적격자 파일’(Ineligible Master File)에 등록하면서 시작되었다. 

여기에 이름이 올라가면 해당 이민자의 사회보장번호는 즉시 무효 처리되고, 이 번호를 기준으로 작동하는 연방 및 주정부 시스템 전반에서 해당 인물은 ‘사망자’로 인식된다.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은 대부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도주의적 사유로 입국을 허가받았거나, CBP One 앱을 통해 합법적으로 입국한 이민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불법 체류 요인 자체를 제거하고 자진 출국을 유도하는 행정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시민단체와 변호사 단체들은 이 정책을 두고 “공식적인 추방 절차조차 없이 사람을 제도적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디지털 살인(Digital Murder)”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사회보장국과 국토안보부(DHS)는 양해각서(MOU)를 통해 이민자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HS는 특정 이민자 명단을 SSA에 전달했으며, SSA는 별도의 통보나 이의 제기 기회 없이 해당 인물들을 사망자로 처리했다. 

정부는 이 명단에 범죄 이력이나 국가안보상 위협이 있는 이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그 구체적인 근거나 행정 절차는 공개된 바 없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6,300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로 등록되었고, 이로 인해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직접적인 피해 사례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조치로 인해 일부 이민자들은 사회보장번호가 무효 처리되면서 고용주가 E-Verify 시스템상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합법적인 취업허가(EAD)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은행 계좌 접근이 차단되거나 급여가 입금되지 않고 자동이체가 중단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운전면허 갱신이나 아이의 학교 등록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정 서비스에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민 관련 서류 신청 시 SSA 기록 불일치로 인해 영주권이나 난민 신청이 보류되거나 거부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금 신고와 건강보험 혜택 역시 차단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불러올 파장은 단순 행정상의 문제를 넘어선다.

법적·윤리적 문제

이러한 조치는 여러 법적·윤리적 기준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 헌법 제5조에서 보장하는 적법 절차 원칙(Due Process)을 무시하고 개인의 신분에 중대한 변화를 가하면서도 통지나 소명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 

또한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에 따라 연방기관이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공청회나 여론수렴 등 공개적인 절차와 설명을 하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번 조치는 공청회나 설명 절차 없이 비공개로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법적 하자가 제기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Privacy Act)에 따라 정부기관이 개인 정보를 수정하거나 제3자와 공유할 경우 당사자에게 고지하고 정정 기회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인 모르게 기록을 ‘사망’으로 변경하고 다른 정부기관과 공유한 것은 명백한 위법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이민법(INA)이 보장하는 합법 체류자격이나 체류 연장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침해했을 수 있으며, 특정 인종이나 출신국가에 속한 이민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 민권법 제6조의 차별금지 조항 위반까지도 성립될 수 있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개인은 SSA 기록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사망자로 잘못 등록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어책이다. 

만약 잘못 등록되었다면, 취업허가나 영주권 신청 등의 행정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SSA 기록을 반드시 정정해야 한다. 

체포로 인해 유죄판결이 있는 분이나 추방명령을 받은 분들은 특히 사회보장국이나 차량국(DMV) 등을 방문할 때는 혼자 가지 말고, 가능한 한 변호사의 조언을 받고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 고용주, 학교 등에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본인의 신분, 범죄기록 등 반증할 수 있는 문서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사망자로 등록된 상태에서는 공항이나 국내선 항공편 탑승 시 TSA나 국경세관보호국(CBP)으로부터 신분 확인을 요구받을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국내 이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 혼자 대응하려 하지 말고 교회, 커뮤니티 센터, 시민단체와 협력하여 공동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민자를 ‘죽은 자’로 만들고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또 다른 형태의 추방 정책을 목격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오류나 정책 집행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조치이다.

특히 연방공무원 감축으로 인해 업무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어와 정보 접근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한국어 사용 이민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불안에 떠는 이웃을 돕고, 공동체가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커뮤니티가 함께 해야한다. 

또한 한인커뮤니티는 헌법이나 법률위반 가능성이 있는 반이민정책에 제동을 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연방소송임을 이해하고, 이민커뮤니티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해 오고 있는 ACLU 등 인권, 이민옹호 단체와 한인단체에 기부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최영수 변호사 /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법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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