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IS 기록 종료와 형사 사건, 정치적 표현이 가져올 수 있는 이민 리스크
미국에서 유학 중인 많은 학생들에게 "신분 유지"는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전공과도 같다.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하고, 실험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졸업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에도, F-1 비자 유학생들은 자신의 체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법적 의무를 항상 충족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의무는 단순한 학업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현실은 학업을 벗어난 삶의 영역, 예기치 않은 사고나 표현의 자유까지도, 그 경계를 침범하면 곧바로 SEVIS 기록 종료 혹은 비자 취소, 나아가 추방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민관련 문제에 대해 미국 내 유학생들이 반드시 이해하고 주의해야 할 SEVIS 시스템의 작동 방식, 형사 사건이 미치는 파장, 그리고 최근 사회적으로 민감한 정치적 표현 및 활동의 이민법적 리스크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SEVIS 시스템과 F-1 신분유지의 조건
F-1 유학생의 체류는 단지 비자가 유효하다고 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유학생은 SEVIS(Student and Exchange Visitor Information System)라는 전산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며, 이 시스템에서 'active'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곧 합법적인 신분 유지의 핵심이다.
SEVIS 상의 'active'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풀타임 등록을 계속해야 한다.
학부생의 경우 보통 최소 12학점, 대학원생은 학교가 정한 기준 이상의 수업을 이수해야 하며,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DSO(국제학생 담당자)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은 허가된 근로만 가능하며, 무단으로 일하거나 외부에서 돈을 버는 행위는 즉시 신분 종료 사유가 된다.
여권과 I-20는 항상 유효해야 하며, 전공이나 재정 상황, 주소 등 중요한 정보가 바뀔 경우 즉시 학교에 보고해야 한다.
그 외에도 무단 휴학, 중도 포기, 학교에서의 징계 등은 모두 체류 신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DSO의 권고에 따라 자진 출국한 경우에도, 새로운 F-1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울 수 있으며, 대사관 인터뷰에서 신분 위반 여부와 재입국의 정당성이 엄격히 심사된다.
“기타 신분 유지 실패(Otherwise Failing to Maintain Status)”란?
유학생의 SEVIS 기록이 ‘terminated’ 상태로 변경되는 사유는 다양하다. 그 중 ‘Otherwise Failing to Maintain Status’는 말 그대로 신분 유지 실패의 포괄적인 사유로, 여러 가지 상황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강 학점이 기준에 미달하거나, OPT 없이 무단으로 외부에서 일한 경우, I-20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학업을 계속한 경우, 또는 주소 변경이나 중요한 정보 변경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등이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점점 더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학생의 형사 사건 연루나 공공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를 이유로 학교나 ICE가 SEVIS 기록을 종료하는 사례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 미국입국과정에서 문제가 되어 입국이 거절된 경우와 입국수속시 인터뷰 과정에서 허위진술/서류 제출등이 사후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체포와 유죄 판결이 가져오는 신분 위협
미국에서는 체포나 기소, 심지어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조차도 비이민자 신분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유학생의 경우,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단순 체포 사실만으로도 SEVIS가 종료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마약 소지, 절도, 음주운전(DUI)과 같은 사건은 미국 이민법상 ‘도덕적 타락 범죄(Crime Involving Moral Turpitude)’로 분류되어 비자 취소 또는 입국 거부, 심지어는 추방 사유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민 당국이 이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퇴학당하거나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는 자동으로 신분 위반으로 간주된다.
또한, 체포 사실은 대사관에서 비자 재발급을 거부하는 사유로도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대사관에서는 단순한 체포 이력만으로도 ‘미국 내 법적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절하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는 비이민 신분을 보장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미국 내 대학 캠퍼스와 사회 전반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유학생들도 이러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시위에 참여하거나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현상황에서는 미국 이민법상, 비이민자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비자 발급이나 입국을 보장하지 않는다.
특히 INA § 212(a)(3)(B)는 테러 활동을 지지하거나 동조한 자, 혹은 그렇게 판단될 수 있는 자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 조항은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다.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 중 하마스(Hamas)와 같은 조직에 대한 긍정적 언급이 포함될 경우, 이는 테러 조직 동조자로 해석되어 입국 거부 혹은 비자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4/9/2025 자로 국토안보부(DHS)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유대주의 대응 행정명령에 따라, 유학생을 포함한 외국인 신분 신청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반유대주의적 테러 단체(하마스,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후티 등)를 지지하거나 폭력적 반유대주의 표현을 한 경우, 이를 이민 혜택 심사에서 불리한 요소로 즉각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반유대주의 활동이 연루된 교육기관과 연결된 유학생, 또는 온라인상에서 유대인 개인을 위협하거나 반유대주의적 폭력을 정당화한 외국인은 영주권, 학생비자, 체류연장 등 모든 이민 심사에서 자동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캠퍼스 내 점거 시위에 참여하거나 체포되는 경우, 학교 측은 ICE에 보고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SEVIS 기록이 종료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SNS에 올린 정치적 발언조차도 국토안보부(DHS)나 대사관의 모니터링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과격하거나 폭력적 표현으로 해석될 경우, 미국 입국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유학생으로서의 신분, 어떻게 지켜야 하나
이처럼 미국 유학생 신분은 학업 외의 여러 외부 요인에 의해 매우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단지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모든 행동과 말, 표현까지도 신분 유지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F-1 비자로 체류 중인 유학생이라면 다음과 같은 점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DSO와의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어떠한 근로도 반드시 사전 승인을 받은 후 진행해야 한다. 체포나 형사 사건에 연루될 경우, 형사 변호사와 동시에 이민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구해야 하며, 정치적 발언이나 활동을 할 때는 그 표현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표현의 자유는 소중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이지만, 그것이 비이민 신분이라는 제한된 틀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미국 유학생으로서의 삶을 안전하게 지속하는 첫걸음이다.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든 유능한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신분걱정없이 안전하게 꿈을 향해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최영수 변호사 /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법률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