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IN 사용하는 서류미비자, 앞으로 위험해질까?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과 함께 많은 서류미비자들 사이에서 다시금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쇼셜번호(Social Security Number)가 아닌 ITIN(개별 납세자 번호)를 통해 그동안 세금 보고를 해 온 이들이, “정부가 이를 통해 신분을 추적하고, 추방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소문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재임 시절,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연방기관 간의 정보 공유를 추진한 바 있고, 이번에도 같은 방식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현행 연방법상, IRS(국세청)가 ITIN 사용자 정보를 이민 단속 기관인 ICE나 DHS에 제공하는 것은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세금 정보는 어떻게 보호되고 있나?
미국 연방법인 국세법 제6103조(Internal Revenue Code §6103)는 납세자의 세금 보고 정보와 납세자 번호(SSN 또는 ITIN)를 외부 기관과 공유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원칙에 그치지 않고, 이를 어기면 IRS 직원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법률입니다.
즉, ICE(이민세관단속국)나 국토안보부(DHS)는 IRS에 ITIN을 통해 세금 보고한 서류미비자의 명단을 넘기라”고 요청해도, IRS는 이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 원칙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지켜졌으며, 실제로 세금 정보를 통해 서류미비자를 추적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예외는 없는가?
예외는 존재하지만, 매우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납세자가 특정 중범죄에 연루되어 있고, 연방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는 경우, 혹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수사에 협조할 경우 등 극히 드문 상황에서만 IRS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단순히 서류미비자라는 이유만으로 IRS가 정보를 공유하거나 ICE가 열람하는 것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책임 있는 납세 기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서류미비자들이 ITIN을 이용해 세금을 성실히 보고해 온 이유는 단순히 법을 지키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이민 구제 조치나, 영주권 혹은 시민권 신청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미리 ‘좋은 기록’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ITIN을 통해 수년간 세금을 납부한 기록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추방유예 또는 취소(removal cancellation)
• 시민권자 배우자나 자녀를 통한 신분 조정
• VAWA, U 비자, 노동자 보호 청원 등의 프로그램
• 향후 포괄적 이민개혁(Comprehensive Immigration Reform) 논의 시 자격 요건
따라서, 정확한 정보로 세금을 보고하고, 허위 SSN이나 타인의 정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앞으로 위험이 커질 수도 있지 않나?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기존의 연방 기관 간 정보 보호 원칙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연방법 제6103조를 개정하여 IRS가 이민 단속에 협조하도록 압박
• 의회를 통해 법 개정을 시도
• IRS 내부 정책을 바꾸어 "비공식적 협조"를 시도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 내에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고, 헌법상 사생활 보호 조항과 수많은 시민단체, 변호사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것입니다.
커뮤니티를 위한실천 방안
현재로서는, ITIN을 사용해 정직하게 세금 보고를 해 온 서류미비자들이 위축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실천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잘못된 SSN을 사용한 적이 있다면, 가능한 경우 세금 신고 정정(amended tax return)을 고려
• 세금 보고서에 문제가 없는지, 이민 전문 변호사 또는 신뢰할 수 있는 회계사와 함께 검토
• 지역 커뮤니티와 연대하여, 연방법 보호 조항이 약화되지 않도록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추방 명령을 받은 경우 ICE가 정보를 조회할 수 있나요?
많은 분들이 “ITIN을 사용해 세금 보고를 해온 서류미비자가 나중에 추방명령을 받으면, 그때는 IRS 정보도 ICE가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IRS의 세금 신고 정보는 연방법 제6103조에 따라, ‘추방명령을 받은 이후에도’ ICE를 포함한 다른 정부기관에 공유되지 않습니다.
즉, 세금 보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ICE가 IRS를 통해 납세자의 주소나 고용 정보를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추방명령이 확정되면 ICE는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얻고 활동을 개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이민법원 또는 USCIS에 제출된 주소 정보 (예: I-589 망명 신청서, EOIR-33 주소 변경서 등)
• 체포 당시 채취된 지문, 사진 등의 생체 정보
• DMV(주정부 차량국)나 지방 경찰과 공유된 기록
• 병원 기록이나 공공 서비스 이용 시 제공된 정보 등
이처럼, IRS는 아니더라도 다른 경로를 통해 ICE가 개인의 위치나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특히 추방명령이 이미 내려진 경우, ICE는 법적으로 그 사람을 체포하고 송환할 권한을 갖게 되므로, 이 시점부터는 훨씬 더 실질적인 위험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처럼, 세금 보고를 했다는 이유로 바로 추방되거나 정보가 넘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추방명령 이후에는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ICE의 접근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본인 또는 가족 중 누군가가 과거에 추방명령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반드시 이민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향후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ITIN을 사용하는 수백만 명의 서류미비자들은 이 땅에서 일하고, 세금을 내고, 자녀를 키우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불법자’가 아니라, 책임 있는 납세자이자 가족의 가장, 그리고 미국 사회의 일원입니다.
정부가 이들을 집행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정의롭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이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최영수 변호사 /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법률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