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기고]
마흐무드 칼릴 체포 사건과 표현의 자유의 위기
마틴 루서 킹 주니어, 1963년 버밍엄 감옥에서 보낸 편지
마틴 루서 킹 주니어는 1963년 버밍엄 감옥에서 한 통의 편지를 썼다. 그는 인종 차별과 사회적 불의를 규탄하며, “한 곳에서의 불의는 모든 곳에서의 불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 억압받는 모든 공동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리고 2025년 현재, 이 말은 우리 한인 이민자들에게도 깊은 의미를 지닌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조치로 인해 마흐무드 칼릴(Mahmoud Khalil)이라는 이름이 미국 내 이민 및 인권 문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콜롬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의 최근 졸업생이자 팔레스타인 인권운동가로, ICE(미국 이민세관단속국)에 의해 체포되어 루이지애나 ICE 수용소로 이송되었다. 문제는 그가 어떠한 범죄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체포되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의 활동이 하마스(Hamas)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를 체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떠한 구체적인 범죄 혐의도 입증되지 않았으며, 단순히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하고 팔레스타인 인권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First Amendment) 및 적법 절차(Fifth Amendment) 위반 가능성이 크다.
마흐무드 칼릴의 체포는 여러 법적 및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미국 헌법 제1조는 정치적 표현과 시위를 보호하며, 법원은 Brandenburg v. Ohio (1969) 판례에서 정치적 발언은 직접적인 폭력을 유발하지 않는 한 처벌받을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정부는 칼릴의 시위를 단순한 정치적 표현이 아니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둘째, 미국 헌법 제5조는 모든 개인에게 적법 절차를 보장하며, 정부는 개인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기 전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민 당국이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즉각적으로 루이지애나로 이송한 것은 그의 변호사와 가족이 법적 대응을 할 기회를 박탈한 행위이며, 이는 적법 절차 위반 가능성이 크다.
셋째, 미국 이민법(INA)에는 비폭력적인 시위나 정치적 활동과 관련된 경범죄의 경우, 추방 사유에서 면제될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칼릴이 폭력 행위, 불법 침입,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ICE가 추방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법률 남용이라 할 수 있다.
한 이민자의 불의는 모든 이민자의 불의가 된다
마흐무드 칼릴의 체포가 단순히 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그의 체포는 미국 내 모든 이민자 공동체, 특히 우리 한인 이민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정부가 특정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이민 신분을 박탈하고 추방을 추진한다면, 이와 같은 방식이 다른 소수자 그룹, 그리고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역사 속에서 그러한 사례를 경험했다. 1882년 중국인 배제법(Chinese Exclusion Act)이 처음 제정되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이민 제한 정책이 아니라, 미국 내 아시아계 이민자 전체를 겨냥한 인종적 배제 조치의 시작이었다.
1900년대 초, 한인 이민자들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며 노동 착취와 차별을 겪었을 때, 그들에게는 법적 보호도, 정치적 목소리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1942년, 일본계 미국인들이 단지 그들의 출신 배경 때문에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을 때, 미국 사회의 다수는 그것을 방관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 마흐무드 칼릴의 체포가 정당화된다면, 내일은 우리 한인 이민자들도 정치적 견해나 활동 때문에 표적이 될 수 있다.
만약 한 명의 이민자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체포될 수 있다면, 그 다음 표적이 한인 유권자 권익 단체, 한인 교회, 한인 대학생들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문제와 학내 긴장감 증가
이와 동시에, 최근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증가하는 반유대주의(Antisemitism) 문제와 유대인 학생들의 안전 문제도 중요한 이슈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유대인 학생들이 협박, 위협, 심지어 물리적 공격을 받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대학들은 학생 간 대화 촉진, 증오 발언 규제, 학내 안전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양측의 감정적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완전한 해결은 쉽지 않다.
따라서 캠퍼스 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모든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반유대주의적 폭력과 차별을 적극적으로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흐무드 칼릴의 경우, 그가 특정 유대인 개인을 위협하거나 폭력을 조장했다는 구체적인 증거 없이 단순히 그의 정치적 견해 때문에 체포된 것이라면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볼 수 있다.
정치적 시위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지만, 정부가 특정 정치적 견해를 가진 이들을 표적 삼아 이민법을 남용하는 것도 또 다른 형태의 억압이다.
한인 사회가 행동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한인 이민자들이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탄압받지 않도록 연대해야 한다.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한인 사회가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교회와 시민단체들은 ICE 단속 대응 매뉴얼을 준비하고, 법률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편, ACLU(미국시민자유연맹)는 이번 사건을 헌법적 권리 침해 사례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ACLU 청원 페이지에 방문하여 마흐무드 칼릴의 석방과 표현의 자유 보호를 위한 청원에 서명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마흐무드 칼릴의 체포에 침묵한다면, 내일은 한인 청년, 한인 이민자가 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 마틴 루서 킹은 불의가 한 곳에서 자라날 때, 그것이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연대해야 할 순간이다.
함께하는 연대가 불의를 막을 수 있다.
여기를 누르면 청원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최영수 변호사 /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법률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