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카타이우스, 나일 삼각주 지역을 지칭하며 처음 사용했다.

성경을 읽으면서, 성경 이야기 속 공간과 환경에 대해 관심을 쏟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옛날의 환경을 알기 위해 우리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늘은 고대 이집트에 다가서고자 한다. 3천 년 전, 4천 년 전 이집트 땅은 어떤 곳이었을까? 창세기 요셉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고센 땅과 출애굽기의 무대가 되는 고센 땅이 오늘의 행선지이다.

이집트를 가보지 않았어도,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는 말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이 말을 헤로도토스(Herodotos, 기원전 485~425년)가 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나일 강의 선물? 누가 말했나?

그리스 역사가인 아르리안(그리스어 Ἀρριανός Arrianos; 라틴어 Lucius Flavius Arrianusc. 86/89 – c. 146/160 AD) 은 2세기에 헤카타이우스(기원전 540~478년)와 헤로도토스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말한 인물로 서술했다.

헤로도토스와 역사가인 헤카타이우스는 (헤카타이우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이집트 국가에 관한 작품이 아니라면) 모두 이집트를 강의 선물이라고 부른다. 헤로도토스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며, (이집트라는) 나라(이름) 자체도 아마도 강에서 그 이름을 받았을 것이라고 제기한다. 

이집트인들과 이집트 밖의 사람들이 지금 나일강이라고 부르는 이 강은 고대에는 이집트(Aegyptus)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호머는 (그의 서사시에서) 메넬라오스가 자신의 배를 이집트 강 하구에 정박시켰다고 말했기에,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Both Herodotus and Hecataeus the historians (unless the work about the Egyptian country is by another person, and not by Hecataeus) in like manner call Egypt a gift of the river; and Herodotus has shown by no uncertain proofs that such is the case; so that even the country itself perhaps received its name from the river.

For that the river which both the Egyptians and men outside Egypt now name the Nile, was in ancient times called Aegyptus, Homer is sufficient to prove; since he says that Menelaus stationed his ships at the outlet of the river Aegyptus. - Arrian. Anabasis of Alexander, Volume II: Books 5-7. Indica. Translated by P. A. Brunt. Loeb Classical Library 269.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83.

헤로도토스가 헤카타이우스의 말을 인용했다는 아래와 같은 글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헤카타이우스의 글에서 직접적인 언급을 찾을 수는 없다.

That Herodotus got from Hecataeus the memorable description of Egypt as 'the gift of the river' (ii 5.I) is attested by Arrian(F 301), and it is tempting to see an allusion to Hecataeus not only here but whenever a similarly polemical tone is observable. - Stephanie West. “Herodotus’ Portrait of Hecataeus.” The Journal of Hellenic Studies 111 (1991): 144–60.

It is likely that the phrase belongs originally to Hecataeus and that the introductory words used by Herodotus really mean "Hecataeus has said this before, but it is obvious to anyone who looks for himself. - Griffiths, J. Gwyn. “Hecataeus and Herodotus on ‘A Gift of the River.’” Journal of Near Eastern Studies 25, no. 1 (1966): 57–61.

정리하면 헤로도토스가 아니라 헤카타이우스가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 그러나 헤로도토스는 단순히 인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확장된 의미로 재활용했다.

Jeff Dahl, CC BY-SA 4.0 , via Wikimedia Commons
Jeff Dahl, CC BY-SA 4.0 , via Wikimedia Commons

무엇보다도 고대 이집트인이 "하피 신의 선물"이라고 믿었던 것과도 비교할 수 있다. Hapi는 나일의 범람을 통해 이집트 땅에 비옥함을 가져오는 신, 신들의 아버지, 곡물을 가져오는 신, 습지의 새와 물고기의 신 등으로 여겨졌다. 이 하피 신은 '강'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나일강을 '하피'(Hapy) 또는 '이태루'(Iteru)로 불렀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 어디를 가리키는 것이었나?

헤카타이우스와 헤로도토스의 서술을 통해 "(나일)강의 산물"이 가리키는 이집트가 어디를 뜻하는 것인지를 살펴본다. 헤로도토스가 말하는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에 담겨 있는 이집트는 어느 땅을 가리키는 것일까? 이집트 땅, 이집트, 이집트 삼각주(지역)? 그의 언급은 아래와 같다.

오늘날 그리스인이 배로 오가고 있는 이집트의 지역은 말하자면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이집트인에게는 새로 얻은 땅이다. 뿐만 아니라 모이리스호 위쪽(남쪽)으로 3일간 거슬러 올라가는 지역 또한―사제들의 이야기는 이 지역까지는 미치지 않지만― 앞서 말한 지방과 같은 예라고 해도 좋다. - 헤로도토스(eBook), 박현태 역,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2016.

위 인용문에 언급된 모이리스 호수(Lake Moeris)는, 오늘날 이집트의 엘-파이윰 지역에 있었다. 카이로(Cairo) 남서쪽 약 80킬로미터 파이윰 호수 북서쪽에 있던 지금은 말라버린 고대 호수이다. 위의 번역본의 '나일강'은 그리스어 원문에 '강'으로 적혀 있다. 그러나 그것을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나일강'으로 번역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헤로도토스가 말한 '강의 선물'에서 '강'이 나일강을 뜻하기에, 헤로도투스가 '나일강의 선물'이라 했다고 말해도 문제가 없다. 

헤로도토스는 위의 인용 글에서 "오늘날 그리스인이 배로 오가고 있는 이집트의 지역"이라고 언급하는 곳을 "(나일)강의 선물"로 지칭하고 있다. 아래 인용글에서 언급되는 '이집트'도 구체적으로는 삼각주 지역이다.

이집트의 토양은 진흙과 나일이 에티오피아로부터 운반해 온 충적토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검고 무르지만, 리비아의 흙은 약간 붉은 기를 띠고 사질(砂質)이며, 시리아에서는 흙이 점토질로 돌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 헤로도토스(eBook), 박현태 역,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2016.

스트라보(Strabo)의 책에서도 나일 삼각주에 대한 묘사가 담겨 있다. 그는 헤로도토스가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말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 나일강이 항상 토사를 버려 바다를 육지로 바꾸기 때문이다. 따라서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불렀다. 호머는 파로스(Pharos)를 지금처럼 이집트 본토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넓은 바다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Strabo, Geography, 12.2.4.

위 인용문에 언급된 '파로스'(Pharos)는 오늘날 이집트 지중해변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한 장소이다. 세계7대불가사의로 언급되던 알렉산드리아의 등대가 있던 곳이다. 고대 기록에 따르면 알렉산드리아 지역이 이집트의 한 부분이 아니라 독립된 지역으로 언급된다. 알렉산드리아 지역이 이집트 근처 또는 옆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를 한다. - De Graaf, Ruben. “ALEXANDRIA AD AEGYPTVM: THE (DIS)CONNECTION BETWEEN ALEXANDRIA AND EGYPT.” The Classical Quarterly 72 (2022): 202-216.

ⓒ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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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가 나일강의 선물로 서술하고 있는 땅은 이집트 전체가 아니다. 삼각주 지역이 중심이다. 이 지역의 비옥함에 대해 헤로도토스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현재 이 지역의 주민은 모든 다른 민족이나 이 지역 이외에서 사는 이집트인에 비해, 확실히 노력을 가장 적게 들이고 농작물의 수확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쟁기로 이랑을 만들거나 괭이를 사용하거나, 그 밖의 일반 농민이 수확을 올리기 위해 하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강물이 저절로 들어와 그들의 농지를 관개하고 나서 물러나면, 씨를 뿌리고 밭에 돼지를 풀어 놓아 씨를 밟게 한다. 그 뒤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일만 남게 된다. 그러고 나서 다시 돼지를 사용하여 곡식을 탈곡하면 수확을 얻게 된다. - 헤로도투스(eBook), 박현태 역,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2016.

헤로도토스와 헤카타이우스가 말한 '이집트'는 똑같지 않다. 헤카타이우스가 이집트는 강의 선물이라고 말했을 때의 '삼각주 지역'만을 언급했다. 헤로도투스가 "이오니아인의 견해에 따르면, 델타 지대만이 진짜 이집트라고 한다"고 말할 때의 '이오니아인'은 헤카타이우스를 지칭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헤로도투스는 그가 말한 것보다 더 확장된 뜻을 담아 "(나일)강의 선물"로서의 이집트를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헤로도토스가 한 말은 "나일강의 선물"이 아니라 "강의 선물"(δώρον τού ποταμού)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나라 '이집트'가 아니라 이집트 땅을 뜻했다. 이집트 땅도 모든 땅이 아니라, 오늘날의 카이로 북쪽 나일강 하류에 자리한 삼각주 지역의 비옥한 땅을 중심으로 언급했다. 나일강의 연례적인 범람이 가져온 충적토가 덮힌 땅을 가르켰다.  물론 일부 다른 지역을 포함했다. 그리고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이는 헤카타이우스였다. 

 

성경 읽기에 적용하기

창세기 요셉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고센 땅과 수도 온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다. 요셉 당시에 수도는 '온'이었다. 이집트 카이로 북쪽 지역인 헬리오폴리스의 구 시가지에 자리하고 있다. '온'은 나일강의 범람으로 형성되는 침수 지역(나일강 삼각주)에 들어가지 않았다. 

고센 지방은 오늘날 카이로의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지역이다.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고센 땅은 이보다 더 확장된 지역으로서의 고센 땅이었다. 출애굽에 등장하는 성(수도)도 온이 아니었다. 요셉 시대와 모세 시대 사이에 시간의 간격은 크다. 같은 이름이지만, 시대에 따라, 말을 주고 받는 상대에 따라, 그 지역의 경계와 위치, 의미가 변할 수 있다.

ⓒ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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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4개월 동안 나일강의 범람으로 침수되는 환경을 갖췄던 나일강 하구 삼각주 지역은 비옥하기 그지 없는 땅이었다. 농사짓기에 좋은 땅이었다.

그런데 목축하기에 좋은 땅은 어떤 땅이었을까? 물이 빠진 뒤에 충적토 등의 영향을 받아 비옥한 농경지로 바뀌는 그 땅이었을까? 아니면 나일강의 홍수 시기에도 물에 전혀 잠기기 않는 광야 지역이었을까? 그렇다. 목축하기에 좋은 땅은 비옥한 농경지가 아니라 광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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