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교회 총회장소 변경 요청에도, 교단 지도부 ‘마이 웨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가 제108회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한 가운데, 교단 안팎에선 총회 장소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교단 지도부는 이에 아랑곳 없이 명성교회 개최를 고집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가 제108회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한 가운데, 교단 안팎에선 총회 장소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교단 지도부는 이에 아랑곳 없이 명성교회 개최를 고집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총회장소를 두고 한동안 내홍이 일었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제108회 총회가 당초 예고한 대로 명성교회에서 열리게 됐다. 

소망교회·영락교회·천안중앙교회·청주상당교회·새문안교회·온누리교회·주안장로교회 등 7개 교회가 이순창 총회장 앞으로 협조공문을 보내 총회장소 변경을 완곡하게 요청했다. 이에 이순창 총회장이 지난 19일(한국시간) 오전 7개 교회 담임목사와 만남을 가지기는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총회장소 변경을 요청한 7개 교회는 명성교회와 함께 예장통합은 물론 이 나라의 대표적인 보수 대형교회들이다.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이들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이들은 이념적으로 반공 성향이 강하고, 따라서 한국 교회의 고질병으로 늘 지적돼 왔던 '이념종교'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는 교회들이다. 

그런데 이들 교회마저 교단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한 데 대해 교단 지도부에 재고를 요청했으니, 그 의미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순창 총회장은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렸다. 

한편으론 예상했던 결과다. 잘 알려진대로 명성교회는 세습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사법부 판결마저 뒤집는, 실로 놀라운 능력을 ‘시전’했다. 

여기에 호응이라도 하듯 교단 지도부는 2019년 9월 제104회 총회에서 '헌법을 잠재한다'는 기상천외한 해법으로 명성교회의 소원을 그대로 들어줬다. 그랬으니 7개 교회가 간곡히 장소 변경을 청했어도 무위로 끝난 건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하지만 이순창 총회장의 인식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총회장은 7개 교회 담임목사와 만나기 전 "이미 고지한 총회장소를 되돌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예장통합 제108회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한 게 법적으로 문제돼서였을까? 교단법은 물론 사회법까지 비웃으며 세습을 관철해온 명성교회가 세습을 아예 공식적으로 '비준' 받기 위해 교단 총회를 열기로 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팽배하지 않은가? 그래서 최소한 교단의 자존심은 지키고자 총회 장소를 명성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자는 목소리가 들끓는 것 아닌가? 

더구나 꼭 10년 전 명성교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법을 결의했는데, 10년의 시간이 지난 뒤 같은 장소에서 총회가 열리고 이 자리에서 세습이 공식화 될 경우 세상이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익명을 요구한 예장통합 교단 소속 A 목사는 "법은 공평무사하게 적용되어야 공의이지 강자에게 유리할 때만 법 운운하는 것은 불의"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법을 잠재하고 내린 명성교회 수습안을 어찌 옳다하며, 이런 불공정한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교회에서 교단 총회를 하겠다는 총회임원회의 결정을 어떻게 용인할 수 있겠나?"며 교단 지도부에 날을 세웠다. 

예수는 3년간의 공적 활동 기간 당대 종교권력자들에게 숱한 시험을 당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의 진리를 드러내며 시험하려는 자들을 무력화했다. 한 번은 바리사이와 사두가이가 함께 예수를 시험하려 했다. 이러자 예수께선 이들을 점잖이 타이르신다.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는 저녁 때에는 '하늘이 붉은 것을 보니 날씨가 맑겠구나' 하고 아침에는 '하늘이 붉고 흐린 것을 보니 오늘은 날씨가 궂겠구나' 한다. 이렇게 하늘을 보고 날씨는 분별할 줄 알면서 왜 시대의 징조는 분별하지 못하느냐?" - 마태복음 16장 2~3절 

지금 예장통합 교단 지도부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능력을 상실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이 과연 시대의 징조는 구별할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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