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주의자에서 팬티 논쟁까지 원더우먼의 수난

'원더우먼'이 북미 지역 개봉 첫 주말 흥행수입 1억 달러를 웃돌며 상반기 최대 히트작으로 등극했다. 한국의 박스 오피스에서도 원더우먼은 지난 주간 1위를 차지했다. 평론가들의 리뷰는 일단 좋은 편이다. 영화사이트인 IMDb는 별점 4개를, Rotten Tomatoes는 별점 4개반을 주었다. 한국의 '다음 영화'에서는 3개 반을 받았다.   

이 영화는 1941년 탄생한 DC코믹스의 만화 '원더우먼'을 원작으로 한 첫 실사영화다. 여성감독 패티 젠킨스가 연출했다. 

​미지의 섬인 데미스키라 왕국의 공주 다이애나가 원더우먼이 돼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인간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미스 이스라엘 출신인 갤 가돗이 주연을 맡았다.

2017년 원더우먼

비교적 높은 평점과 관객동원에도 불구하고 원더우먼은 좌우 진영 모두에게서 공격을 받고 있다. 일단 진보 진영의 공격은 '원더우먼' 역을 맡은 미스 이스라엘 출신의 '갤 가돗'으로 인해 촉발되었다. 

2004년 미스 유니버스 도전에서 탈락한 후 2007년부터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갤 가돗이 시온주의자(시오니스트)라는 주장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은 2014년 7월 25일 갤 가돗이 그녀의 페이스북에 아이와 함께 눈을 가린 사진과 함께 작성한 글 때문에 불거졌다. 갤가돗의 페이스북은 "나의 사랑과 기도를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보냅니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 뒤에 숨어서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는 하마스에 맞서 조국을 지키는 위험을 무릅쓰는 소년과 소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는 극복할 수 있어요!!! 샤바트, 샬롬!"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그 전쟁은  이스라엘 방위군의 폭격으로 가자 지구에서 2000여명이 사망했고 그중 538명이 어린이로 밝혀져 전 세계의 분노가 이스라엘에게 쏟아진 전쟁이었다. 특히 피부는 물론 장기와 뼈까지 태울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가진 백린탄을 당시 폭격에 사용해 비난은 더 고조되었었다. 세계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을 연기하기에는 갤 가돗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상영 보이콧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레바논에서는 이러한 논쟁 때문에 상영을 불허했다.

반면 미국 우파 매체인 폭스TV에서는 다른 이유로 원더우먼에 시비를 걸고 나왔다. 뉴스쇼 'Your World with Neil Cavuto'의 진행자 케이부토는 원더우먼의 의상이 원작 만화와 달리 미국적인 색(빨강, 파랑, 흰색)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뉴스쇼에 게스트로 등장한 패널들은 '헐리우드가 미국을 증오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든가 '돈이 애국심을 지배한다든가'의 발언으로 사회자에게 맞장구를 치고 나왔다.

원작 만화의 의상, 의상의 색 배열은 미국 국기를 연상케 한다. 가슴의 독수리가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베쓰 엘더(Beth Elderkin)은 인터넷 매체 GIZOMODO에서 '원더 우먼이 아메리칸 어패럴 속옷을 입지 않았다니 폭스 뉴스 미쳐 가는구나'(Fox News Gets Mad That Wonder Woman Isn't in Her American Apparel Underwear, 아메리칸 어패럴 -미국 최대 의류 제조·유통업체 중 하나로 made in USA와 선정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캐나다 기업에 팔린 상태다)라는 칼럼을 통해 폭스 뉴스를 비판하고 나섰다. 

2011년 원더 우먼

​엘더는 이 칼럼에서 1 차 대전에서 미국인이 유럽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원더우먼이 결코 비애국적인 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차 대전과 달리 1차 대전에서 미국의 역할은 미미했는데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원더 우먼의 의상은 코르셋에서 팬티까지 그 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 왔는데 이번에 문제를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011년 워너브러더스가 애드리안 퍼릭키(Adrianne Palicki)를 주연으로 TV용으로 만들었지만 실제로 방영되지는 못했던 '원더우먼 파일럿'의 의상도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

폭스 뉴스의 황당한 문제제기에 대한 반사 심리로 영화를 봐야 하나? 시오니즘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안 봐야 하나? 개념있는 영화 팬들 고민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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