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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화해로 나아가다‘킹덤 컨퍼런스’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이에서

[미주뉴스앤조이 (뉴욕) = 유영 기자] 새로운 1년을 시작했다. 밥을 짓고, 반찬도 했다. 부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다툼도 있었다. 새해를 맞았지만, 사실 변한 것은 없다. 그저 살아내야 할 하루를 일상으로 보냈다. 

그저 같은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이 밝았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약속한 시간 단위 중 가장 큰 단위인 1년을 시작하는 마음 역시, 40번 째 맞다 보니 일상이 된 것일까. 그래도 무언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일정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물론 영화는 특별했다. 막장과 같은 소재로 치유를 이야기한 영화, 고레에다 하즈카로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감상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포스터.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작은 바다 마을에서 살아가는 세 자매, 사치, 요시노, 치카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15년 전, 외도로 가정을 버린 아버지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장례식을 치르는 이들의 마음은 그저 담담하다. 

세 자매는 아버지가 외도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여동생, 스즈를 만난다. 스즈의 엄마는 이미 죽었고, 네 딸의 아버지는 다시 재혼해 새어머니와 살고 있었다. 장례식을 마치면 스즈는 새엄마와 살아야 한다. 자매는 스즈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자매는 이모할머니 아래서 자랐다. 어머니는 남편 외도로 충격을 받아 딸들을 이모에게 맡기고 떠난지 오래다. 스즈를 본 이모할머니는 ‘너희 가정을 깬 여자의 자식’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우려에도 자매는 스즈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원수 같은 존재일 수 있었던 스즈를 받아들이는 세 언니,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언니들에게 상처임을 아는 스즈, 이를 지켜보고 함께 보듬는 바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바닷가에서 만나는 거센 파도와 같아 보이는 상황이지만, 의외로 파도는 잔잔하다. 한국 드라마에서 볼 법한 분노와 시기, 질투, 차별과 억압은 볼 수 없다. 그저 누구나, 어디서나 경험하는 사소한 갈등과 말다툼, 침묵이 전부다. 그저 일상을 살아가며, 일어나는 일상을 만난다. 

영화 주인공인 네 자매의 특징이 담겼다.

대신 개인이 경험하는 내면의 갈등은 폭풍과 같이 몰아친다. 대화, 표정, 잠시 멈추는 침묵에서 혼란한 감정이 드러난다. 새롭게 만나 가족으로 살아가는 언니들 앞에서 스즈는 밝다. 오히려 너무 어른스럽다. 

큰언니 사치는 이러한 스즈와 비슷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떠난 후, 가장 역할을 맡아 왔다. 부모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의 인생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성숙한 어른 아이로 지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사치의 연애는 이러한 내면의 상처를 드러낸다. 스즈의 엄마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 어느 유부남과 사랑하는 사이다. 둘째 동생은 '아빠와 무엇이 다르냐'고 핀잔한다. 그런데도 사치는 자신이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스즈는 이러한 상황에서 죽은 엄마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 아버지의 사랑을 잘 모를 나이에 헤어진 두 언니를 보며, 아버지 이야기도 하지 못한다. 아버지가 자주 해 주었던 음식도 처음 먹어 본 것으로 둘러댄다. 

이들을 치유하고 자매로 살게 하는 건 다름 아닌 평범한 하루다. 아니, ‘일상’이라고 표현하는 게 낫겠다. 함께 밥을 먹고, 대화하고, 순간순간, 하루하루를 함께 지내는 일상이 이들 마음을 움직인다. 거대한 싸움도, 감정의 폭풍도, 눈물로 얼싸안는 화해도 없다. 그저 일상을 공유하고, 일상을 통해 서로를 조금씩 받아들인다. 

담담하게 서로를 받아들이는 사치와 스즈.

바다가 보이는 높은 언덕에 올라가 사치와 스즈가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장면도 잔잔하다. 사치가 ‘아빠는 바보’라고 외치자, 스즈는 ‘엄마도 바보’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아버지를 잘 모르는 셋째 언니에게 스즈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둘째 언니에게는 언니들 엄마 이야기를 듣는다. 서로 상처를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이야기하며, 서로 진실해지는 일상을 만들어 간다. 

스즈의 일상은 이제 바다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가족의 개념과 일상의 규모는 점차 확산해 나간다. 이는 세 번 나오는 제의로 표현된다. 아버지 장례는 무너진 개인의 일상을 드러내고, 딸들이 치러낸다. 세 자매의 외할머니 7주기는 모든 가족이 제사를 지내며, 더 넓은 가족이 되는 일상을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 동네 단골 식당 할머니 장례는 모든 마을 사람이 치른다. 

제의를 통해 추모 대상과 모이는 사람이 확장한다. 스즈의 시점, 관계, 가족이 넓어져 간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그리고 확장된 가족은 스즈와 세 자매를 치유한다. 사치는 떠나간 엄마와 화해하고, 세 자매는 새로운 가족이 된 동생을 남겨준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한다. 치유는 죽은 자들이 고백했다는 말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면서 드러난다. 

“곧 죽을 것을 알면서도,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네 자매는 일상을 통해 치유된다. 그리고 이러한 치유는 더 가족의 확장과 받아들임의 연장선에 놓인다.

영화를 보고, 지난주에 다녀온 킹덤 컨퍼런스가 떠올랐다. 아마, 주제가 ‘일상’이어서 그런 것 같다. 그 속에서 들었던 ‘일상’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았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머물러 그런지, 두 가지가 강하게 맴돌았다. ‘고통이 일상이 된 사람들’과 ‘치유하는 일상’이었다. 첫날 저녁 집회에서 설교한 손태환 목사(세빛교회)의 이야기와 둘째 날 토크 콘서트로 알게 된 이다솜 씨의 이야기가 남은 탓이다. 

손태환 목사는 설교에서 세월호 유가족 이야기를 했다. 고통이 일상이 된 이들. 유가족을 떠올리며, 이들의 고통은 일상을 빼앗긴 탓에 생긴 것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들, 사랑하는 가족과 더는 함께할 수 없는 일상이, 일상이 아닌 사람들은 갑자기 떠난 자녀 생각에 일상을 살기도 미안하다. 

이들을 조금씩 치유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새롭게 마주한 일상을 치유한 건 정성스럽게 준비한 밥상이었다. 진상 규명을 위해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누군가 밥상을 준비한다. 새로운 가족이 확장되는 과정이고, 일상이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이다. 

킹덤 컨퍼런스에서 설교하는 손태환 목사. 그는 고통이 일상이 된 이웃의 일상을 함께 기억하자고 했다.

이다솜 씨도 밥상을 통해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였다. 조지아 주에서 만난 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에서 만난 밥상이다. 이 밥상은 난민들이 새롭게 정착할 세상에서의 삶을 일상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이 일상이 이들을 조금씩 치유해 간다. 

하나님나라도 깨어진 일상으로 인해 상처받고 타락했다. 그리고 예수는 일상의 회복을 우리에게 촉구한다. 밥상에서 이뤄진 첫 성례가 이를 상징하며, 우리는 이를 지키고 기념한다. 그리고 공동체에서 나누는 애찬을 통해 확장한 가족을 받아들여 간다. 교제와 밥상 나눔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결국 우리 공동체는 새로운 가족으로 확장해 가야 한다. 화해를 이루도록 말이다. 깨어짐과 상실 속에서 새로운 가족의 확장은 일상 회복의 길이 될 것이다. 마치, 바닷마을 다이어리 속 네 자매가 그러했던 것처럼. 하나님나라가 여기에 있다. (2017년 킹덤 주제가 ‘화해’라는 사실도 신비롭다.)

밥상을 통한 치유를 이야기하는 이다솜 씨. 왼쪽에서 세 번째.
뉴욕에서 새로운 영화를 보기란 참으로 쉽지가 않다. 영어가 부족해 미국 극장에 걸리는 개봉 영화를 보지 못하고, 한국 영화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구글에서 할인 가격으로 결제해 받아 보았다. 

유영  young2@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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