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보스턴에서 첫 '박근혜 퇴진' 집회가 열렸다. ⓒ<뉴스 M> 유영

[뉴스 M (뉴욕) = 경소영]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첫 박근혜 퇴진 집회 및 시국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10일 보스턴 하버드 스퀘어에 한인 약 15명이 모여 피켓을 들고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일어난 뒤, 미국 각지에서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재외동포 행동’이 많이 일어났다. 그러나 보스턴 지역에서는 열린 집회는 이날이 처음이다.

특히 보스턴 집회 전날인 9일은 모든 국민의 염원대로 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일단 국회에서 탄핵도 가결되었고 동포들도 한시름 놓았을 테니, 이번 시위에는 한인들이 별로 안 모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집회 장소에 다다르자 멀리서 동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을이 떠나갈 듯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한인들, 그 열기가 거리를 뒤덮고 있었다.

“범죄자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황교안 범죄내각 사퇴하라! 공동주범 새누리당 해체하라! 박근혜 범죄뿌리 재벌기업 해체하라! 시녀검찰 공범이다. 정치검찰 퇴출하라! 세월호 7시간 진실을 밝혀라! 아이들이 죽어갈 때 박근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번 시위는 ‘보스턴 세월호를 잊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주최했다. 진행을 맡은 이금주 씨는 “탄핵 가결은 국민이 이뤄낸 승리다. 그러나 여기에 도취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하루빨리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국민이 계속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 하루도 투쟁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에 이날 모임을 추진했다며 집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코네티컷에서 온 한 한인은 지난주에 한국에 다녀온 소감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한국은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보수 세력과 재벌, 수구 언론의 장벽이 너무 공고해서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 가서 촛불 시위를 보고, 제 생각이 아주 어리석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민의 힘은 정말 위대하더군요.

여기 계신 모든 한인 동포들도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대한민국의 일원이고 역사의 주역입니다. 이렇게 나와서 행동으로 표현하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올 것입니다. 행동하는 국민은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집회에 처음 나왔다는 한 한인은 “비록 미국에서 살아가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매우 좋다”라며 감격의 마음을 전했다.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엄마들도 나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해주고 싶다”며, 앞으로는 미약한 힘이지만 조국의 사회가 변화하는 데에 일조하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구호를 외치고 자유 발언을 이어가며 시위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그리고 시위대는 하버드 대학 일대를 돌며 거리 행진을 했다. 한국어 구호, 영어 구호를 번갈아가며 외쳤다. 지나가던 몇몇 대학생은 구호를 주의 깊게 듣고 시위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보스턴 한인교회에서 시국 간담회가 열렸다. 고 장준하 선생의 삼남인 장호준 목사가 ‘박근혜 사태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20여 명의 한인이 모여 현 시국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장 목사는 지난 4월 주미 보스턴 영사관 인근에서 ‘박근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하자’는 취지의 피켓 시위를 하는 등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해 여권을 빼앗긴 상황이다. 그에게 보스턴은 가슴 쓰린 기억으로 남을 법한 곳이지만, 그만큼 더 의미가 있는 도시다.

“보스턴은 유학생도 많고, 한인도 많지만 모이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올해 봄에 보스턴에서 시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데 감회가 참 새롭다.”

장호준 목사는 지금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일어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숨겨져 왔었는지 드러나고 있는 지금, 거대한 빙산의 밑둥이를 잘라내지 않으면 빙산을 조금씩 계속 올라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장 목사는 한국 근현대사를 통해 어떻게 지금의 사태가 일어나게 됐는지 그 뿌리부터 이야기했다. ('시국 간담회'의 자세한 내용은 곧 별도의 기사로 전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