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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빈민들의 이웃 '8번가 교회'[인터뷰] 앤디 킴 목사, 홍정연 사모
미국의 진보적 성향의 비영리기구 기업개발회사(CFED)와 정책연구소(IPS)가 발표한 보고서 ‘커져가는 격차(The Ever-growing Gap)’는 인종 간 빈부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갑부 400명이 전체 흑인 인구의 자산에 라티노 인구 3분의 1이 가진 자산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자산을 갖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 경소영 기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이다. 그러나 빈부 간 격차가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백인, 흑인 간 빈부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흑인이 백인의 현재 수준의 부를 갖기까지에 228년이 걸린다’는 분석을 보도한 바 있다. 

정말 그렇다. 뉴욕에도 환경이 열악하다 싶은 동네에는 영락없이 흑인 등 유색인종이 눈에 많이 띈다. 어떤 곳은 미국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황폐하다. 거리는 쓰레기로 가득하고 대낮에도 하릴없이 길을 배회하는 흑인들이 많다. 화려한 도시의 네온사인 뒤에는 또 다른 빈곤한 도시가 그림자처럼 가려져 있다.     

뉴욕 주를 벗어나면 어떨까. 뉴욕에서 서남쪽으로 두 시간 반 정도를 달려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미국의 독립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자유의 종 등 당시 유적들도 많이 남아있어 거리는 늘 관광객으로 넘친다. 여기 도시 빈민 사역을 하는 부부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필라델피아 역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네 느낌이 매우 달랐다. 어떤 분들일까. 깨끗하고 정갈한 도시 대신 가난한 도시를 선택한 부부는 길 건너 저 아래 빈민촌에 있다. 

필라델피아 북쪽 헌팅파크 지역에 있는 "8th Street Community Church(8번가 교회)"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빈곤한 도시 속 교회

주일 아침 예배에 초대를 받고 찾아간 곳은 8th Street Community Church(8번가 교회), 필라델피아 북쪽 헌팅파크 지역에 있다. 한눈에 봐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여느 가정집과 다를 바 없는 곳에 교회 간판이 걸려있어 교회인 줄 알았다. 회색빛 도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화사한 원피스를 입은 여성 한 분이 반겨주신다. 홍정연 사모였다. 곧 예배가 시작된다며 교회 안으로 인도해주시는 홍 사모의 표정이 밝다.

화사한 원피스를 입은 홍정연 사모가 교인과 함께 나눌 음료를 들고 교회로 들어가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예배당에 들어가니 앞에서 세 아이가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으로 찬양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수경(17), 찬영(16), 은경(14)은 홍 사모와 앤디 킴 목사의 자녀다. 아이들 옆에 서 있던 앤디 킴 목사가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데 외모가 매우 인상적이다. 헐렁한 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자태가 한국 사람이라기보단 흑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들과 비슷하게 까무잡잡한 얼굴과 흑인 특유의 손짓, 몸짓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마을 사람 대부분이 흑인 및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들인 이곳에서 섞여 지낸 세월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느낌이 아닐까. 이 동네 사람으로 산지 벌써 17년이 됐다.

앤디 킴 목사와 홍정연 사모의 세 자녀(왼쪽부터 찬영, 수경, 은경)는 예배 때 연주로 찬양을 인도한다.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정해진 예배 시간 10시 반이 훌쩍 넘었다. 30개 남짓되는 의자가 조금씩 가득차기 시작하니 앤디 킴 목사가 앞에 나와 예배의 시작을 알렸다. 강대상도 없고 마이크도 없다. 세 아이의 멋진 앙상블이 찬양을 인도한다. 한 교인이 뒤에서 작은 북을 치며 리듬을 탄다. 신명나는 찬양 가운데 서로를 안아주고 미소로 화답하는 교인들의 모습이 정겹다.

설교는 앤디 킴 목사가 아닌 교인이 담당했다. 이 교회 유일한 장로님이라고 한다. 매주는 아니지만 때때로 설교의 기회를 주고 있다. ‘할렐루야!’를 강력히 외치고 교인들이 ‘아멘!’으로 답하며 예배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샌드위치를 나누며 이야기하는 시간은 여느 교회와 다를 바 없어보였다. 홍 사모는 세 자녀와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고 교인에게 나누어 준 후에야 의자에 가까스로 앉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예배 후에도 앤디 킴 목사는 교인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바쁘다. 한참 홍 사모와 대화하고 있던 중 앤디 킴 목사가 슬쩍 우리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국에서 자란 그는 한국말이 서툴기도 하고 쑥스러움도 많아보였다. 청년같은 순수한 웃음이 연신 얼굴에 떠나지 않는다. 69년생 앤디 킴 목사의 나이 올해 48세다. 

예배 후 교인들과 이야기 나누는 앤디 킴 목사의 모습.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앤디 킴 목사.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큰 딸 수경과 함께 샌드위치를 만드는 홍정연 사모의 모습.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변화와 정체 사이

8년 전 <미주뉴스앤조이>에 앤디 킴 목사와 홍정연 사모의 사역이 소개된 바 있다. 이들은 흑인 등 유색인종이 사는 이 마을에서 도시 선교를 하고 있다. 교회 주보를 보니 일주일 내내 교회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소개가 있다. 평일에는 방과 후 학교가 매일 있고 저녁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훈련, 성경 공부 등이 있다. 사역의 종류는 8년 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듯 한데,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재정적으로 조금 안정이 되긴 했어요. 그래도 늘 모자라요. 올해는 썸머캠프에 70명이나 왔어요. 재정이 늘어도 오는 아이들도 함께 늘었으니 여전히 부족하죠. 그래도 정기적으로 오는 발렌티어들도 네 팀이나 생겼어요. 매년 오시는데 그분들도 점점 발전하는 것이 보여요. 처음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가르쳐야할지 잘 몰랐는데 지금은 노하우도 생겼죠. 무엇보다 이 사역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속적으로 오시는 것이 가장 감사해요.”

지속적인 동역자가 있으니 힘이 더해진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사역에 발전은 있었어도 이곳 상황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변화는 쉽지 않다. 미국은 주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매우 심하다. 그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동네별로 걷히는 세금 액수가 달라서 세금이 적게 걷히는 곳은 발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재정이 낮은 지역의 학교에는 지원금이 별로 없어서 교사가 늘 부족하다. 즉, 지역의 차이가 교육의 차이를 낳는다. 홍 사모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 늘 안타깝다고 말한다.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의 불평등이 심해요. 지역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아이들마다 개별적인 가정환경이 또 교육의 질을 좌우하죠. 부모가 있느냐 없느냐, 부모가 직업을 가졌는지의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요. 사회적인 계급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드는 게 사실이에요.”

미국은 동네별로 걷히는 세금 액수가 달라서 세금이 적게 걷히는 곳은 발전하기가 어렵다. 재정이 낮은 지역의 학교에는 지원금이 별로 없어서 교사가 늘 부족하다. 사진은 예배 중인 8번가 교회 교인과 그 자녀의 모습.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사정이 이렇다보니 홍 사모와 앤디 킴 목사는 빈민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이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직업이 없다. 그들에게는 기회 자체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서류에 대한 개념도 없어서 행정적인 처리가 잘 안되는 경우 그 권리를 누릴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부모에게 자란 아이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앤디 킴 목사는 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보통의 삶’이라고 답했다.

“이 동네 아이들의 꿈이 뭔지 아세요? 바로 스타에요. 농구선수나 연예인이 되는 것이죠. 그것 말고는 꿀 수 있는 꿈이 없어요. 세상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조차 모르니까요.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거예요. TV에서 본 몇몇 연예인과 유명인이 하고 있는 일이 아이들이 아는 전부예요.”

잠시 ‘이곳이 미국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 언급한대로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몰라서 어떤 꿈을 가질 지조차 모를 정도라면 이건 너무하다. 홍 사모도 처음에 이동네에 와서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학교에 가고 졸업을 하면 직업을 가지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곳에선 그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단다. 

“어느 날 한 아이가 학교를 못갔다는 거에요. 왜 못갔냐고 물었더니 버스카드를 엄마가 가져가서 학교를 갈 수가 없었대요. 이 버스카드는 아이들이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학교에서 나누어 준 것이예요. 그런데 이걸 엄마가 가져가서 학교에 못 간거죠. 한국 엄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아침에 아이가 늦잠을 자도 학교가라고 깨우지 않아요. 학교를 다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선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교육이 필요해요.”  

앤디 킴 목사는 이곳 사람들이 ‘보통의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다

홍 사모는 이동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잘 안다고 했다. 주로 흑인들이 사는 동네는 대부분 한국 사람들도 무서워한다. 한국인도 미국에선 소수 민족이지만 흑인을 경계한다. 실제로 흑인에게 나쁜 일을 당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로인해 생긴 벽을 허물고 극복하는 것도 복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사랑의 본능을 주셨어요. 언제까지 무서워하고 미워할 수는 없어요. 그것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하죠. 한 발자국만 앞으로 나아가면 극복할 수 있어요. 아이들 캠프할 때보면 막상 아이들끼리는 인종에 상관없이 너무 잘 지내요. 문제는 어른이죠. 마음을 좀 더 열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요.”

이곳 상황을 알면 알수록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은 커져간다. 한국 사람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불평등을 이 사람들은 일상처럼 여기고 살아간다. 이동네 사는 흑인치고 경찰에게 의심받고 심문당한 경험이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가끔 홍 사모를 찾아와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기가막힐 때가 많다. 

“내가 저 사람 상황이었으면 아마 죽었을 것 같아요. 저는 상상도 못할만큼 심각한 문제들이 많죠. 제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가 없어요. 그러나 누구나 이야기 하다보면 말하면서 정리가 되고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동네에서 세 아이를 낳고 키운 홍 사모와 앤디 킴 목사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이웃이고 가족이다. 17년이라는 세월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사’가 되었다. 그것은 서로에게 믿음을 준다. 자녀들이 집에 오는 길에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어디 집으로 뛰어들어가서 도움을 청하라고 말해줄 정도로 신뢰가 쌓였다고 한다. 

함께 찾아나가는 희망의 길

17년째 여기 살며 진짜 '동네 사람'이 된 부부는 아이들 교육과 교회에 대한 소망이 날로 간절해진다. 앤디 킴 목사는 교회에 리더십을 잘 세우고 싶다고 하며, 그동안 교회에서 사람 세우는 일이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예배 때 설교를 했던 마리오 파간(Mario Pagan) 장로도 신학교를 가기 원하지만 대학을 다니지 않아서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어떻게든 신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주일에 설교하는 마리오 파간(Mario Pagan) 장로의 모습. 8번가 교회의 유일한 장로이다. ⓒ<미주뉴스앤조이> 유영

사실 교인중에 지속적으로 교회에 나오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열심히 예수님 믿겠다고 해놓고 다시 마약하는 과정이 많이 반복되는데, 마리오 파간 장로는 4년간 꾸준히 교회에 나왔고 올해 3월에 장로로 세워졌다. 특히 필라델피아 태생이고 이동네에 오래 살았다. 그래서 신학을 공부하고 현지 사역자가 되면, 마을 사람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   

한편 방과 후 학교에는 전문적인 교사들이 많이 오길 바란다. 현재는 교사 자격증이 없는 발렌티어들이 아이들을 맡고 있는데, 앞으로는 제대로 된 커리큘럼으로 정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미래에 희망을 가지려면 이 아이들의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소중한 아이들이라고 홍 사모는 강조한다.

“저희는 아주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어른들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정상적인 삶을 꾸리길 바라고, 아이들은 꿈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을 받길 원해요. 지금은 미약하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고 돕는 손길도 늘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교회에서는 매일 오전 8시 반에 ‘Prayer’ 시간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죠. 직업이 없어서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을 교회에서 체크하는 거예요. 커피와 빵을 마시든 이야기를 나누든 뭔가를 자꾸 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에요. 가만히 있으면 자꾸 사고치니까. (웃음) 물도 계속 흘러가야 썩지 않는 것처럼 우리 이웃이 삶을 사랑하고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해요.”

경소영  soyoung@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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