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교단 혐오세력에 휘둘리는 NCCK 현주소, ‘교회일치’ 정신 되돌아 봐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오는 31일 명성교회에서 열리는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오는 31일 명성교회에서 열리는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오는 31일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여하기로 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공교롭게도 연합예배 장소가 명성교회에서 열리는 데다 그날 예배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사실 그리스도교에서 진보-보수라는 이념적 구분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창조주 하나님, 그리고 그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이념지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존재인가? 

개신교계가 보수-진보로 갈린 이유를 찾으려면 한국적 정치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 NCCK는 '교회일치' 정신으로 모인 교단 연합체다. 다만 NCCK는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 군부 독재시절, 독재정권에 맞서며 불의한 정권에 탄압 받는 이들의 '도피성' 구실을 해왔다.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당시)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NCCK 인권센터가 방패막이 노릇을 자처해서다. 

반면 이전까지 한국 개신교계는 보수 정치세력과 결을 같이했다. 그러니 NCCK가 진보적으로 보인 건 당연한 귀결이다.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등장한 시점이 1987년 민주화 이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NCCK는 지향점을 잃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던 차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민주주의 퇴보 징후가 뚜렷해지자, NCCK는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냈다. 용산참사·세월호 참사 등 이어진 사회적 참사에서 기꺼이 유가족의 곁을 지키며 그리스도교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려 했다. 지난 2018년 3월엔 제주4.3 사건을 되짚어 보고자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평화기행'을 떠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연대하는 등 제 구실을 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부에서 NCCK의 근간인 교회일치를 흔드려는 시도가 갈수록 심해졌다. 회원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그리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대표주자다.

예장통합·기감 급격한 퇴행, NCCK마저 ‘흔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는 소속 교단이었던 예장통합 교단 내 혐오세력의 준동으로 중도하차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는 소속 교단이었던 예장통합 교단 내 혐오세력의 준동으로 중도하차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예장통합과 기감은 NCCK에서 가진 지분(?)이 상당하다. 그런데 두 교단이 최근 몇 년 사이 퇴행 징후가 역력했다. 예장통합 교단의 경우 최대 규모 교회인 명성교회는 교단 헌법까지 '패싱'하며 세습을 완성했다. 개신교계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일었지만 명성교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예장통합 교단은 명성교회 눈치 보기 급급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기감 교단은 아예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해 축복기도 하고 꽃을 뿌렸다는 이유로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를 면직·출교했다. 

이제 동성애 혐오는 엄염히 교단 주류로 들어왔다. 한 예로 예장통합에서 준동하던 동성애 혐오론자들은 전임 이홍정 NCCK 총무가 차별금지법에 찬성하고 성소수자에 연대하는 모습을 문제 삼아 이 총무를 '흔들었고', 결국 이 총무는 중도하차했다. 이들은 이제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해 인권조례 폐지를 관철해내기까지 한다. 

이런 흐름은 NCCK도 보수주의에 힘을 잃고 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징후라 할 것이다. NCCK가 10.29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참사 희생자와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그저 고난 당하는 이의 곁을 지켜주는 일 말고는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NCCK가 올해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여하기로 한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NCCK 측은 올해가 NCCK100주년을 맞는 해이고, 이전부터 부활절연합예배 참여 논의를 해왔으나, 장소가 명성교회라는 점으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뜻 깊은 부활절에 보수·진보 교계가 한 자리에 모여 예배드리는 건 여러모로 의미 있다. 하지만 위에 적었듯 NCCK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 같은 행태가 반드시 보수·진보의 일치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부활절연합예배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처럼 현 윤석열 정부에서도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징후는 역력하다. 아니 이전 보수정권 보다 역주행하는 속도가 엄청나다. 

만약 NCCK가 예배 현장에서 당당하게 김삼환 원로목사에게 세습을 중단해줄 것을 외칠 의도가 있는가? 한편 윤석열 대통령 면전에서 더 이상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박절하게 대하지 말것과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의혹에 대해 특검을 수용해 줄 것, 그리고 더 이상 미국·일본에 굴종적인 외교를 중단하고,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가? 

만약 대통령실 경호원이 이른바 ‘입틀막’을 해서 사지를 들어 끌어내도 당당히 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정말로 김삼환 원로목사와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이렇게 할 자신 있으면 부활절 연합예배 참석을 권한다. 

그러나 아무 목소리 없이 자리만 차지하면서 인증샷 찍고 예배를 마칠 요량이라면 부활절 연합예배 참석은 재고하기 바란다. 부활절의 의미를 욕보이는 일이니 말이다. 

저작권자 ©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