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의 커피 이야기) 탄자니아 커피

지난 한 동안 일과 커피사이에서 마치 얼음판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신경을 발가락과 얼음판 사이에 모으고 온몸의 무게 중심을 최대한 낮추고 살살 걷듯 버텼다. 그리고 오늘, 지난 달을 버틴 것에 대한 선물처럼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물론 비는 엘에이에서는 만날 없는 열대성 태풍의 영향이라기에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한 생각이 마음 한켠에 그림자처럼 드리우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마른 사막에, 공기가 마르다 못해 마치 바늘처럼 살갗을 찌르는 이런 여름 건기에 비가 온다니 마치 수십 만에 연락이 닿아 만나기로 약속한 첫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부터 마당에서 비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른 정말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마른 흙바닥으로 빗방울이 마치 총알처럼 박히며 파편이 튀듯 흙내음이 튀어 올라온다. 어쩌면 우리 영혼이 깨지고 파해쳐질 나는 향이 이런 향이 아닐까 싶다.

횡경막을 최대한으로 내리고 가장 공간에 빗방울에 흙내음을 가득 담고는 아침커피를 내렸다. 흙내음과 어울릴 같아서 예멘으로 선택했는데 만족스러운 뭔가 아쉽다. 그래서 다시 손이 커피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피베리. 모금에 들어오는 맛과 향이 건기에 사막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딱이다. 모래와 물이 만나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으로 메워주며 사이에서 전혀 상상치 못했던 새로운 생명을 틔우는 그런 맛이다.

탄자니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킬리만자로 아니면 세렝게티일 텐데 사실 탄자니아는 에티오피아, 케냐와 함께 아프리카 커피의 자존심 같은 이름이다. 비록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처럼 서구제국의 수탈과 침략에 고통받고 지금도 자본의 질서에 저버린 이름이지만 탄자니아 커피의 맛과 향은 아니 커피를 키워낸 땅의 맛과 지치지 않고 키워낸 인간의 향은 세계 최고의 커피 하나라는 칭호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탄자니아 커피는 헤밍웨이의 커피로도 유명하다. 헤밍웨이가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하며 항상 마셨던 것이 바로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커피였다는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의 소설을 가득 채운 허무함을 중화시키기고 어루만지기에 탄자니아 커피만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어디 헤밍웨이의 소설만 그렇겠는가? 우리들의 삶은 어쩌면 그의 소설보다 허무할지도 모른다. 덮힌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박제되버린 표범에게 왜라는 질문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너무나 뼈져리게 느끼지 않는가? 왜라는 의미의 무게보다는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의 눈빛이 훨씬 두렵게 다가오지 않는가?

세상에 내던져진 신과 인간사이에서,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주체와 타자 사이에서, 우연과 인과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미끄러지면서도 마치 마초인양 후들거리는 다리를 숨긴 잔뜩 굽은 어깨에 힘을 주는 우리들에게 탄자니아 커피는 두려움과 떨림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마약성 진통제같은 커피이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허무에 대항하기 위하여세계 존재라는 말을 즐겨 썼다. 세계--존재' 주관성에 갇혀 있는 고립된 주체가 아니라 세계 속에 있는 사물들과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다. ‘안전’, ‘과학적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 사람들은 단어의 세계에 갇혀 바깥 세계에서 바다가 핵폐수로 오염되어 간다는 사실을 모른다. 한마디로 존재에 다가가지 못하는 존재자라는 뜻인데 돼지에게도 존재자라는 거룩한 기표는 쓰여질 있다. 세계 존재가 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는데 질문은 괴담으로 치부된다.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두려움을 잠시 잊는다는 것은 다음 질문을 위한 숨고름의 과정이 있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커피를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란 노래 가사에 나오는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같으면서도 비어 있는 청춘에 건배” 하고 싶은 분들에게, 그리고 간극에서 떨림으로 있을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또한 두려움과 떨림 사이에 있는 이들에게 세계 존재가 되라고 권했던 하이데거, 막상 자신은 숨고름의 시간을 갖지 못해 나치를 세계 전부로 인식하고 유대인을 고립된 주체로 보는 어리석음 범했던 그에게도 탄자니아 커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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