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살감” “무지개 동산” 거침없는 막말, 타겟은 ‘세습반대자’

세월호 막말설교로 물의를 일으킨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가 이번엔 새벽예배 설교에서 노골적으로 동성애를 혐오하는 설교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제보자 제공
세월호 막말설교로 물의를 일으킨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가 이번엔 새벽예배 설교에서 노골적으로 동성애를 혐오하는 설교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제보자 제공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입’이 점점 제어장치가 풀리는 느낌이다. 앞서 기자는 김 원로목사가 지난 10일 새벽기도 설교에서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알렸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

김 원로목사는 설교에서 “동성애가 얼마나 나쁘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곧장 교단 신학교인 장로회신학대를 향해 막말을 이어나갔다. “장신대가 무지개동산 됐다”, “장신대 출신은 받지 말아야 한다, 썩어빠졌다”는 대목에서 김 원로목사의 막말은 정점에 이른다. 

김 원로목사는 지난해 9월 속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당시 류영모 총회장에게 “옛날로 말하면 총살감이다, 그거는. 그건 간첩보다 더 나쁜, 이단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김 원로목사의 막말에선 하나 공통점이 드러난다. 바로 ‘세습’이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은 세습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교단 지도부는 ‘헌법을 잠재해놓고’ 명성교회 세습에 길을 터줬다. 

이 과정에서 반대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장로회신학대는 세습 반대에 가장 앞장섰었다. 세습 논란이 한창 뜨거웠던 지난 2018년 1월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60명은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장신대 교수모임’ 출범을 선언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또 세습 적법성을 두고 예장통합 교단 재판국이 교단 법정을 열었을 때 이 학교 신학생들이 나서서 세습 철회를 촉구했었다. 

류영모 전 총회장을 향해 ‘총살감’ 운운한 발언도 맥락이 비슷하다. 명성교회 평신도연합회 정태윤 집사는 2022년 1월 김하나 목사를 상대로 대표자지위부존재확인 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정 집사의 손을 들어줬다. 

명성교회는 즉각 항소했고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런데 2심 판결에 앞서 김 원로목사는 류영모 당시 총회장에게 명성교회에 우호적인 내용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내줄 것을 요청했는데, 류 전 총회장은 이를 거절했다. ‘총살감’ 발언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요약하면 김삼환 원로목사는 자신의 목적, 즉 세습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자기 먹을 것 얻을 자격 있다”

장신대 신학생들이 지난 2019년 8월 총회재판국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장신대 신학생들이 지난 2019년 8월 총회재판국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개신교·가톨릭·정교회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비움’을 유독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따르는 12명의 제자에게 복음전파의 사명을 주어 세상에 내보낸다. 

이때 예수 그리스도는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전을 넣어가지고 다니지 말 것이며 식량 자루나 여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도 가지고 다니지 마라”고 당부한다. (공동번역 마태오복음 10장 9~10절) 

예수의 가르침은 일반 상식으론 사뭇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이스라엘이 로마의 식민지배를 받는 시절임을 감안해 볼 때,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일은 죽음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복음전도에 앞서 자금을 끌어 모으고 어느 정도 조직을 갖추는 게 먼저일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세상에 나가라고 한다. “일하는 사람은 자기 먹을 것을 얻을 자격이 있다”면서. 

왜 명성교회가 교단 헌법마저 거스르면서 그토록 세습에 매달렸을까? 10만에 이르는 성도를, 수백억에 이르는 부동산과 현금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 같은 교회 대물림이 지갑에 돈 한 푼도 넣지 말고 세상에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 정반대이진 않은가? 김삼환 원로목사, 그리고 세습에 동조한 교단 목회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는 과연 무엇일가? 

위에 적은 질문들을 곱씹어 보면, 김삼환 원로목사의 막말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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