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신학교 신약성서신학 김세윤 원로교수, 고국 찾아 강연

풀러신학교 신약성서신학 김세윤 원로교수가 25일 오후 서울영동교회에서 ‘사도 바울과 로마제국’을 주제로 강연했다. Ⓒ 줌 강연 화면갈무리
풀러신학교 신약성서신학 김세윤 원로교수가 25일 오후 서울영동교회에서 ‘사도 바울과 로마제국’을 주제로 강연했다. Ⓒ 줌 강연 화면갈무리

풀러신학교 신약성서신학과 김세윤 원로교수가 25일 오후 서울영동교회에서 ‘사도 바울과 로마제국’을 주제로 강연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성서한국·기독법률가회 등이 주최한 이번 강연은 연합사경회 형식으로 열렸다. 

김 교수는 먼저 1990년대부터 리처드 호슬리(Richard Horsley)를 중심으로 사도 바울의 편지들에 대해 ‘반 제국적 해석’이 시도됐고, 2000년대 들어 N. T. 라이트가 강력한 주창자가 되면서 신약학계에서 강한 힘을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반제국적 해석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차례로 침공하면서 미국이 신제국주의자 면모를 보이는데 따른 학계의 반발이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사도 바울의 복음이 ‘반제국주의적’이라기보다 ‘반사단적’이라고 못 박는다. 이때 김 교수는 아가야 총독 갈리오의 판례를 소개한다. 

“고린도에서 바울은  AD 51년 7-8월 아가야의 총독 갈리오의 재판을 받았는데, 갈리오는 바울의 복음 선포를 유대인들 간의 신학적 논쟁의 문제로 규정하고 그의 선교에 대해 로마 법에 의한 재판 사항이 아니라고 판결했다”는 게 갈리오 판결 요지다. 

김 교수는 이 판결이 로마 정부의 바울 선교에 대한 중요한 사법적 판례가 됐다고 지적한다. 

“이 판례에 힘입어 바울이 반제국적이라는 칭호들을 집중적으로 사용해 예수 그리스도가 만유의 주로 군림하며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의 통치권을 위임받아 사탄의 모든 세력들을 멸망시키고, 영광 중에 화려하게 재림해 우리의 구원을 완성 하리라고 선포했다”는 게 김 교수의 주된 논점이다. 

다시 말하면 “로마 제국의 언어로 예수 그리스도가 진정한 하나님의 아들이며 만유의 주로서 진정한 정의·평화를 가져온 종말의 구원자라고 주장한 셈”이란 말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바울이 교회가 교회 밖의 전체 사회나 국가에 있어서 제도적 개혁을 추진하는 운동을 할 것을 시사하지 않고 로마제국의 체제에 있어 혁명적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며 시대적 한계를 분명히 한다. 

이뿐만 아니다. “바울은 로마 제국의 통치에 저항하기보다는 그리스도를 믿어 이미 구원의 첫 열매를 받아 빛의 자녀들이 된 신자들이 허황된 구호에 도취되어 방탕한 삶을 살 것이 아니고, 도덕적인 경각심을 가지고 장차 주의 재림 때 얻게 될 구원의 완성, 즉 하나님의 진노로부터 구속 받아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살 것에 대한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사랑을 실천하면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로마 제국에 임할 심판, 굳게 믿은 바울 

이 같은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려면 바울이 살았던 시대와 바울의 시대인식을 살펴봐야 한다. 김 교수가 밝힌 바울의 시대인식은 이렇다. 

“(바울은) 언젠가는 ‘무법자’의 출현을 현재 막고 있는 클로디오스나 그와 같이 선정을 베풀 그의 후계자가 사라지게 되고, 결국 칼리굴라 보다 더 악독한 세상의 통치자가 나타나 온 세상에 걸쳐 하나님에 대한 사탄의 반란을 실행함으로써 온 세상이 혼돈에 빠지게 되고 바울 자신의 열방 선교는 불가능해질 것인데, 그때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어 세상을 심판하시고 그의 백성을 구원하실 것으로 믿은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무시간적 관점에서 기독교 정치윤리의 항구적인 교본으로 삼으려는 전통적인 태도도 옳지 않지만, 바울의 복음 선포를 반제국적·반로마적으로 보려는 근래의 일부 시도도 옳지 않음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결론 짓는다. 

바울 이후 2천 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 상황은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 김 교수는 현 시대를 ⓵ 현재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바울과 같이 주의 재림과 이 세상의 멸망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⓶ 교회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주 크고 영향력 있는 공동체이며 ⓷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 아래 살아서, 정치·경제·사회적 영역들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들에 반하는 세력의 저항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개혁을 제안하고 추진할 수 있다고 요약한다. 

이에 김 교수는 “현대 교회는 성령의 도움을 받아 주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에 믿음으로 순종해 하나님 나라 복음의 구원의 힘을 바울보다 더 포괄적으로,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모든 차별과 불평등과 불의를 극복하는데 적용해서 삶의 모든 영역들에서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와 행복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말미에 김 교수는 “근래에 미국 복음주의자들은 왜 평생 기독교적 가치들과는 정 반대로 살면서, 사기·탈세·성적 방탕을 일삼아 온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는가?”라는, 사뭇 날선 질문을 제기한다. 

이 같은 질문은 지금의 한국 상황에도 똑같이 적용 가능하다. “근래에 한국 보수 대형 개신교는 평생 기독교적 가치들과 정 반대로 살면서, 천공이란 무속인이나 신천지 등 이단종파와 유착 의혹이 이는 윤석열 대통령을 정권을 지지하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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