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낌 없는 공개 활동, JMS 관련자 성폭력상담소 개설까지 

성폭력으로 10년간 옥살이를 한 JMS 정명석 총재는 2018년 2월 출소 후 고향인 금산군 월명동에 수련원을 마련해 그곳에서 기거해 왔다. 현재 월명동수련원은 평온한 상태다. 하지만 외부인의 출입에 대해선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성폭력으로 10년간 옥살이를 한 JMS 정명석 총재는 2018년 2월 출소 후 고향인 금산군 월명동에 수련원을 마련해 그곳에서 기거해 왔다. 현재 월명동수련원은 평온한 상태다. 하지만 외부인의 출입에 대해선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가 성폭력 혐의로 구속 기소 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이는 가운데, 정 총재 고향이자 사실상 아성인 월명동 수련원이 있는 금산군 처지가 난감해졌다.

먼저 금산에 위치한 성폭력상담센터 황 아무개 소장의 이력이 논란이다. 정 총재 성폭력이 공분을 일으키면서 금산성폭력상담센터는 덩달아 주목 받기 시작했다. 센터를 운영하는 황 센터장이 JMS 목사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산군청이 센터장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고 센터 개설을 승인한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센터가 문을 연 시점은 지난 2010년. 이 센터는 지난 2017년부터 금산군청으로부터 운영비를 지원 받기 시작했다. 2022년엔 ‘폭력 없는 가정과 안전한 지역사회 조성’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도비 지원까지 받았다. 이 센터가 지난해 받은 지원금만 1억 2천 만원 상당이다. 

이 센터는 금산군청 공무원 노조와 업무협약을 맺는가 하면,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통해 정명석 총재 성폭력이 알려지면서 이곳을 바라보는 시선도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성폭력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종교단체에 속했던 목회자가 성폭력상담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국민 혈세를 지원받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임은 분명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어 올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황 소장은 애초부터 상담소를 개설하고 소장을 맡을 때, 관련분야 경력이 전무했다. 

성폭력 상담소는 국가나 지자체,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개인이 신고하면 각 지자체가 소정의 심사절차를 거쳐 승인하도록 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상담소장은 ‘사회복지사 2급 이상의 자격을 취득한 후 가정폭력 방지업무에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자’ 혹은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7급 이상 공무원으로 가정폭력 방지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경력자’ 등 경력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았다. 

JMS 관련 이력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금산성폭력센터. 그런데 금산군청이 센터장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고 센터 개설을 승인한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JMS 관련 이력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금산성폭력센터. 그런데 금산군청이 센터장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고 센터 개설을 승인한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하지만 금산군청은 황 센터장이 이 분야에서 관련 경력이 없음을 인지했음에도 성폭력센터 시설을 승인해줬다. 

이에 대해 금산군청 인구가족과 측은 “개설을 승인하던 2010년 당시엔 ‘상담소장 및 상담원’은 대졸자나 사회복지사 자격소지자 등 어느 항목 하나만 충족하면 소정의 교육 이수 후 자격을 인정한다는 규정이 있었고, 이를 근거로 승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직 종사자들의 말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상담사 A 씨는 “이미 여성가족부는 2009년 ‘여성권익증진사업 운영지침’을 마련해 놓고, 상담소 설치·승인 시에 상담소장 경력을 엄격히 규정해 놓았다. 그리고 상담소장 경력 규정은 해를 거듭할수록 엄격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청에서 법률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센터 승인을 내준데다 도비까지 지원해준 모양새가 됐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금산군청은 “해당 지침은 가정폭력관련 교육 훈련시설에 적용하는 규정일 뿐, 성폭력상담소장 자격 기준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복수의 현직 상담원들은 “상담소장 기준은 가정폭력·성폭력 등 전반에 적용하는 기준”이라고 맞섰다. 

앞서 적었듯 센터장은 JMS 목회자 이력이 알려 지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센터는 현재 운영 중이다. 

금산군청 인구가족과는 “JMS 관련 논란이 일면서 법률 자문을 받았는데 중대한 위법 사실이 발견돼야 운영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단 종파 관련 사실만으로 중단시키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 기자는 황 센터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센터를 방문했다. 그러나 황 소장은 취재를 거절했다. 센터 직원은 “언론과 인터뷰하면 진의가 왜곡돼 나가기 때문에 일체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게 센터장 입장”이라고 전했다. 

JMS 활개 쳐도 제한규정 ‘전무’ 

JMS가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 받는 한 어린이집. 입구 표지석엔 정명석 총재 글씨체로 보이는 글귀가 적혀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JMS가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 받는 한 어린이집. 입구 표지석엔 정명석 총재 글씨체로 보이는 글귀가 적혀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금산군의 고민은 또 있다. 금산군청은 정 총재 변호를 맡았었고, 현재 JMS 대표인 양승남 변호사를 무료법률 상담원으로 위촉해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 클릭 )

이뿐만 아니다. 정 총재와 신도들이 금산군 대표축제인 인삼축제에 참여하는 등 버젓이 공개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취재에 응한 시민 B 씨는 “JMS가 사실상 인삼축제 같은 문화행사를 주관한다”고 털어 놓았다. JMS는 어린이집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어린이집 앞 표지석엔 정명석 총재 친필로 보이는 글귀가 적혀 있다. 

금산군청은 당혹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금산군청 기획팀은 기자와 면담하면서 양승남 변호사 일부터 꺼냈다. 

기획팀은 “양 변호사가 JMS 관련자라는 사실은 정말 몰랐다. 금산군에 변호사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기에 위촉한 것일 뿐이다. 지금은 더 이상 양 변호사와 함께 하지 않는다”며 거리를 뒀다. 

또 인삼축제 등 공개행사 참석과 관련해선 “이단 종파 누구라도 축제는 참석할 수 있고, 군이 이를 막을 수는 없다. 종교단체가 참여하겠다는 데 누가 막겠나?”고 되물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민 B 씨는 “JMS가 지역사회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다. 지금 사회적 관심이 높지만, 어느 순간 관심이 식으면 다시금 고개를 들 것이다. 당국이 지역에 침투한 JMS를 솎아내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으로선 이단 종파와의 관련성을 이유로 공적 활동을 제한할 아무런 근거 규정이 없다. 금산군청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정 총재는 준강간 등 혐의로 대전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정 총재에 대해 16일까지 3차 심리를 마쳤고, 오는 6월 20일 4차 심리를 재개할 계획이다. 한편 정 총재는 16일 양승남 변호사를 해임 조치했고, 그 배경에 여론 물타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16일 심리에서 재판부에 “지난 2018년 출소한 뒤 재차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 성범죄 습벽과 재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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