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임원회 명성교회에 장소사용 협조 요청, ‘세습금지법 폐기' 의혹 나오기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이순창 총회장) 교단이 오는 9월 제108회기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이순창 총회장) 교단이 오는 9월 제108회기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이순창 총회장) 교단이 오는 9월 제108회기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통합교단 임원회는 명성교회에 장소 사용 협조공문을 보낸 상태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인 현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대물림하면서 세습을 금지한 교단 헌법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총회장소가 명성교회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습에 반대해온 단위들은 예장통합 교단이 세습을 기정사실화하려고 꼼수를 부린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는 9일 오후 예장통합 총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명성교회 총회 철회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예장통합 총회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평화나무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예장통합 총회는 ‘세습금지법’ 제정 이후 꼭 10년 째인 올해 제108회 교단 정기총회를 명성교회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김삼환 원로목사가 총회장 사과를 전제로 장소 사용을 허락했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사실이라면 이는 세기의 굴욕”이라고 예장통합 총회를 규탄했다. 

이어 “9월 교단 정기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겠다는 총회 임원은 야훼와 바알 중 누구를 선택할지 분명히 하기 바란다”고 비판을 이어나갔다. 

이날 기자회견엔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를 상대로 대표자지위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패소한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 정태윤 집사가 참여했다. 

소송과 관련, 1심은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었고,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정 집사는 “총회 임원회가 ‘총회와 명성교회의 치유와 화해를 위해' 올해 제108회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개최하기로 청원했고 명성교회에 총회 장소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총회와 명성교회의 치유와 화해를 위해' 라고 하는 명분은 김삼환 원로목사의 발상인가? 아니면 총회장 주변 임원들의 발상인가? 온갖 비리와 불법세습으로 사회에서도 조롱거리로 전락한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겠다는 임원회의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또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세습금지법이 엄연히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세습을 허용한 목사를 준엄하게 꾸짖고 바로잡아할 법관들이 오히려 이를 비켜갔고, 되려 명성교회를 두둔하는 예정통합 교단의 입장만 인정했다는 것에 너무나 실망했다”는 심경도 전했다. 

예장통합 교단이 세습금지를 명문화한 헌법을 폐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는 9일 오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명성교회 총회 철회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회장소 변경을 촉구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는 9일 오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명성교회 총회 철회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회장소 변경을 촉구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익명을 요구한 교단 관계자는 ”명성교회는 세습반대 단체나 노회원들에게 폭력적으로 대응했다.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겠다는 건 이렇게 세습반대 노회와 다른 외부시민단체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꼼수“라고 털어 놓았다.

평화나무 기독교센터 김디모데 센터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일각에서는 일부러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열어서 세습반대하는 노회, 교회와 총대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해서 친명성 노회들만 모아놓고 세습금지법안을 폐기하고자 임원회가 살짝 분위기를 감지하려고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순창 총회장은 세간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회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총회 기간 동안 7~8천 명 정도 인원이 모여 기도회를 하려 하는데 명성교회만한 장소가 없어 장소 사용을 신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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