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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은 새해의 시작이다

대림절이다. 대강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교회력은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니까 교회력으로는 오늘이 새해의 첫날이다. 개신교의 교회력은 천주교의 전례력과 일치한다. 교회력은 하나님이 인간의 시간에 개입하셔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드시고 예수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신 것을 중심으로 삼아 한 해의 흐름에서 그리스도의 구원을 기념하고 경축하는 날로 구성된다.

교회력은 유대인들의 유대력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세상에서 사용하는 달력을 사용하면서도 자신들의 유대력에 따라 살아간다. 유대인들의 새해는 나팔절로 시작된다. 나팔절에 이어 곧바로 초막절이 이어지기 때문에 새해 휴일이 무려 15일에 달한다. 유대교인들은 그것을 지킨다. 따라서 유대인들의 시간 흐름은 세상의 시간 흐름과 달리 구별된다. 유대인들은 같은 세상을 살면서도 세상의 시간을 따라 살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을 다른 민족과 구별해주었고 2천 년이 흐른 뒤에 이스라엘 건국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세상과 다른 시간을 사는 그들의 신앙은 결코 세상에 함몰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개신교의 교회력은 허약하다. 나는 해마다 대림절(대강절)이 새해의 시작임을 설파했지만 대림절을 새해의 시작으로 여기는 그리스도인들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인들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에 덧붙여진 사족 같은 것일 뿐이다. 그런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사고를 가지고 다르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은 어떠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실제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리스도인의 신앙이 일상의 영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많다. 그래서 개신교 그리스도인들의 대강절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대강 술이나 마시는 기간이 되었다.

유대인들의 유대력을 생각해보자. 유대인들이 무려 2천년 동안이나 여러 나라들에서 소수민족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면서도 세상에 동화되지 않고, 민족이 소멸되지 않은 것은 안식일을 지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유대력이라는 다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2천 년이 아니라 더 긴 시간이 흐른다 해도 결코 세상에 동화되지 않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나갔을 것이다. 만일 유대인들이 일반 직장을 다닌다면 유대력에 따라 새해를 맞을 수가 있겠는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주일을 성수했다. 이제는 그리스도인의 주일성수 마저 조롱을 받는 상황이 되었지만 나는 지금도 그리스도인의 주일성수는 매우 중요하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부득이한 직업을 가진 경우 다른 날을 주일로 지켜야 하는 경우는 생길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 날을 정해 주님의 날로 지킨다는 것은 반드시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주일 성수를 위해 나는 선망의 대상인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선택하였다. 수년 간 준비했던 중요한 자격시험도 시험이 주일에 치러졌기 때문에 시험 한 번 보지 못하고 포기한 적도 있다. 주일을 성수하기 위해 나는 주일이 아닌 휴일, 다시 말해 국경일이나 명절에 당시는 당직으로 불린 근무를 미리 섰다. 특히 명절 근무는 두세 개의 보통 주일 근무와 바꿀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명절에 근무를 하였다. 그런 일상적인 근무 이외의 특별한 근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땐 돈을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근무를 부탁하였다.

때론 그마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나는 직장 상사에게 내가 그 근무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솔직히 밝혔다. 주일성수를 위해 나올 수 없다고 이실직고를 한 것이다. 상사는 펄펄 뛰며 불같이 화를 냈다. 나에게 그만두고 교회나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 일로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지만 그날 나올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씀을 드렸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그날을 넘겼다. 다음 해 같은 일이 발생했다. 나는 그 상사가 담당직원을 불러 "젠 진짜니까 빼줘"라고 하면서 나를 빼주라고 지시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그런 일이 그냥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그렇게 될 수 있는 대가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내가 항상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고 희생하는 것이다. 나는 하나님이 나 때문에 욕을 잡수시지 않도록 언제나 성실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야 했다.

이런 내 경험을 반추해보면 유대인들이 유대인들이 아닌 사회에서 살면서도 나와 비슷한 삶으로 자신들의 절기를 지킬 수도 있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세상과 다른 리듬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유대인들에게도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결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나는 그러한 정체성의 유지는 무엇보다 세상과 다른 리듬으로 사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력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상 사람과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력은 절대적이 아닐지라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해마다 대림절을 지키면서 나는 내 마음 속에 주님이 온전히 계시는가를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이미 오신 예수를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영적인 유익이 되는가를 해마다 새롭게 경험한다. 주님이 내 마음의 주인이신 삶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교회력은 그런 나를 도와준다.

나는 또 다시 새롭게 주님을 기다린다. 주님은 해마다 새롭게 탄생하시지만 해마다 다른 의미로 내게 오신다. 그건 내가 영적으로 더 성숙했느냐 퇴보했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특히 올해 예수님이 더욱 기다려지는 건 오늘날 교회가 너무도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주님을 온전히 기쁘게 맞이하는 교회를 주님께 예물로 드리고 싶다.

최태선  tschoi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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