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12.15 토 08:01
상단여백
HOME 칼럼·오피니언 최태선목사의 오늘의 단상
"후임자에게 걸림돌 안 되게 낙향"

"후임자에게 걸림돌 안 되게 낙향"

이재철 목사님의 기사 제목이다. 그분이 은퇴하셨다. 전에 ‘주님의 교회’를 떠날 때처럼 그분은 멀리 떠난다.

그분은 내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목사님들 가운데 한 분이다. 나는 신학생들에게 그분의 책을 수십 권 사서 나눠주기도 했다. 그분이 정신여고 강당의 완공을 얼마 남기지 않고 교회를 떠나는 장면에서 나는 울었다. 나는 감동했고, 그 감동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의 그분의 행적에서 나는 여러 번 그 비슷한 감동을 받았다. 그분 역시 제도권 교회에서 파문을 당하긴 했지만 그분은 제도권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만일 내가 제도권 안에 머물렀다면 그분은 나의 최고의 롤모델이었을 것이다.

이재철 목사(사진:유투브)

하지만 나는 제도권 교회를 떠났다. 제도권 교회 안에서는 성서가 말하는 교회를 구현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하나님 나라 관점이라는 안경을 쓰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일 내가 하나님 나라에 대해 알지 못했고, 기독교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온 사도행전에 기록된 교회와 같은 급진적인 교회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나 역시 그분의 뒤를 따랐을 것이다.

내가 알게 된 하나님 나라는 오늘날 교회의 모습과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성서는, 특히 신약은 교회가 제자들의 사회이며 세상과 완전히 다른 도치된 대안사회를 소개한다. 하나님 나라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정의가 구현되는 곳이며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창조의 회복이다. 그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보면 오늘날 교회는 정말 하나님의 뜻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역행하고 있다.

이재철 목사님은 낙향의 변을 후임자에게 걸림돌이 안 되게 하려는 것으로 설명한다. 하나님 나라인 교회를 향해 가는 나는 전임자가 가까이 있으면 후임자에게 걸림돌이 되는 교회에 절망한다. 왜 전임자가 있으면 후임자에게 걸림돌이 되는가. 오늘날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그런 이 목사님에게 존경을 표한다. 나도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세습이 대세인 교회에서 그 같은 이 목사님의 행보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바라보면 전임자가 후임자의 걸림돌이 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 그것은 또한 교회가 세상에 함몰되었음을 드러내는 명확한 증거이기도 하다. 왜 전임자가 없어야 후임자가 제대로 목회를 할 수 있는가. 그 이유는 정확히 교회가 권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과 마찬가지로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다스리고 통치하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분명히 밝히셨다.

"너희가 아는 대로, 이방 사람들을 다스린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백성들을 마구 내리누르고, 고관들은 백성들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끼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치를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내주러 왔다."

나는 신약에서 가장 핵심적인 말씀 하나를 선택하라면 “그러나 너희끼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선택할 것이다. 제자들의 사회는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방식으로 사는 곳이어야 한다. 교회는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방식이 구현되는 것이어야 한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도 적어도 지향점으로라도 하나님 나라 방식을 택해야 한다.

섬김은 단순히 봉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권위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곳, 권위자체가 존재하지 않도록 만들어 세상과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되는 것이다. 지도자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처럼 ‘섬기는 종’이 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 사회에서 전임자가 후임자의 걸림돌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 전임자는 후임자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후임자는 그런 선임자를 따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선임자는 후임자의 본이 되어야 한다. 그런 교회에서는 은퇴라는 말 자체가 없다. 내 말을 오해하지 말라. 선임자가 남아서 간섭을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결국 은퇴가 필요한 교회는 목사가 다스린다고 자처하는 사람이 된 곳이다.

안다. 내가 하는 말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이해의 범위를 넘는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내가 알게 된 하나님 나라인 교회인 것을 어쩌랴. 그래서 나는 새 부대가 되고자 드리던 예배를 멈추고 새로운 교회를 이루고자 이렇게 무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감히 말한다. 나는 이 목사님이 낙향한 그곳에서라도 하나님 나라인 교회를 알게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태선  tschoi45@hanmail.net

<저작권자 © M 뉴스앤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태선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의견나누기(0개)
코드를 입력하세요!   
0 / 최대 3200바이트 (한글 1600자)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상세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