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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의 우울증[미쉘 김의 심리치료]능력자들의 우울증 (High-functioning depression)

날씨가 선선해 지는 가을이 왔다. 낙엽이 바삭거리는 공원을 거닐고, 거리를 나서면 이제 조금씩 상점들도 갈색, 주황색, 호박색 등 가을의 색깔을 입는다. 상담실에서 가을을 타는 듯한 소중한 마음의 나눔들도 듣곤 한다. 나 자신 또한 마음이 차분해 지며 치열했던 여름, 지나갔던 시간들, 몇달 남지 않은 한 해를 생각 (contemplate) 하며, 글을 적어보기도 하고, 내 마음을 알아 주는 것만 같은 재즈 음악을 들으며 진한 커피도 마신다. 가을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무단히 써왔던 것에서 내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고, 소통하며 내면돌보기를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계절이다.

우울증은 우리의 육체과 감정, 생각, 결정, 행동등의 오래된 불균형 (imbalance) 이 감정 조절 (emotional regulation)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인 어려움이다. 우울함을 (사실은 어떤 감정이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결국 내가 살아(alive) 있단 증거인데, 우리는 조금 더 마음의 속내를 들어내 보이는 듯 (Vulnerable) 한 감정일 수록 부끄러운 마음 (Shame) 에 그 감정을 숨기거나 억압하려고 노력한다. 불안감, 분노와 같이, 우울한 감정도 그 중에 하나인데,  인간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럽고, 더 깊고 정직한 내면의 대화들을 열어 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는 우울증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2015 년 미국 중독과 정신건강 서비스 관리처(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 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18 세 이상 성인 중 6.1 million 의 사람들 전체 성인 인구의 6.7 %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우울증 에피소드를 겪었다고 한다. 현재 2017년의 조사 결과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고립감, 사회부정의, 분노, 늘어만 가는 요구(demands)들로 인해 우울증은 계속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성취와 인정받는 것이 자신의 가치에 많은 영향을 주는 사회에서 현대의 우울함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울증의 양상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Low-functioning)  현상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는 번듯한 직장도 있고, 자녀도 잘 키우고,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도 떨고, 운동도 하고, 겉으로 봤을 때는 잘 살아가고 있는 (High-functioning) 많은 사람들이 내면에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지고 있다.  

High-functioning depression은 몸과 마음은 너무 힘들지만, 자신을 끊임없이 다그치고, 하나라도 놓칠 수 없고, 나의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는, 판단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계속 우리를 작동(Perform)하게 한다. 외부적으로는 많은 것을 이뤘고, 상황적으로 좋아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자신을 가혹하게 비판하고,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음을 본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치료를 받거나 관계에서 회복되기 보다는 고립을 선택하고 조용히 고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나 생존해야 (Survival)해야 하는 이민사회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 나타난다. 내가 아프지만 아픈 것을 모른다. High-functioning depression 이 일반적인Low-functioning우울증보다 삶의 외부적으로 (Externally) 나타나는 큰 문제가 없기에, 실제 치료를 찾기 보다 비밀스럽게, 혼자 고통 (struggle)하는 면에서 기존의 우울증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11 가지 정도 능력자들의 우울증 (High-functioning depression)의 성향들을 한번 체크해 보자.  

 

재미나 기쁨을 경험하기 힘들다 (Difficulty experiencing joy) – 이전에 재미나 기쁨을 주던 일들도 버겁게 느껴진다.

냉혹한 나와 타인에 대한 비판적인 마음 (Relentless criticality of self and others.) – 나 자신이 항상 실패자인 것 처럼 느껴지고, 나의 배우자 (또는 직장동료, 가족) 은 나를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가혹하게 판단한다.  

끊임 없는 자신 의심 (Constant self-doubt.) – 내 자신의 직업, 능력, 관계에 대해 자신이 없고 의심한다.

고갈된 에너지 (Diminished energy.) – 감정적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삶을 살아갈 힘이 없다.  

늘어난 짜증과 화 (Irritability or excessive anger.) – 작은 일에도 욱하며 짜증과 과도한 화를 내며 남탓을 자주 한다.

작은 일도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Small things feel like huge things.) – 과거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들에도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부담으로 느껴진다.

과거와 미래에 관한 죄책감과 염려 (Feelings of guilt and worry over the past and the future.) – 학교 다닐 때 직업을 잘 선택했던 것인지, 배우자를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닌지, 과거에 대한 죄책감, 미래의 재정, 앞으로 빚은 어떻게 갚을 것인지, 노화도 과도하게 걱정이 되고, 아플때 돌봐줄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계속 사로잡힌다.  

중독적인 행동 (Relying on your coping strategies more and more.) –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술이나, 도박, 쇼핑, 재미, 성형, TV, 드라마 등에 빠진다.

일반화된 슬픔(Generalized sadness.) – 무엇인지 꼭 집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항상 느끼는 무기력감과 희망이 없는 듯한 느낌.

완벽주의 추구 (Seeking perfection.) – 우리자신과 타인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와 요구를 하며, 그 기대에 못미쳤을 경우 자신을 괴롭히며 기준에 못미친다고 느낀다.

쉴 수 없고, 천천히 갈 수 없음 (Inability to rest and slow down.) –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휴식하지 못하거나, 천천히 가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느껴진다.  

 

내면은 이런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은 사람들 (High-functioning depression)은 때로는 강박과 책임감에 맡겨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려고 애쓴다. 뛰어난 예술가들도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이런 측면을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우울함은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콘트롤한다고 쉽게 없어지진 않는다. 불균형이 온데는 삶의 스토리들이 있다. 성취한 것들이 많은 사람일 수록, 자신의 아픔을 바라보고 그 스토리들을 풀어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내면의 아픔을 받아들인 다는 것은 용기이다. 나아가 내 주변의 지체들도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 혼자라는 외로움과 고립감에서 새로운 공감과 연대를 경험하게 해준다. 본인이 우울함이 있다고 인지될 때 그 감정들을 그냥 흘려 보내거나 방치하지 말고, 본인이 치료의 도움 (therapeutic help)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 진정으로 지지해줄 수 있는 공동체도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권유한다. 우리는 다 외롭고, 우울한 존재이며…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it’s ok)…

저자 미쉘 김은 캘리포니아 주 파사데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리치료사이다. -편집자 주-

 

Reference

http://www.healthline.com/health/depression/this-is-what-high-functioning-depression-looks-like

http://www.scarymommy.com/signs-high-functioning-depression/?utm_source=FB

미쉘김  newsnjoy@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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