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10.18 목 14:03
상단여백
HOME Issue&View
그들이 기억하는 것들성폭행 피해자들의 기억에 관한 연구 보도
사진: 영화 한공주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연방 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브렛 캐버너의 성추문 의혹에 관해 새로운 증언이 나오고 있다. 26일 줄리 스웨트닉(Julie Swetnick)이라는 여성은 고등학생 시절 브렛 캐버너와 그의 친구 마크 저지가 파티 때마다 늘 술에 취한 채 여학생들에게 약을 먹이는 등의 방식으로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자신도 피해자 이었다고 밝혔다. 캐버너의 성추문 의혹을 폭로한 세 번째 여성이다. 캐버너는 여전히 모든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와 교계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오가고 있다. 특히 모든 의혹을 부정하며 캐버너의 인준을 촉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낙태를 반대하는 민주당의 공작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도 있다. 포드 교수와 다른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보수 정계 및 교계 지도자들은 피해자의 기억이 구체적이지 않고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든다.

미국 언론 CNN, CBS, Sojourners 등은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등의 의견을 듣고 극단적 공포와 수치심을 겪은 성폭행 피해자들의 트라우마와 사후에 그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 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교계에서도 목회자의 성추문 사건이 생기면 피해자들에게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죽음의 공포나 극단적 수치심을 느낀 피해자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대하지 못하고 소위 객관이라는 이름으로 이차 피해를 주곤 한다.

이 연구는 교회나 성추문 조사를 담당한 교회 관계자들, 혹은 재판을 담당하는 교계 지도자들,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 관계자나 법조인들도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 들어있다.

본 글은 CNN이 지난 21일 보도한 “기억은 남는다: 성폭행 피해자들이 기억하는 것들과 그 이유”에 실린 내용의 번역 기사다.

원문 출처: http://https://www.cnn.com/2018/09/21/health/memory-sexual-assault-ptsd/index.html

 

밀폐된 방안에 강제로 갇힌 채 침대로 몰려 몸을 더듬는 짓을 당했다: 이것이 성폭행 피해자가 기억하는 일종의 구체적 상황 묘사이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의대 임상 심리학자이자 국립 범죄 피해자 연구 및 치료 센터 디렉터인 킬패트릭 교수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피해 사건 발생 일자나 시간 혹은 범죄자가 입었던 옷 등 주변 상황들에 대한 기억은 그들의 머릿속에서 점점 잊히기도 하지만,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에 대한 기억은 머릿속에 깊이 박혀 그 자리에 남아있게 된다.

의과대학의 정신 의학 및 행동 과학 부서 고문 조사관으로 40여 년간 성폭력 피해자들을 연구해온 전문가인 그는 “두뇌의 기억은 비디오카메라처럼 모든 걸 상세히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이었든지 나쁜 일이었든지, 그 사건에서 자신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끼쳤던 부분들만 포착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크리스틴 블라지 포드 교수는 캐버너가 36년 전 고등학생 당시 술에 취한 채 자신을 성폭력 했다고 주장했다. 캐버너는 포드 교수의 주장을 부인해왔다.

포드 교수는 다이엔 파인슈타인 상원의원에게 보낸 서문에서,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은 술에 취한 캐버너 판사의 웃음소리와 그의 친구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입을 막았던 손과, 소리가 새나가지 않게 켜놓은 시끄러운 음악소리라고 진술했다.

포드교수는 “그러다가 잘못해서 사고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편지에 기록했다.

성폭력 피해자 과반수가 사건당시 피해자들이 심한 상처를 입거나 살해당할 위험을 느낀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킬패트릭 교수는 그렇다고 답했으며, “그런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의 경우, 장기간의 정신장애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포드교수는 오랜 동안 “좌절감”을 느낀 채 살아왔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증상과 신경 불안 등에 시달려왔다고 밝혔다.

 

고통스런 기억의 강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폭력 여성 피해자들은 교통사고 등의 다른 유형의 충격을 겪은 여성들보다도 피해 상황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럿거스 주립대 트레이스 숄스 신경과학 교수는 이번 달에 출간된 정신의학 저널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정신적 충격을 더 많이 느끼게 되고, 피해 상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었으며, 그 피해 사건을 자신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부분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더 높았다”고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다른 종류의 고통스런 피해를 당한 사람들보다 피해사건을 훨씬 더 많이 떠올리기 때문에 그 기억이 더 오래 남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 과정은 고통스런 기억들을 더 강화시켜주며 과거로부터 벗어나기가 더 어렵게 만든다.

숄스 교수는 “과거 사건을 다시 기억하는 순간 그 과거 순간을 현재로 가져오기 때문에 사실상 머릿속에 또 하나의 기억을 다시 만들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정신적 충격을 되풀이해서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 우울증, 정신 불안 등, 외상 후 인지(post-traumatic cognitions)라고 불리는 증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결과 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성폭력 피해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우울 증상이 44퍼센트가 높은 것으로 보고됐으며, 정신 불안 증상은 두 배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숄스 교수는 “과거를 자주 생각할 때마다, 동시에 자신의 미래를 염려하게 된다”고 말한다. 성폭력의 경우, 그런 공포감은 사람을 쇠약해지게 만들 수 있다 .

 

이해관계에 따라 달리 주장

킬패트릭 교수는 포드교수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그의 연구 조사를 바탕으로 보면 포드교수의 경우도 “상당수의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와 굉장히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포드교수가 피해 사건을 신고하지 않았는데, 킬패트릭 교수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대다수가 피해를 신고하지 않는다. 신고한 경우는 20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또한, 포드 교수의 경우와 같이 성폭력 여성 피해 과반수가 18세 미만이다. 그리고 다른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포드 교수도 정신장애 증상을 겪었다고 밝히고 있다.

포드 교수가 가해자를 다른 사람과 혼동한 것이 틀림없다는 오린 해치상원의원의 주장에 대해, 킬패트릭 교수는 ‘사건의 본질이, 아닌 소소 정당의 주장 쪽으로 기울게 된다(where you stand depends on where you sit)’는 옛 격언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한다. 그는 포드 교수가 오랫동안 언급하기 두려워했던 바로 그 기억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해치 상원의원의 주장은 대단히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한 것이며, 캘패트릭 교수의 오랜 연구 결과에 어긋나는 주장이라고 강조한다.

위 연구 결과는 캐버너를 일방적으로 감싸는 교계 지도자들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진실을 밝히는 것과 정의를 세우는 것에는 관심없고 진영 논리에 따라 피해자들을 거짓말 장이로 몰거나 정확치 않은 기억으로 억울한 누명을 씌운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전해 주어야 할 내용이다. 

신기성  shin@newsnjoy.us

<저작권자 © M 뉴스앤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기성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의견나누기(0개)
코드를 입력하세요!   
0 / 최대 3200바이트 (한글 1600자)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상세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