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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버노 공격은 영적 전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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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연방 대법관 지명자 브렛 캐버노의 자격에 관해 미국 정계 뿐만 아니라 교계도 논쟁이 뜨겁다. 9명으로 구성된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5:4로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명은 미국 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이므로 한번 인준되면 언제 다시 공석이 생길지 모른다. 더구나 미국 사회의 중요 이슈와 공화당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들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대법관 임명 보다는 더 큰 관심을 끌곤 한다.

캐버노가 지명되자마자 공화당 민주당은 물론 교계를 비롯한 사회 여러 분야에서 찬성과 반대 논쟁이 가열되어 왔다.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준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 이었다. 문제는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첫 번째 폭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6일, 캘리포니아 팔로알토대 심리학과 교수 크리스틴 포드(51)의 실명을 공개하며 캐버노의 성추행 사건을 보도했다.

그녀는 1980년대 초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가했다. 당시 15살이었던 그녀를 남학생 둘이 침실에 강제로 밀어 넣고 음악을 크게 틀어 방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한 후 한 명이 그녀의 몸에 올라탔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순간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옆에 서 있던 친구도 침대 위로 뛰어 올랐고 술에 취한 그들은 침대에서 떨어졌다. 그 사이 화장실에 뛰어 들어가 문을 잠그고 위기를 모면한다.

워싱턴포스트의 폭로 이후 정치권은 더욱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공화당 의원 및 보수 층은 캐버노를 감싸고 있다.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공화당)은 이번 폭로는 35년 전에 일어난 일에 관한 것이며 확인 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체로 성폭행 전력이 있으면 공직자로서의 인준에 큰 흠이 생겨야 보통이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분명한 사안에서는 늘 그렇듯이 도덕적 자질 검증이 아닌 진영 논리로 흡수되어 버린다.

소속 정당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걸린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교계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포드는 27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기로 했고 본인은 증언하기 전 FBI 조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교계 반응

보수 복음주의 교계 지도자들은 피해자의 증언을 듣거나 수사기관의 조사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캐버노를 변호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적그리스도의 길을 예배하고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던 텍사스 주 달라스 소재 제일침례교회 로버트 제프리(Robert Jeffress)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성폭행은 악랄한 범죄다. 나는 모든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한다. (이번 건에서) 나는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민주당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 민주당의 유일한 목적은 캐버노의 인준을 막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좌파의 역겨운 위선과 학대당한 여성들에 대한 민주당의 거짓된 염려를 꿰뚫어 보고 있다.

본인 스스로 진실을 모른다고 하면서 민주당 비난으로 결론을 맺는다. 피해자에 대한 고려나 사건의 진상에 대한 관심은 없다. 그 밖에 다른 교계 지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본다.

이런 일을 전에도 보았다. 클라렌스 토마스, 헤르만 케인, 로이 무어 등. 이들은 모두 증명할 수 없는 성폭력 혐의를 받았고 그들의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 이 세 명은 이 나라를 사랑하고 헌법을 준수하는 굳건한 보수주의자들이다. (팀 윌드먼, 미국 가족협회 회장)

나는 캐버노의 무죄를 믿는다. 이전에 그에 대해 어떤 혐의도 제기된 적이 없었는데 왜 지금인가? 그를 성폭력 가해자로 몰고 있는 거짓 뉴스들은 복음주의자들에 의해 일축될 것이다. 왜냐하면 캐버너가 무죄하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고 진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혐의를 제기함으로써 교회와 독실한 기독교인을 파괴하려는 자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스티븐 스트랭, 카리스마 미디어 창립자이자 『하나님과 트럼프』 저자)

40여 년 전 그가 십대였을 때 했던 일을 지금 끄집어내 캐버노 판사 같은 뛰어난 경력을 가진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그가 대법관의 위치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알려면 성인으로서 그가 했던 일과 그의 삶을 보아야만 한다. (프랭클린 그래함, 사마리아인의 지갑 대표, 빌리 그래함 손자)

나는 브렛 캐버노가 정직하고 신뢰할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와의 40년 동안의 관계로 추정해 보건데, 그는 결코 진실성과 인격적인 면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람이다. 최근에 그에게 제기된 혐의가 그를 향한 나의 신뢰를 증명해 주기를 희망한다.(몬시녀 존 엔들러, 캐버너 전 목사)

브렛 캐버노를 인준하는 데 실패한 대가는 미국 상원을 잃는 것만큼 엄청날 것이다. 만약 명백히 그리고 탁월한 자질을 갖춘 훌륭한 지명자를 공화당이 방어하지 못하고 인준에 실패한다면, 11월 선거에서 신앙에 의지하는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랄프 리드, 페이스 앤 콜리션)

트럼프 대통령은 36년 전 그 때 신고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나쁜 일이 있었다면 본인이나 혹은 사랑하는 부모가 신고를 했어야 마땅하다. 언제 어디서 그 일이 있었는지 보여라”고 주장했다.

 

추가 폭로들

성추문 사건은 보통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수 정치가들과 교계 지도자들이 포드를 비난하고 있을 때 두 번째 희생자가 나타났다. 뉴요커는 버라 라미레스(53)라는 여성이 캐버너와 예일대 재학 시절 한 파티에서 그가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고 얼굴에 들이밀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말만 믿고 캐버너를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머쓱해 졌을 것이다. 예일대 로스쿨 학생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침묵시위를 벌이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24일자 CBS 뉴스는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상대인 스토미 대이얼스의 변호인으로 알려진 마이클 애버내티 변호사는 캐버노 지명자가 1980년 파티에서 벌인 또 다른 성추문 증거를 상원 법사위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시험대

소위 복음적 가치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다는 사람들 누구도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공감 능력 부재는 보수 복음주의의 공통 현상인 듯하다. 성폭력 사건이 보도된 후 그녀에 대한 비난은 물론이고 살해 협박도 받았다고 한다. 35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을 이제야 끄집어내 훌륭한 판사를 공격한다고 비난하는 그는 35년 그 긴 세월 동안 고통가운데 몸부림 쳤을 사람은 떠오르지 않는 걸까?

포드는 35년 만에 그 사건을 끄집어 낸 것이 아니라 지금은 50대 중반이 된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그가 미국 사법부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 속에 가둬두었던 수치, 두려움, 분노 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악행을 저질렀던 사람이 미국의 법과 정의를 판단하는 사법부 최고직에 오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나선 것이다.

일부 교계 지도자들은 캐버노에 대한 혐의 제기를 영적 전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낙태와 동성애를 지키기 위한 사탄과의 싸움이므로 캐버노를 반드시 인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은 대의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억울한 고통과 한을 돌봐야 할 때다. 캐버노가 인준되느냐가 또 한번 미국 사회 윤리의식의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신기성  shin@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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