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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은 상호적이다바람직한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의 관계에 관해
김성환 목사의 <가나공방>에서 제작한 화해의 십자가

"진정한 교회개혁은 담임목사에 대한 온전한 순종이다." 어느 목사님의 종교개혁주일 설교란다. 허나 진정한 종교개혁은 목사가 교인에게 순종할 때 시작될 것이다.

어느 분이 페이스에 올린 짧은 글입니다. 먼저 이분이 언급하신 어느 목사님이 종교개혁주일에 한 설교는 다 들어보아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런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나님 나라에서 벗어난 인간중심의 사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는 비단 그 목사님만의 사고가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의 목사들이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지만 실제로 그 머리를 대변하는 것은 목사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사고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어느 조직이건 위계질서가 엄연해야 일사분란하고 질서 있게 작동한다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교회는 조직이 아니라 유기체이며 역동적인 관계가 핵심이라는 사실입니다.

성서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말은 ‘서로(알렐론)’라는 단어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면서 그것이 새 계명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라는 말은 기독교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공통된 요구이며 율법의 정신 역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은 사랑을 언급하면서 새 계명이라고 하셨던 것일까요. 그것은 옛 계명도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

그 이유를 저는 ‘서로’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처럼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사랑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또 짝사랑처럼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양쪽이 모두 반응해야 하기에 그런 사랑들보다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성서에서 말하는 사랑은 혈연관계도 아니고 연인관계도 아닌 완전히 다른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 간의 사랑입니다. 그러니 그게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만난 사람들, 다시 말해 교회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더구나 주님은 교인들이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그들이 당신의 제자인 것을 알게 된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당신의 제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교회는 제자들의 사회의 다른 말입니다. 그러니까 교인들이 제자가 아니라면 그건 제자들의 사회가 아니라는 말임과 동시에 교회가 아니라는 말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것은 상호 복종과 상호 섬김이라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입증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마지막 만찬의 자리에서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대야에 물을 담아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우리가 아는 세족식입니다. 세족식은 상호 복종과 상호 섬김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성찬과 달리 이 세족식을 기념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말해 성례로 삼으라고 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상호 복종과 상호 섬김은 예식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서로 사랑해야 하고 그것은 상호 복종과 상호 섬김에 의해 이루어지고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목사가 교인에게 순종하기 시작하면 상호 복종과 상호 섬김이 저절로 이루어질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목사가 교인에게 순종하기 시작하면 교인들은 목사니까 순종한다고 하거나 자신들이 생활비를 주니까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목사가 교인에게 순종할 때 진정한 종교개혁은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그것이 제자들의 사회인 진짜 교회로 향하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호 복종과 상호 섬김은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이 말씀하신 사랑 실천의 일환이 되어야 합니다. 순종, 다시 말해 복종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배관계, 다시 말해 권력관계에서도 순종은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저는 개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향해 가자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길을 가려는 사람은 주님이 주신 새 계명에 따라 서로 사랑해야 하고 상호 복종과 상호 섬김은 매일 매순간의 일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태선 목사  tschoi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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