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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람한 신성모독[오늘의 단상] 환란을 자랑하는 기독교

청와대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대통령 내외가 문에서 그분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았다. 정말 감동스러운 장면이다. 나라가 보호해주지 못해 그런 피해를 입은 분들을 나라가 위로해주는 그 모습은 다른 어떤 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위로와 회복이며 나라의 미래를 위한 단단한 초석을 다지는 일이다.

그 모습을 보며 멜 깁슨 주연의 전쟁 영화 “위 어 솔저스”가 생각난다. 영화에서 무어 중령으로 분한 멜 깁슨은 "우리가 적진에 들어갈 때 내가 가장 먼저 전장에 발을 디딜 것이고 전장을 떠날 땐 내가 가장 늦게 나올 것이며 누구도 남겨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대로 했다. 멜 깁슨이라는 인물이 주었던 진지함과 믿음직스러운 신실함을 대통령 부부에게서 보았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감동적인 장면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만나 소녀 같이 서로의 어깨를 두들겨가며 인사하던 해맑은 모습이었다. 그런 걸 동병상련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진부할지도 모르지만 그 말을 하고 싶은 건 그런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옛 상처를 극복하고 인간의 존엄을 드러내는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분들에게는 어떤 그림자도 없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을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직업병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순간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경험한다. 바로 그 모습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맞다. 교회는 그런 곳이다. 세상에서 아무리 험한 일을 당해도 동료 그리스도인들을 만나면 소녀 같아질 수 있는 사람들, 그 어떤 어려움을 겪어도 능히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힘과 위로를 주는 곳이 교회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교회가 그립다. 그런 교회가 되고 싶고 그런 교회로 주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의 성공이나 업적을 자랑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랑할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의 배후에 주님이 계시고 그들이 하는 모든 일들의 주체가 주님이셨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무엇을 했다는 자의식 자체가 없었다. 그만큼 그들은 주님과 일치하였고 또 그만큼 주님의 능력을 경험했다.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실패와 약함을 자랑했다. 그 실패와 약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선의 도구로 만드시는 주님의 능력을 체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아가 그들은 자신들이 당한 환란을 자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주님과 동행하며 주님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환란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홍해 앞에 다다른 이스라엘이 느껴야 했던 그 두려움의 순간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경험한 것과 같이, 자신들과 함께하시는 주님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쌓여가면서 그토록 두려운 환란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변화시켜나가는 주님의 사랑의 손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감사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바로 이런 것이 기독교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주님은 우리와 함께 하신다. 그러나 오늘날 기독교는 환란을 자랑하지 않고 자신들의 규모와 업적을 자랑한다. 이 변질, 이 비극을 아니 이 참람한 신성모독을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사람들이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맞이하는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감동도 에이는 아픔도 느끼지 않는다. 그래도 명성교회나 사랑의 교회 같은 교회들을 위해 정력을 낭비하겠는가? 그것이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하겠는가? 오늘도 나는 억장이 무너진다.

최태선  tschoi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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