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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길 잃은 보수 개신교, 새해엔 회개하라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성소수자 혐오·교회세습 등으로 얼룩졌던 한 해

2018년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지난 일에 대한 회고와 지금 맞이하는 새해 각오를 다잡기 마련이다. 그런데 개신교계, 특히 보수 개신교계로서는 지난 한 해 길 잃은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서 새해 각오란 말 자체가 무색해 보인다. 

2016년 12월 중순께부터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반대 집회에 나오는 이들의 수가 불어났다. 이 와중에 보수 대형교회들이 신도를 동원한 정황이 포착됐다. ⓒ 지유석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에 앞장선 일부터 짚어보자. 2016년 12월 중순께부터 탄핵 무효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인파가 갑자기 늘어났다. 이들은 서로를 '집사님', '권사님'으로 부르며 주최 측의 진행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를 두고 보수 대형교회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일었다. 이 같은 의혹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신도수 20만 규모의 은혜와진리교회가 신도들을 3.1절 광화문 사거리에서 열렸던 탄핵반대 집회에 동원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알려진 것이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세계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친형제 사이기도 했다.

대선 이후 성소수자로 의제 전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개신교계는 얼른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 편에 섰다. 19대 대통령 보궐선거를 불과 1주일여 앞둔 지난 5월 2일 보수 개신교계 정당인 기독자유당은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돌이켜 보면 보수 개신교계의 이 같은 행태는 박근혜 전 정권 몰락 이후 보수 개신교계가 성소수자 문제를 본격 쟁점화할 것임을 시사하는 신호탄인 셈이었다. 

실제 보수 개신교계는 성소수자 인권 증진 활동에 매진해왔던 목회자 한 명을 표적으로 삼았다. 대선을 치른 다음 달인 6월 국내최대 장로교단은 보수 예장합동 교단 이단대책위원회가 퀴어성서주석 번역 작업에 참여한 점을 문제 삼아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 심사를 벌였다. 예장합동의 이단성 심사에 예장통합, 기감, 고신, 합신, 대신, 기성, 기침 등 8개 보수교단이 가세했다. 이들은 임 목사에 대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임보라 목사는 인권에 대하여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있다. 동성애는 인권이 아니라 음란으로 규정되는 죄악이다. 그리고 오히려 정통 기독교를 천박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정통 교회의 교리가 '성경 무오설'과 '문자주의'에 의해서 잘못된 성경 해석으로 인한 잘못된 교리라고 공격한다."

보수 개신교계의 임 목사 이단성 심사는 현대판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그럼에도 성소수자를 겨냥한 보수 교단의 마녀사냥은 거침 없었다.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통합 교단은 9월 교단 총회에서 성 소수자 및 이들과 연대하는 이들의 신학교 입학을 불허하기로 결의했다. 예장합동 교단 역시 교단 헌법 제3조에 "동성애자와 본 교단의 교리에 위배되는 이단에 속한 자가 요청하는 집례를 거부할 수 있고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결정은 교단의 최고 의결기구에서 이뤄졌다. 결국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은 성 소수자 혐오와 배제를 법으로 명시한 셈이다.

보수 자유한국당은 보수 개신교계의 성소수자 의제를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끌어들였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듣기에도 낯뜨거운 혐오 발언으로 인사청문회장을 오염시켰다. 그때의 말들을 다시 되짚어 보자.

"동성애에 관한 부분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한다." (주광덕 의원)

"성 소수자를 인정하면 동성애뿐만 아니라 근친상간, 소아성애자, 시체 상간, 수간 즉 동물 성관계 허용까지 비화될 것이다. (김명수 후보자가) 동성애에 대해 확실히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넘어갈 수 없다." (이채익 의원)

"동성애를 옹호하고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대법원장은 절대 안 된다."(정우택 원내대표)

보수 개신교계와 자유한국당의 성소수자 혐오는 정치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색깔론이 힘을 잃자 성소수자로 표적을 갈아 치웠다는 말이다.

보수 개신교계와 보수 정치권이 자신들의 목적을 얼마만큼 성공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보수 개신교계는 '성소수자' 혹은 '성평등' 의제가 공론의 장에 나올 때마다 상대가 자신을 미치광이로 보게 하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며 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신학생들은 학내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자 6월 연합기도회를 갖고, 십자가를 앞세워 거리를 행진했다. ⓒ 지유석

다소 결이 다르지만 지난 해 각 교단 신학교들은 이사장의 인사전횡(감신대), 신임 총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한신대), 교단 목회자의 교회 세습(성결교단) 등 교단을 막론하고 학내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한신대의 경우 신학전공 학생 33명이 집단 자퇴를 결의하고 이중 세 명의 학생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그야말로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신학생들은 학내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자 6월 연합기도회를 갖고, 십자가를 앞세워 거리를 행진했다. 각 신학교마다 학내 분규의 성격은 달랐다. 그러나 그 원인이 신학교가 총회 정치판의 놀이터로 전락한 점에서는 매 한 가지였고, 이 같은 사태는 교단 보수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연말 대형악재 연이어 불거져 

연말이 다가오면서 보수 개신교계에 악재가 거듭 불거졌다. 먼저 종교인과세 논란이다. 보수 개신교계는 정부가 종교인과세를 시행하면서 종교활동비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종교단체회계 세무조사도 종교인 소득으로만 한정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을 내놓자 반색했다. 종교활동비 비과세와 세무조사 제한은 보수 개신교계의 핵심 요구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곱지 않다. 또 종교관련 시민단체들이 시행령 수정안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행령 수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지난 12월26일 종교투명성감시센터 김형남 운영위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정안 마련 과정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폭탄돌리기 식의 결정이 이뤄졌다"라면서 "수정안은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와 괴리돼 있다는 판단이 든다. 이에 잘 준비해서 위헌 판단을 받아내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결국 자신의 아들인 김 아무개 목사를 자신의 후임으로 정했다. 사실 김 원로목사 퇴임 이후 후계구도는 교계는 물론 사회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 이유는 '크기'에 있었다. 명성교회는 장로교단 안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였으니, 이 교회의 지도부 교체는 충분히 관심을 끌 문제였다. CBS 등 기독교계 언론은 물론 JTBC뉴스룸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특히 JTBC뉴스룸의 보도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명성교회 측은 세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세습에 반대하는 목회자들은 명성교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동원해 세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맞서는 중이다.

12.28한일위안부 합의 타결 직후 대학생들이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장면. 실제 지난 해 연말 12.28합의가 졸속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 지유석

2017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조차 보수 개신교계는 다시금 악재를 만났다. 우선 12.28한일위안부합의가 우리의 입장은 하나도 관철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일본 측 입장만 수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는 27일 "한국 쪽은 협상에서 종래 일본의 '도의적 책임 통감'보다 진전된 '책임 통감'의 표현을 얻어냈다. 그러나 '법적' 책임이나 책임 '인정'이라는 말은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개성공단이 중단된 건 박 전 대통령의 구두지시 때문이었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보수 개신교계는 박근혜 전 정권 시절 정부의 우군을 자처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무슨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입장을 답습하며 정부를 두둔했다. 12.28한일위안부 합의와 개성공단 중단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12.28한일위안부 합의가 발표되자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 등은 일제히 환영입장을 내놓았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 것과 군의 관여를 인정한 것은 외교적 합의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일본 정부 예산으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의 외교적 방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합의의 세부적 내용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답보 상태를 거듭해 온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풀어갈 단초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진일보된 결과인 것이다." - 한기총 

"이번에 이런 타협이 맺어지기까지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처 온 것으로 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의 '집요하리 만큼 집중력 있는 외교적 추궁에 의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지난 1992년부터 시작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1200회가 넘는 집회와, 이를 지지하는 우리 국민들과, 이를 받아들여 일본을 꾸짖는 국제 사회의 역할들이 주효했다고 본다." - 언론회

개성공단 중단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 개신교계의 반응은 위안부 합의 발표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북한이 남북화해교류협력 및 남북경제협력의 목적으로 세워진 개성공단을 북한 주민의 삶과 안정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주민의 인권은 철저히 배제한 채 군수물자 및 핵, 미사일만을 개발해온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 한기총 

"남북간 협력의 마지막 연결고리인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조치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모든 책임은 평화노력을 핵개발로, 화해협력을 미사일 발사로 응답한 북한에 전적으로 있음을 지적한다." - 한교연 

아직 보수 개신교계는 앞서 12.28한일위안부 합의와 개성공단 중단을 환영한데 대해 구체적인 해명이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정부가 종교인과세를 시행하려 하자 종교활동비 과세와 종교기관에 대한 세무조사를 종교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순교적 저항' 운운하며, '일사각오의 결단을 불사할 것'이라는 식의 협박조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처럼 보수 개신교계는 2017년 한국 사회에 그다지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아니, 정반대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기총은 2018년 신년 메시지를 내놓았는데, 이 메시지를 보면 이들이 여전히 시대 흐름을 못 읽고 있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2017년은 우리 사회에 정치적으로 혼란과 혼동의 정국이었고, 극명한 대립과 갈등이 여과 없이 표출되었습니다. 문제를 넘어 변화의 시작이 되어야 할 시점에 적폐청산이라는 또 하나의 정쟁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과거에 머물게 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수 개신교계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 노릇을 했다. 박근혜 전 정권에서도 정권의 우군을 자처하며 정치적인 행보를 취할 때가 더 많았다.

부디 새해엔 그 발걸음을 돌이키기 바란다.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사실을 회개하고, 박근혜 전 정권을 찬양한 죄를 우리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기 바란다. 만약 그 발걸음을 돌이키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뒤에서 자신들의 이익만 탐할 경우,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때가서 아무리 하나님께 울고불고 매달려도 소용없다. 하나님께서는 당신들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실 테니까 말이다.

"나더러 주님 주님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그 날에는 많은 사람이 나를 보고 '주님, 주님 ! 우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또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았읍니까?'하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때에 나는 분명히 그들에게 '악한 일을 일삼는 자들아, 나에게서 물러가라.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고 말할 것이다." - 마태 복음 7:21~23(공동번역 성서)

지유석  luke.wyclif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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