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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삯꾼 목사'가 가장 사랑하는 게 교회다이보다 좋은 직장이 없다

고려의 유학자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천년왕국 신라가 망한 주요 원인을 명료하게 분석한 바 있다. 결론은 사찰이 너무 많고 승려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아마 그게 왜 나라가 망할 일인지 궁금할 분이 있을 것이다.

당시는 승려가 되면 3가지 특권이 있었다. 군대에 가지 않았고, 세금을 내지 않았고, 그리고 노동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놀고 먹는 승려가 너무 많았으니 국력이 약해져 망국으로 가는 길을 촉진하였다는 게 김부식의 견해다.

고려 시대 승려는 저리 가라

하지만 오늘날 개신교의 '삯꾼 목사'는 사실 고려 시대의 승려가 전혀 부럽지 않다. 그나마 단순히 놀고 먹는 정도에서 그치면 크게 다행이다. 신도들을 마른 행주처럼 쥐어짜서 아예 개부자가 된 삯꾼들도 많다.

더구나 공부를 별로 못 해도 줄만 서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은 신학교가 얼마든지 널려있다. 그리고 나중에 교회 돈으로 해외 학위를 사다시피 해서 어렵지 않게 학력 세탁을 할 수 있다.

놀라운 이적이 멈추지 않는 한국교회는 담임목사만 되면 예배당에서 적당히 뒹굴며 유유자적하던 돌팔이도 어느 날 거뜬히 목회학 박사가 된다. 게다가 그 논문이 얼마나 저질인지 몰라도 교인에게 공개를 기피하는 목사도 있다.

아무튼 가족 중에 이미 담임목사가 있는 성골 출신이면 더욱 금상첨화다. 신학교 몇 년 공부하고 부목사로 잠시 버티면 제법 고상한 길이 열려 있다. 직접 세습, 교차 세습, 순환 세습, 그리고 분가 세습 등 편법은 얼마든지 있다. 꼭 세습이 아니어도 목돈만 있으면 뒷거래로 담임목사직 매매도 가능하다. 권리금 수천만 원을 주면 수십여 명의 교인까지 함께 넘겨준다고 한다.

삯꾼 목회 동업자들이 모여서 흔히 하는 말이 하나 있다. 십일조 교인 10가정만 있으면 일단은 먹고 살 수 있다는 거다. 굳이 중대형 교회가 아니어도 우선 이 정도만 되어도 한숨 돌려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개신교 담임목사는 철밥통

요즘은 웬만한 명문 대학을 나와도 전문직 취직이 만만치 않은 시대다. 허나 일단 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면 사회적 위상과 예우가 많이 달라진다. 비록 뒤로 욕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지는 혹시 모르겠으나 대개는 모두 정중하게 대해준다.  

이래서 삯꾼들은 더욱 신난다. 아주 결정적인 실수만 하지 않으면 개신교 담임목사는 철밥통이다. 한번 담임은 영원히 담임이다. 해병대보다 더 무섭다. 더 큰 교회에서 부르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 떠난다. 평일에 하고 싶은 짓 다 하다가 매주일 무게 잡고 설교만 몇 번 잘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도 귀찮으면 남의 설교를 표절하거나 적당히 짜깁기한다.

그러면 이 핑계 저 핑계로 교회 돈을 짭짤하게 쓸 수 있다. 맹신도들의 돈은 먼저 보는 삯꾼이 임자다. 헌금 종류만 100여 가지나 되고 사례비나 지원비 종류만 해도 30여 가지가 된다.

그 결과 교인이 오십 명만 되어도 삯꾼 목사의 얼굴엔 윤이 난다. 그러니 이렇게 좋은 평생 직장을 어찌 남에게 줄 수 있을까. 오히려 이 비밀을 모르는 놈들이 바보로 보인다. 아들이 없으면 딸이나 사위나 조카에게라도 물려준다. 더구나 돈줄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대형 교회라면 늘 고상한 척 연기하던 그 거룩한 얼굴에 갑자기 두꺼운 철판을 깔아서라도 기필코 세습한다. 이 바닥에선 "목사 임기제를 하자"는 신앙적 권고는 아예 씨도 안 먹힌다.

대다수의 신실한 목회자들은 고생하며 목회한다. 양심적으로 가는 교회 사역은 고난의 길이다. 신학 공부도 설교 준비도 모두 뜨거운 헌신의 길이다. 그리고 현재 중대형 교회보다 작은 교회에서 눈물로 수고하는 목회자들이 훨씬 더 많다.

반면에 삯꾼들은 반드시 욕심을 챙겨 비루한 개처럼 산다. 하여튼 생활비 이상으로 과도하게 교회 돈을 가져가는 자들은 모두 다 삯꾼이다. 특히 "하나님의 축복으로 부자가 되어 이렇게 잘산다"고 사치떠는 목사는 무조건 개나리 삯꾼이다.

단단한 반석

그동안 교권주의자들이 꾸준히 교묘하게 조작한 개신교의 제왕적 목회 구조 덕분에 겉으로는 선량한 양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속엔 사악한 이리가 들어있다.

성직자가 부패한 교회는 단단한 반석과 같다. 그토록 썩었던 중세 교회도 무려 천년이나 버텼다. 최근 M교회 애송이 목사의 세습 강행에서 보듯 아무리 세상이 떠들어도 돈으로 쩌든 교회는 요지부동 꿈쩍 않는다.

그러나 위클리프나 후스가 먼저 계란으로 바위를 치다 죽었기에 후일 루터가 망치로 바위를 친 거다. 성도들은 불의를 보면 계속 계란을 던져야 한다. 그게 바로 500년 전 종교 개혁을 이끈 프로테스탄트의 거룩한 저항 정신이다.

삯꾼 목사는 교회를 지극히 사랑한다. 세상에 교회보다 좋은 직장이 드물기 때문이다. 삯꾼에게 예배는 장사다. 삯꾼에게 헌금은 매출이다. 그리고 삯꾼에게 교회는 대대로 지켜야 할 가업이다. 그럼에도 복에 환장해서 죽기살기로 돈 바치는 맹신도들은 아무리 말해줘도 전혀 못 알아 듣는다.

예수님은 부자 청년에게 재물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따르라 하셨다. 그런데 변절한 교회에서는 예수를 따르면서 거꾸로 더욱 부자가 되라고 가르친다. 독사의 자식들이다. 그리스도의 제자에게 '깨끗한 부자'란 '부유한 거지'라는 말만큼 모순된 언어임을 알아야 한다.

한국 개신교는 이제라도 예수께서 말씀하신 복음서를 좀 다시 읽기 바란다. 거기 어디에 "돈 바치고 복받으라"는 무당 잡소리가 단 한 마디라도 있는지.

"부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고 그런 생각마저 버려라(잠23:4, 공동번역)."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신성남  canavillag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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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121.XXX.XXX.94)
2017-11-30 22:49:20
찬성:4 | 반대:0 찬성하기 반대하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성도는 줄어드는데 목사는 배수로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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