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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벗이 김하나 목사에게 전하는 애정어린 충고손태환 목사가 마음의 벗 김하나 목사에게 보낸 편지
본 글은 뉴저지 세빛교회 손태환 목사가 지난 3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 편집자 주 -

 

손태환 목사

 

김하나 목사님,

오랜만입니다. 졸업한 이후로 못 만났으니 5년 만인가요? 함께 수업 듣던 생각이 나네요. 유창한 영어 실력에 발표 내용도 늘 훌륭해서 많이 부러웠었습니다. 사실 같은 학교 같은 전공에 나이도 동갑이라 좀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네요. 서로 치열하게 살던 시절이라 그랬나 봅니다. 아, 내가 테니스를 못 친 이유도 있겠군요. 그래도 같이 커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던 그 날을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김 목사님은 참 좋은 인상으로 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말투에 담겨 있는 젠틀함은 물론, 과도하지 않은 자신감도 보기 좋았습니다. 대형교회 목사 아버지 도움 받아 부족함 없이 살며 대충 학위 받아 한국 가는 많은 유학생들과 달리, 성실히 공부하며 평범한 서민 아파트에 사는 목사님 모습도 내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했습니다.

오늘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두었던 이야기 하나를 할까 합니다. 김 목사님이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받던 날 이야기입니다. 아시다시피, 졸업식 날은 학교 전체가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이지요. 같은 학교에서 거의 10년을 공부하면서 매년 졸업식을 보아왔지만, 그 날은 참 낯선 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신학교 옆 벤치에 나이 지긋한 목사님들이 진을 치고 있더군요. 뉴욕에서 목사님의 졸업을 축하하러 온 분들이었습니다. 3-4시간 걸리는 졸업식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꽃 하나씩 들고 있는 그분들 모습이 어쩐지 안 되어 보였습니다.

학위 수여식이 끝나자마자, 목사님은 그분들에 의해 포위(?)를 당하시더군요. 어른 목사님들에게 둘러 싸여 축하를 받는 목사님을 보며 처음으로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악수하며 축하해 드리고 싶었는데, 멋쩍게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물론 목사님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요. 멀리서 온 어른들에 대한 예의도 갖추어야 했을 테니까요.

 

김하나 목사 드류대학교 졸업식 (사진 출처: 기독일보)

 

그런데 내 눈에 또 하나의 풍경이 들어왔습니다. 그 날 졸업한 다른 목사님. 돈도 빽도 없고 맨날 궁색한 처지에서 공부하며, 게다가 한국에서 보수적 학교를 나온지라 모교로 돌아가도 교수 자리 얻기는 힘든 분이었습니다. 그 목사님 역시 한 무리에 의해 포위당해 있더군요. 양복 잘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아니라, 그 목사님이 섬기던 뉴욕의 한 교회 주일학교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김 목사님, 이상하게 그 날 본 두 풍경이 무슨 계시처럼 내 마음에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너무나도 대조적인 양쪽의 모습을 멀리서 한참동안 보고 있었습니다. 두 분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누가 더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질문도 맴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김 목사님, 최근에 명성교회와의 합병이니 세습이니 하는 소식을 들으며 그 날의 풍경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청빙을 사양했고 합병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사님의 말을 나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명성교회를 신뢰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목사님과 "짜고 치는 고스톱"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다만, 여전히 일련의 무리들에게 둘러싸인 목사님이 안쓰럽게 보일 뿐입니다. 그들이 그대를 망치는 존재들입니다. 아니, 그들 속에서 어정쩡한 태도로 머무는 한, 목사님 역시 그들을 망치는 장본인입니다. 그들로부터 도망치세요. 예의 따위를 벗어던지세요. 정작 예의를 갖추어야 할 대상은 하나님과 역사, 그리고 이 사태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한국교회 아니겠습니까.

금 밖으로 자신의 색칠이 나갈까봐 두려워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가 이렇게 중얼거렸다지요?

 

          내가 엄마만 아니라면

          나, 이렇게 말해 버리겠어.

          금을 뭉개버려라. 랄라. 선 밖으로 북북 칠해라.

          나비도 강물도 구름도 꽃도 모두 폭발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이다. 랄라.

          선 밖으로 꿈틀꿈틀 뭉게뭉게 꽃피어나는 것이다

          위반하는 것이다. 범하는 것이다. 랄라

 

          나 그토록 제도를 증오했건만

          엄마는 제도다.

          나를 묶었던 그것으로 너를 묶다니!

          내가 그 여자이고 총독부다.

          엄마를 죽여라! 랄라

                                - 김승희, <제도> 중에서

 

여러 말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한 마디 거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많이 주저하다 씁니다. '아는 처지에...' 라는 마음도 솔직히 들었으나, 오히려 그래서 써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더군요. 한국교회를 위해 결단해 달라는 거창한 말 아닙니다. 그저 마음의 벗을 향한 애정 어린 말로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두려워 말고 선을 넘으세요. 그 '엄마'를 죽이세요.

손태환 목사  newsnjoy@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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