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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과 슬로브핫의 딸들 그리고 나[주장] 목소리 내기, 혼자가 어려우면 같이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

얼마 전 한 수련회의 조장 모임에서 교회 안에 남녀차별을 주제로 네트워크 세션을 맡을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준비할 시간도 촉박하고 자신도 없고 해서 포기했다. 이제 와서 이 주제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혼을 앞두고 친한 동생이 책을 선물했다. 결혼 선물에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며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선물로 주었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책을 받자마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단숨에 읽어나갔다. 일상에서 너무 당연해서 인식하지도 못하고 겪는 여성에 대한 차별의 사례도 볼 수 있다.

그 중 한 예로 반에서 남학생이 1번부터 25번 그리고 여학생은 26번부터 번호가 주어지는데 급식은 번호 순으로 먹어 여학생들은 시간에 쫓겨 밥을 다 못 먹는 에피소드가 있다. 주인공 김지영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침묵하며 그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드린다. 그러나 소설에서 소수의 여자들은 상황에 대항하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급식 먹는 순서를 바꾸자고 이야기한 어떤 여학생처럼.

나 역시 목소리를 내는 여성보다는 김지영에 가까운 편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갈등 회피 성향이 강한 편이고, 무엇인가 목소리를 내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쎈 여자라고 평가받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요즘은 매일 성경 민수기를 묵상하고 있다. 새삼 2차 인구조사의 명단에 수많은 남자 틈에 슬로브핫(Zelophehad)의 다섯 딸의 이름이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광야에서 죽었으나 여호와를 거슬러 모인 고라의 무리에 들지 아니하고 자기 죄로 죽었고 아들이 없나이다. 어찌하여 아들이 없다고 우리 아버지의 이름이 그의 종족 중에서 삭제 되리이까? 우리 아버지의 형제 중에서 우리에게 기업을 주소서 하매 (민수기 27:3-4)

이들은 말라, 노아, 호글라, 밀가와 디르사이다. 그들이 모세와 제사장 엘르아살에게 찾아가 죽은 자신들의 아버지의 땅을 자기들에게 ‘기업’(편집자 주 - 가나안 정복과 토지 분배때 이뤄진 각 가문의 토지 등의 고유 재산)으로 요구 한다. 모세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하나의 관례를 만들었다. 그 시절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가장, 호주, 가부장의 권위가 넘어가고, 재산도 아들에게만 상속되던 시절이다. 그 시대에 모세는 아들이 없을 때는 딸들에게 기업을 물려줄 수 있다는 새로운 규정을 만든다.

문정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슬로브핫의 딸들>(2005)

신약성경도 아닌 구약성경에 그것도 모세오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니!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매우 파격적이다. 그리고 보면 성경 곳곳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소수의 여자들이 등장한다. 여자 지도자(사사) 십보라, 모세의 아내 드보라, 사무엘의 모친 한나, 예수의 모친 마리아... 그들로 인해 역사의 흐름이 바뀌기도 했다.

이렇게 시대에 역행하는 파격적인 기록들이 적혀있는 성경과 달리 오늘 날의 기독교는 그 오래 전 시대보다 오히려 더 보수적인 여성상을 강요하는 것 같다. 슬로브핫의 딸들의 요청으로 인해 비록 남자와 여자들이 항상 똑같이 기업을 받지는 못했으나 작은 개혁이 일어났다. 

이처럼 교회 안팎에서 하나님의 딸들의 목소리가 좀 더 들리고, 더 반영되어 조금씩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혼자가 어려우면 다섯 딸이 함께 모세를 찾아간 것처럼 함께 행동해도 좋지 않을까?

 

글쓴이 최정현은, 유학생 중심의 캠퍼스모임인 한어성경공부(Korean Bible Studies; KBS)의 간사이다.

최정현  newsnjoy@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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