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게으르기 위해 존재한다 - 사드 반입 보고 누락을 보면서

볼프  슈나이더가 쓴 '군인'(열린 책들)에는 영웅과 희생자, 괴물들의 세계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슈나이더는 히로시마 원자 폭탄 때부터 전통적인 의미의 군인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그것은 여실히 증명되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용병과 게릴라, 자살 테러범, 네이비실 같은 인간 전투기계들이 맡고 로봇 군인과 무인전투기가 실전을 담당하는 세상이 되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숭고한 애국심 따위는 더 이상 군인에게서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슈나이더의 지적처럼, 이전에도 군인에게 영웅의 이미지만 덧씌워졌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국가와 종교의 이름으로 살인을 허가 받은 괴물이었고, 체제의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들에게 희생된 희생양이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어떤 책읽는 노동자의 질문'이라는 시에서 군인의 덧없는 죽음을 이렇게 묘사한다.

행진할 때 선두에 선 사람은 실은

자신이 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목소리가 실은

적의 목소리이다.

한국군은 그럼 어떤 이미지일까?  일단 자기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전시 작전권조차 없는 허수아비들이다. 전쟁이 일어나도 미군이 대신 싸워주니 긴장할 필요가 없다. 슈나이더에 따르면  군인의 존재 이유 중 '게으름'도 포함된다. 국가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그들은 하는 일 이상의 대접을 받는다.  남북 대치 상황에 있는 한국군은 더하다. 적(?)의 공격으로 천암함이 피격을 당했는데도 지휘관들은 진급했고 포상을 받았다.  

한가한 군인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2016년 기준 한국군이 소유한 골프장은 전국에 모두 32개다. 그곳에서 생기는 수익이  매해 200억 이상인데 지뢰 사고로 다리를 잃은 사병에게 지급할 치료비가 책정되어 있지 않은 데가 한국 군대다. 당시 다리를 잃은 하사 중 한 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희생이 남북간에 긴장상황으로 전개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철없는' 말을 했다. 그는 "때려 잡자 공산당'을 외쳤어야 했다. 그가 천안함이나 연평해전의 사병들만큼 영웅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대치 상황을 과장하고 그 안에서 게으름을 누려야 하는데 일개 하사가 고위 장교들의 '안일'에 일침을 가했으니 눈밖에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군대는 뭔가 활기차고 바쁘게 돌아가는 조직 같지만 슈나이더가 소개한 스페인 내전 당시의 프랑코 군  조종사가  급박한 내전 중에 기록한 일과표는 군인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한량같은 직업인지를 보여준다.

8:30 가족과 아침 식사

9:30 전선으로 출발, 적 포병대에 폭격 화물차 행렬에 기관총 난사

11:00 간단하게 골프를 침

12: 30 해변에서 일광욕

13:30 카페에서 게요리에 맥주를 한잔하며 담소

14:00 집에서 점심식사

15:00 짧은 낮잠

16:00 두번 째 출격, 오전과 동일

18:30 영화관람

21:30 바에서  맛좋은 스카치 한잔

22:15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 군가 사교 감격

 

그는 술에 취해 군가를 부르면서 애국심을 고취했을까? 오히려 군인이 얼마나 좋은 직업인지를 감탄하는 마음을 군가에 담았을 것이다. 박정희가 술에 취하면 일본 군가를 불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모병제를 반대하는 이들도 대부분 고위급 군인들이다. 군인들의 숫자가 줄면 자연히 지휘관의 숫자도 줄고 그들의 밥그릇도 줄어 들기에 반대한다. 다른 노동 분야에서 밥그릇을 챙기면 귀족노조라느니 엄청난 비난을 퍼붓지만 군인들의 밥그릇 챙기기는 애국으로 미화된다. 

사드 발사대 4기가 한국에 몰래 반입되었고 그 사실이 새 정부에 보고조차 되지 않은 일 때문에 한국군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리고 배후에는 '알자회'라는 군대내 사조직이 있음이 밝혀 졌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하나회 숙청 이후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던 군대 사조직이 사드 미보고 사건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들은 육사 34기부터 44기까지 기수 별 10명씩 총 120명이 가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름의 유래는 "알고 지내자"는 모임이란 뜻에서 알자회라고 한다.  서로 주요보직을 차지하기 때문에 '알짜회'로 불린다고도 한다.  

이들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군대내 우수인력들이 애국에 전념하기 위해서? 아니다. 그들은 더 게으르기 위해 비조직을 만들어 군림한다. 훈련이나 작전 따위의 힘든 일보다 인맥으로 진급이 보장되는 게으름을 선택한 것이다.

사드 배치도 같은 맥락이다. 사드가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는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사실도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사드가 설치되는 순간 한반도는 실체없는 긴장 상태에 빠져들 것이고 군인들은 그 안에서 마음껏 게으름을 누릴 수 있다.  최소한 그들이 게으름을 추구하는게 창피한지는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몰래 들여오지 않았을까? 

문재인 정부가 이번 기회에  반기를 든 군인들을 제대로 척결하기를 바라지만 군대(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브레히트의 시에서 의미없는 명령을 내리는 이들이 적인 것처럼 국가 위기를 조장함으로써 자신들의 안일을 보장받으려는 군인들이야 말로 우리의 적이다.

새삼 노무현 전대통령의 군인들을 향한 일갈이 생각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리고 수년 후 박근혜는 군인들을 미화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여주인공역을 맡았던 송혜교를 따라 히잡을 쓰고 이란을 방문한다. 이게 박근혜의 군대 인식이었다.  그냥 '겉멋만 든 조직', 어쩌면 노무현 전대통령보다 박근혜가 더 한국군을 잘 파악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알자회'가 군요직을 차지한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라고 한다. 그들은 총을 들고 훈련하는 일보다 우병우와 최순실에게 줄을 서는 게으른 쪽을 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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