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테드 롤 카툰집 [스노든, 세기의 내부고발자]

미 국가안보국(NSA)은 미국 정보기관 가운데 가장 비밀스런 조직으로 꼽힌다. 미 정부 관리들은 '그런 기관은 없다'(No Such Agency)는 말로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 NSA는 이 같은 비밀주의 뒤에 숨어 도감청 능력을 키워왔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당시 NSA는 '프리즘(PRISM)'이란 도·감청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세계적으로 6만1000건이 넘는 해킹을 감행했다. NSA의 가공할 실체는 전직 보안전문가 에드워드 스노든의 내부고발로 드러났다.

스노든의 내부고발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스노든을 취재한 <가디언>지의 글랜 그린월드는 자신의 책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에서 스노든의 내부고발이 미친 파장을 이렇게 요약 정리했다.

"디지털 시대에 개인 프라이버시의 가치에 관한 전 세계적인 논쟁에 처음으로 불을 댕겼고, 인터넷에 대한 미국의 지배적인 통제에 대한 도전도 촉발시켰다. 전 세계인이 미국 관리가 한 발언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방식을 바꿔놓았고, 국제 관계도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이 같은 의미와 파장에도 스노든이 무슨 이유에서 세계에서 가장 힘센 정부의 치부를 고발했는지, 그리고 그의 고발이 지금 이 순간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 시사만화가 테드 롤의 <스노든 - 세기의 내부고발자> ⓒ 모던아카이브

이런 가운데 미국 시사만화가 테드 롤은 스노든의 내부고발을 재조명한다. 그 결과가 카툰집 <스노든 - 세기의 내부고발자>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카툰 특유의 간결한 문장이다. 

테드 롤의 문장은 참 쉽다. 그래서 잘 읽힌다. 이 책 <스노든 - 세기의 고발>도 읽는데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언뜻 투박해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정감 가는 카툰 이미지는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NSA 요원 중 스노든만 옳았을까?

그러나 내용만큼은 알차다. 테드 롤은 능수능란한 솜씨로 NSA의 도감청 행태, 스노든이 내부고발에 나선 동기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특히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독자를 향해 두 가지 날선 질문을 던진다.

"스노든이 본 것과 동일한 정보를 열람한 NSA요원 수 천 명이 있었다. 이들 모두가 입을 다물었으므로 잘못되었고 유일하게 스노든만 옳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폭로의 결과가 드러난 지금, 우리가 스노든의 입장이었다면 스노든처럼 행동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스노든이었다면 내부에서 소원수리를 하거나 편지를 써서 의원에게 알렸을까? 아니면 그냥 침묵했을까?"

선뜻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저자의 답은 단호하다. 자신도 스노든과 똑같은 선택을 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살짝 반전이 있다. 저자는 "애초에 NSA나 CIA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스노든의 내부고발이 돋보이는 건 바로 이 지점에서다. 저자는 스노든의 고발을 이렇게 평가한다.

"스노든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질문하지 않고 순응하는 사람을 뽑는 조직에서 진실을 추구했고, 이념적 자각에 따라 행동했다. 스노든만이 NSA의 비리를 내부고발했다. 스노든은 옳은 일을 했다. NSA가 한 일은 뻔뻔하게도 조직의 규칙을 어긴 것이었다. 국민이 '자국 정부'를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국민은 정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미 주류 언론들의 물타기

▲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과정을 그린 다큐 영화 <시티즌 포>에서 스노든(왼쪽)과 글렌 그린월드(오른쪽)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콘텐숍

앞서 스노든의 내부고발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음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적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미국 뉴스 미디어, 그것도 이른바 '주류' 미디어들은 스노든의 내부고발을 평가절하하고 물타기 했다. 

특히 미국의 신문과 방송은 내부고발 자체 보다 스노든의 인물됨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이를테면 '스노든이 영웅인가 반역자인가?'에만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뿐만 아니다. 미 주류 미디어들은 스노든을 향해 악의적인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스노든을 취재한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의 말에 귀기울여 보자.

"CBS뉴스의 진행자인 밥 시퍼는 스노든을 '자신이 나머지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자아도취적인 젊은이'라고 비판했다. <뉴요커>의 제프리 투빈은 스노든을 '구속되어 마땅하고 거드름 피우는 나르시시스트'라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리처드 코헨은 스노든이 천장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암호가 누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불을 덮었다는 보도를 언급하면서 스노든이 '편집증 환자가 아니라 그저 자아도취적일 뿐'이라고 했다."

이 같은 보도행태는 결국 오바마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도감청 행위를 가렸을 뿐만 아니라 스노든의 내부고발이 지닌 시대사적 의미마저 퇴색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런 와중이기에 테드 롤의 <스노든>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스노든의 내부고발과 관련해서는 이미 다양한 저작물이 나온 상태다. 루크 하딩의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글렌 그린월드의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가 대표적이다. 또 로라 포이트러스의 다큐멘터리 <시티즌 포>가 2015년 국내에 소개됐고, 지난 2월엔 올리버 스톤이 연출하고 조셉 고든 레빗이 스노든 역을 맡은 영화 <스노든>이 개봉되기도 했다.

테드 롤의 <스노든>은 앞서 나온 모든 저작의 축약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스노든을 알고 싶어 한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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