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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십자가를 지고 독배를 마셨나?박근혜 대통령 법률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 변론 유감
성공회 신자인 기자의 표현에 따라 바리새인은 바리사이, 사두개인은 사두가이 등으로 표기합니다. -편집자 주-

[미주뉴스앤조이 (서울) = 지유석] ‘대통령(박근혜) 탄핵심판’ 변론이 이뤄진 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박 대통령측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서 변호사의 종교 행위는 기도에만 그치지 않았다. 변론에서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들먹이며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서 변호사의 변론을 아래 인용한다.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고, 예수는 십자가를 졌다. 언론은 부실한 자료를 토대로 다수결의 함정을 이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여론의 모함으로 사형장에 가는 소크라테스와 같다.”

변론 앞두고 기도하는 서석구 변호사(사진/ sbs 페이지 갈무리)

서 변호사의 기도와 변론을 접하며 혼란이 밀려왔다. 서 변호사는 가톨릭 신도로 알려졌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는 종교다. 서 변호사의 주장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부당하게 고난당하는 예수다. 과연 그럴까? 

예수 그리스도의 삶은 신약성서 사복음서, 즉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 복음서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예수는 이 땅에서 33년을 살았다. 사복음서는 33년의 생애 전부를 기록하지 않는다. 복음서가 주목한 시기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기 전 3년에 불과하다. 앞선 30년의 시간에 대해 복음서 저자들은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30세까지 예수는 그저 평범한 한 개인에 불과했다. 그러다 이후부터 공적 영역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복음서 저자들은 공적 영역에서의 행적에 주목해 이전의 삶은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것이다. 

예수는 3년간의 공적 생활 동안 병든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권력의 횡포에 억눌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설파했다. 사실 이 같은 예수의 활동은 지금 시선으로 보면 ‘운동(movement)’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시대상을 감안해 보면 예수 운동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이스라엘의 종교권력은 바리사이와 사두가이파가 양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다. 사두가이파는 노골적으로 로마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반면 바리사이는 로마 식민권력에 직접 날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엄격한 규율을 정하고, 이 규율을 지키는데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았다. 

보수 개신교에서는 바리사이를 악과 동일시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역설적으로 믿음이 뛰어나고 학식도 풍부하며 율법에 정통한 부류였다. 이들은 로마의 패권을 등에 업고 이방문화(헬레니즘 문명)가 확산되는 데 맞서 유대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 했다. 이에 이들은 야훼의 율법을 연구하고 이를 적용시켜 유대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 계승해 나가려고 노력했다. 

예수는 특히 바리사이와 자주 대립했다. 예수는 바리사이가 규정한 규율이 궁극적으로 자신이 돌보는 사람들, 즉 가난하고 병들고 권력에게 탄압 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소외시킨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는 바리사이를 향해 대담하게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외쳤다. 

예수와 소크라테스는 시대에 경종을 울렸다. 박 대통령은?

예수 그리스도는 당대 종교-정치 권력과 맞서다 죽임 당했다. 사진은 예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선 오브 갓>의 한 장면 ⓒ 선 오브 갓

종교 권력자들은 예수 운동을 불온시 했다. 그래서 이들은 예수를 체포해 로마 식민 당국에 신병을 인도했다. 총독인 본디오 빌라도는 큰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두가이 측이 워낙 강경해 예수를 공개 재판에 회부한다. 예수는 이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십자가에 매달려 숨을 거두기에 이른다. 

예수의 삶과 죽음을 장황하게 서술하는 이유는 서 변호사의 변론이 터무니없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서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예수의 십자가 처형에 빗대 표현했다. 서 변호사에게 묻고 싶다. 박 대통령이 예수 그리스도처럼 약자를 돌보고, 당대 기득권 세력의 부당한 횡포에 맞섰던가?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되기 전 박 대통령이 벌인 일들을 감안해 보면 박 대통령은 오히려 부당하게 횡포를 일삼은 가해자 아닌가? 

소크라테스에 대한 비유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도덕적 타락이 극단에 달하던 시기에 살았다. 그 시절 지식권력자들인 소피스트들은 '지적 상대주의'를 내세워 이치에 닿지 않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지적 풍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앎이 진정한 앎이냐?’고. 이 같은 질문에 그 어느 누구도 선뜻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네 자신을 알라’는 가르침을 설파한다. 

당대 권력자들이 소크라테스를 그냥 내버려둘 이유는 없었다. 박 대통령이 과연 궤변이 난무하는 시기에 진정한 진리를 추구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박 대통령이 그간 보여준 행적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 검찰, 보수 개신교계 등 박 대통령의 친위 세력들은 이치에 닿지 않는 말로 감싸기 급급했다. 

소크라테스는 사형 집행 직전 면회 온 제자들로부터 탈출하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이를 거절한다. 비록 기득권 세력이 악을 행했지만, 이를 똑같은 방식으로 되받아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소크라테스는 결국 독배를 마시고 세상을 떠난다. 

기도는 인간이 절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경건한 종교행위다. 이 같은 행위가 그리스도교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다른 고등 종교에서도 기도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따져보아도 서 변호사의 기도와 변론은 경건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서 변호사의 믿음은 굳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중총궐기가 주도하는 퇴진집회에 대한민국 운명을 맡기면 이건 예수님이 바라는 바가 전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소크라테스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서 변호사의 굳건한 믿음을 두고 무슨 말을 할까? 예상답변이 혹시 이렇지 않을까?

소크라테스 : 내가 이런 말 들으려고 독배를 마셨나? 자괴감이 든다.

예수 그리스도 : 내가 이런 말 들으려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나? 자괴감이 든다. 

지유석  luke.wyclif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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