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야구를 다하네

한국 시간으로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년 월드베이스클래식(WBC) 1라운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2대 1로 한국이 패했다. 이로써 한국의 2라운드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스라엘 야구는 낯설다. 미국이 종주국인 야구는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한국 일본 대만)이나 미국 인접국인 중미 국가들(멕시코 니카라과 쿠바)에서나 인기 스포츠이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면당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정도가 야구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런던 올림픽(2012년)부터 야구는 올림픽 종목에서도 빠졌다.

이스라엘과의 WBC 1차전에서 패한 한국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WBC가 세계 대회이기는 하지만 축구 월드컵의 위상과는 천양지차, 미국은 2군급 선수들을 마지못해 출전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스포츠 중에 공수전환이 가장 느린 야구는 항상 전쟁 중에 있는 이스라엘의 생활 속도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주말(안식일)에는 경기도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이스라엘이 야구를 하는 이유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활동한 유대계 선수중 행크 그린버그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통산 13시즌 동안 타율 .313, 홈런 331, 타점 1276을 기록한 30~40년대 최고 타자 중 한 명이었다. 이런 뛰어난 성적은 반유대인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해서 경기장에서 그는 관중의 모진 비난을 견뎌야만 했다.  1934년 시즌 때 그는 욤키푸르(대속죄일)에 경기에 불참을 선언, 반유대 정서가 가중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2차 대전 중 공군에 자원 입대함으로써 자신을 향한 인종적 비난을 '애국심'으로 헤쳐 나갔다. 우리말로는 '나쁜 녀석들'로 번역된 영화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Inglorious Basterds)'에서 2차 대전 중 독일군을 야구방망이로 잔인하게 쳐죽이는 야구 선수 출신의 유대인 '도니'는 행크 그린버그를 염두에 둔 인물이었다. 

1986년 이스라엘 야구협회가 출범했고 2007년 6개 구단 체제로 이스라엘 베이스볼리그(IBL)가 첫 시즌을 치렀다. 40경기 스케줄에 7이닝제, 동점 시 홈런더비로 승자결정 등 속도를 재촉하기 위한 독특한 제도를 채택했지만 아쉽게도 인기를 끄는 데 실패해 첫 시즌이 마지막 시즌이 되고 말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스라엘이 야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스포츠를 통한 친 미국 제스처라는 생각이 든다. 2차 걸프 전쟁 중에 프로야구를 시작한 점하며 메이저 리그의 전설적인 유대계 왼손 투수 샌디 쿠팩스를 2007년 이스라엘 프로야구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제스처 등이 이를 반증한다. 1935년 생인 쿠팩스는 메이저 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로 이스라엘 구단측은 “존경의 뜻”에서 그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야구를 하는 나라는 거의 대부분이 친미 외교를 펼치고 있다. 1977년 니카라과에서 열린 세계야구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대학 1년생 신예 최동원의 활약으로 우승하는데 이 때 니카라과의 지도자는 최악의 친미 독재자 소모사였다. 그는 1979년 실각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베라의 혁명이 성공하기 전까지 쿠바는 카리브해의 대표적 친미 정부였다. 미국 프로야구 선수 공급의 화수분 역할을 하는 푸에르토리코는 미국령이다.   

이스라엘이 이러한 정치사회학 때문에 야구를 밀고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인종 차별에도 불구하고 미군에 자원 입대했던 행크 그린버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보여주기에 더 없이 좋은 상징이다.

탄핵반대 집회에서 새롭게 선(?)보인 이스라엘 국기

난데없이 서울 시내에 이스라엘 국기인 다윗의 별이 펄럭였다. 탄핵반대 집회에 성조기도 모자라 이스라엘 국기가 선보인 데 대해 많은 조롱들이 이어졌다. 반면 세월호 혹은 천안함이 이스라엘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음모론도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이스라엘이 어떤 형태로든 생각보다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미국 이스라엘의 정신적 삼각 동맹이 탄핵반대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교회 초기의 근본주의자들 중에 조선(chosen)은 이스라엘에 이어 선택받은(chosen) 땅이라는 환상에 빠진 이들이 있었다. 게다가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새롭게 구세주의 나라로 떠오른 '기독교 국가' 다. 

서울에서 펼쳐진 야구를 보면서 친박 집회의 이스라엘 국기, 대형교회의 참여 독려 그리고 미국의 사드 압력, 중국의 경제 보복이 중첩되었다. 2017년 3월 대한민국에 한국은 없어 보인다. 이제 그 한국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결정이 이번 주간에 예정되어 있어 긴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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