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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어린이 400명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그 다음 날부터 미국의 라디오는 온통 크리스마스 캐롤로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무작정 좋아할 만한 일이 아니다. 세상은 크리스마스를 '산타 할아버지가 루돌프 사슴이 이끄는 썰매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로 변질시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고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거리나 카드에서 <Merry Christmas>가 사라지고 <Happy Holidays>가 들어선 것이다.

성탄은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선물을 나누는 절기가 아니다. 온 인류의 구원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왜 하늘 보좌를 버리고 마굿간 말구유에 왔어야 했는지, 왜 십자가에서 피 흘리면서 처참하게 죽어야 했는지, 하나님은 왜 하나밖에 없는 독생자를 이 땅 가운데 보내서 죽게 해야만 했는지 깊이 묵상하는 날이다. 그 가운데 하나님의 깊고 오묘한 사랑과 은혜를 깨닫고, 그로 인해 감사하고 기뻐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성탄을 맞이하여 조용히 아기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야 한다. 예수를 본받아 가난하고 어렵고 소외된 자, 병 들어 지치고 상한 자, 낙심하고 절망한 자, 어두움과 외로움 가운데 한숨 짓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신을 실천하며 성탄을 보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성탄절이고 복되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이다.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는 너무나도 작고 연약한 이민교회이다. 3개월 전에 청빙을 받았을 때, 선교사로 사역을 전환하면서 동역할 목회자를 찾고 있던 선교사 내외 두 분을 제외하면 4명의 성도가 전부였다. 미국에 있는 교회 중에 아마도 가장 작은 교회 중에 하나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이 중에서 십일조 헌금을 할 수 있는 교인은 한 분 밖에 없다. 나머지 교인은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경제력이 없는 연로하신 권사님들이고, 수입이 없는 전도사님이시다.

푸른초장교회는 아이티 400명 아이들을 위해 성탄 선물을 보냈다. (사진/ 조경윤 목사 제공)

이처럼 작고 연약한 교회가 올해 성탄절을 맞이해서 아이티에 있는 400명의 어린이에게 복음과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온종일 기쁘고, 감사했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되다'는 진리를 실감했다.

현실적인 세상 이치로 보면 우리는 그 돈을 교회를 부흥하고, 안정시키는 일에 사용해야 한다. 사실 그 돈을 다 써도 부족하다. 그런데 교회는 그 돈을 우리를 위해서 사용하기 보다는 어렵고 힘든 영혼들을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지난 20년 동안 목회자로 교회를 섬기면서 가졌던 기쁨 가운데 가장 큰 감사이다. 나도 어렵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볼 수 있는 마음이 귀했다. 나누는 가운데, 섬기고 사랑하는 마음속에서 주님이 주는 행복과 평안을 소유할 수 있었다.

우리 교회는 매우 작은 교회이지만 교인들이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일들이 각박한 이민사회 속에서 보다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우리 교회가 할 수 있었으니, 다른 모든 교회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순위만 바꾸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 할 수 있다. 우리가 믿고 나아갔을 때, 이 일에 순종하고자 했을 때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다. 그분이 능력도 주고, 도움의 손길들도 열어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었다.

우리 교회는 전 세계에 파송된 선교사들의 사역 완주를 돕는 것을 비전으로 달려가는 교회이다. 이순증, 이은선 선교사가 의료봉사로 섬기던 중, 선교사로서의 거룩한 부르심을 받고 그 일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2015년도에 아이티를 4번 찾아 갔었고, 2016년도에는 11번, 그 외에도 태국, 베트남, 네팔을 비롯해서 한국까지 가히 세계를 누빈다고 할 만하다.

의료 선교사로서 지금까지 검진해 준 선교사들은 태국, 네팔, 베트남, 스리랑카, 캄보디아, 인디아, 중국, 몽골, 이집트, 러시아, 요르단, 케냐, 아르헨티나, 일본, 볼리비아, 잠비아, 영국, 아이티, 도미니카에서 사역하시는 수백 명이 넘는 선교사와 그 가족이다. 건강을 검진하고 의료진과 연결시켜 치료를 받도록 하여, 병 때문에 사역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돕고 있다.

우리는 이 일에 더욱 순종할 것이고, 힘을 다해서 사명을 감당하고자 한다. 작은 순종이지만 오병이어를 드렸던 어린 아이처럼 우리의 것을 나누었을 때, 세상은 알 수도 없고 줄 수도 없는 기쁨을 맛 볼 수 있었다. 이 땅에서 주님의 몸된 교회들이 성탄을 맞이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신을 실천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소망없는 이 세상 속에서 빛으로 소금으로 예수님을 비추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창조한 아름다운 세상, 이 땅의 교회들이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어 나가길 소망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간절히 기다리면서.

조경윤 목사 / <푸른초장교회>

조경윤  loveisagape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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