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천안 신부동 야우리에서 ‘제1차 총파업-시민불복종의 날’ 천안 집회가 열렸다. ⓒ 지유석

대통령이 세 번째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다섯 번의 촛불집회에서 나온 퇴진 요구에 대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퇴진이 아니라 진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는 말이다.

그에 앞서 자신은 1998년 정계입문 이후 이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동안 국민들은 이치에 닿지 않는 말에 아주 익숙해져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들인 걸 고산병 치료라고 해명한 게 극명한 사례다. 이에 비하면 제3차 대국민담화의 요지는 간결하다. 그런데 요지가 문제가 아니다. 담화문은 자기 고백이 아닌 주장, 그것도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도무지 대통령이 인간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윤리의식마저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 기독교를 믿는다는 춘천 출신, 특히 대통령의 격려를 한 몸에 받는다는 김진태 의원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다. 그러나 초겨울의 찬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꺼질 것 같지 않다. 아니, 온 국민의 천불을 끓어오르게 만든 대통령 담화에 힘입어 횃불이 되어 더욱 활활 타오를 기세다.

정치권은 탄핵에 필요한 숫자 계산에 여념이 없다. 탄핵이 되지 않아도 좋다. 광장에서 타오르는 촛불은 대통령과 호위무사들의 얄팍한 속셈을 남김 없이 태워 없앨테니 말이다.

[2016.11.30. 천안 & 세종시 촛불집회 현장]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김진태 의원의 발언이 나온 이후 LED촛불이 유행이다. ⓒ 지유석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촛불은 더욱 활활 타오를 기세다. ⓒ 지유석
지난 26일 관공서가 밀집된 세종시에서도 2,5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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