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공방전 펼쳐... 한국 방위비·북핵 등장

2016 미국 대선후보 TV 토론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2016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첫 토론 대결을 펼쳤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열린 1차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맞붙었다.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가 확연히 다른 두 후보의 대결로 '세기의 토론'으로 불리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의 이목이 집중됐다. 

첫 토론부터 날 선 네거티브 공세 

국내 분야를 다루는 이날 토론은 미국의 발전 방향, 번영, 안보 등 3개 주제와 6개 질문을 놓고 90분간 펼쳐졌다. 두 후보는 상대를 향해 치열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면서 전방위로 격돌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역대 대선 후보들과 달리 납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주 낮은 세율을 내고 있거나, 기부에 인색한 것 등 숨기고 싶은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납세 자료를 내놓지 않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기밀 업무를 다룬 '이메일 스캔들'을 거론하며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삭제한 이메일 3만 건을 공개하면 나도 (납세 내역을) 공개하겠다"라고 맞받아쳤다.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임할 때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은 실수였고,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며, 변명 없이 책임을 지겠다"라고 하자 트럼프는 클린턴의 말을 가로채며 "그것은 실수가 아니다"라고 거듭 공격했다.

이어 클린턴은 "트럼프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400만 달러로 사업을 시작했다"라며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아니라고 공격했고, 트럼프는 "아버지는 나에게 많은 돈을 물려주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한국 방위비·북핵 문제 놓고 '충돌'

두 후보는 한국 방위비와 북핵 문제도 어김없이 꺼내 들었다. 먼저 트럼프가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지켜주면서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지만, 그들은 공정한 몫을 내지 않고 있다"라며 "그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우리는 지켜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핵무기가 전 세계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으며, 북핵은 북한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풀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클린턴은 "대선 후보라면 어떤 말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한국과 일본 정부에 '우리는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으며, 미국은 그것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켜 주고 싶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번 대선이 전 세계 많은 지도자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특히 핵무기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은 위험하다"라며 "국제사회의 전체적인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미국의 역할론을 내세웠다.

미 언론 "클린턴이 더 잘했다"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는 "우리의 일자리가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 도둑질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며 "미국은 지금 중국 경제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고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당신은 당신만의 현실에서 살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자신이 서 있는 정점에서 '트리클 다운'(낙수 효과) 경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은 다른 95%와 교역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최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잇따른 흑인의 총격 피살로 인해 고조되고 있는 미국 내 흑백 갈등에 대해서도 클린턴은 총기 규제를 해법으로 제시한 반면에 트럼프는 법과 질서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토론 직후 현지 언론과 유권자들은 클린턴의 '압승' 판정을 내렸다. CNN이 토론 종료 후 유권자 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클린턴이 더 잘했다는 응답이 62%로 27%에 그친 트럼프를 크게 앞섰다. 

<허핑턴포스트>는 두 후보가 토론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를 실시한 결과 클린턴은 오류가 없었던 반면에 트럼프는 미국 재정부채, 실업률, 클린턴의 대테러 업무 등 16개의 잘못된 사실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가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놓고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두 후보 모두 자신의 공약만을 늘어놓거나 갈등을 더 부각시켰다며 오히려 유권자를 더 불안하게 만든 토론이었다는 혹평도 나왔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다음 달 9일과 19일 2차, 3차 토론에서 두 차례 더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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