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의 건강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하긴 나이가 70에 달하는 고령이기에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세를 만들고 책임지는 직책으로서 미국 대통령의 건강은 사실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 힐러리와 트럼프 둘 다 건강에 대한 의심을 받아왔다. 이 상황에서 힐러리가 9.11 추모 행사 중간에 나가면서 휘청거린 모습이 언론을 탔다. 이후 온통 '힐러리가 선거를 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기사가 올라왔고,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까지 힐러리 구하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때를 놓칠세라 트럼프의 입이 쉴새 없이 힐러리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의 뇌진탕 이력 등을 바탕으로 트럼프는 클린턴에 대해 “IS와 맞서기에는 정신적, 육체적 스테미나가 부족하다”, “힐러리는 어디에 있느냐? 자고 있네”, “힐러리는 실어증(dysphasia)을 앓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트럼프의 행동이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요 며칠 사이 힐러리의 건강 문제로 인하여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도가 올라갔다. 대선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힐러리의 건강이 심각한 악재로 떠 올랐다. 물론 대선 주자의 건강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압축하고 설명하면서 상대를 압도하는 대선화두(Election Key word)가 없다. 대신 서로의 조그마한 흠이라도 긁어서 큰 상처를 내기 위한 네거티브 선거가 유일한 전략이다.

유권자들은 지금 각 후보가 무엇을 주장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어느 후보를 찍어야 자신의 미래가 나아질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자신들의 처지를 공격하는 후보가 두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대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니면 "이 땅에서 가장 오래 살아왔는데 이젠 우리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어. 우리의 처지를 위해서 최전선에서 공격해 줄 후보는 트럼프뿐이야. 힐러리는 온통 거짓말만 해서 안돼"라는 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유권자로서, 대통령 후보들이 현실을 타개할 자신의 확실한 입장을 아주 설득력 있게 유권자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있다. 미국의 곳곳에서 사람들이 총기로 생명을 잃고,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고, 세계적으로 참담한 분쟁이 거칠 줄 모르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같은 인류로서 슬픔을 가눌 수 없는 지금, 이 시대적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시대, 자신의 시대를 열겠다고 나서는 그런 후보가 필요하다.

김동찬 소장 / 시민참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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