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다음 침공은 어디?>영화 포스터ⓒ 판씨네마(주)

마이클 무어 감독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네럴 모터스의 전횡을 고발한 <로저와 나>(1989)로 데뷔하여 각종 다큐멘터리상을 휩쓸면서 주목을 받았다. 1999년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을 바탕으로 미국의 총기소지제도를 다룬 <볼링 포 콜럼바인>(2002)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고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화씨 9/11>(2004)는 칸영화제 사상 최초로 다큐멘터리가 황금종려상을 받는 성과를 일구었다. 이후 마이클 무어의 행보는 미국 민간 의료보험 제도의 진실을 폭로하는 <식코>(2007)와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의 결점을 파헤치는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2009)로 이어졌다.

<다음 침공은 어디?>는 <식코>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신작이다. 휴식을 가진 이유에 대해 마이클 무어는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 제작 이후에 여러 문제로 지쳤다고 언론에 토로한 바 있다.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큐멘터리를 계속 만든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월가 점령 시위와 미국 대선 후보 버니 샌더스의 캠페인은 그가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 침공은 어디?>는 마이클 무어가 다시 내기 시작한 목소리다.

미국에 진짜 필요한 것들

<다음 침공은 어디?>는 다른 나라에서 미국에 필요한 사회 제도가 찾는 여정을 담았다. 영화는 마이클 무어가 19살 때부터 구상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당시 대학에 떨어진 마이클 무어는 몇 달간 유럽을 여행했다. 여행 도중에 스웨덴에서 발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병원비가 무료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진짜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미국은 왜 못하지?'란 고민이 <다음 침공은 어디?>의 출발점이다.

영화는 미국 국방성의 은밀한 부름을 받은 마이클 무어가 그들을 대신해서 다른 나라를 침공한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시작한다. 이것은 재미를 주기 위해 친 장난이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도드라진 '침공'은 눈여겨보아야 하는 단어다. 보통 침공 속엔 항복을 요구하는 의도가 있으나 마이클 무어는 이것을 역설적으로 사용한다.

<다음 침공은 어디?>ⓒ 판씨네마(주)

영화는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고 자조 어린 음성으로 미국을 비판한다. 전쟁의 역사를 거치며 나아진 점이 있는가를 질문한 후, 진정 다른 나라에서 가져왔어야 하는, 배워야 했던 것을 탐구한다. 마이클 무어의 '침공'은 적을 제압하는 힘이 아닌 상대에게 배우려는 힘을 의미한다.

<다음 침공은 어디?>엔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탈리아의 근로 환경, 수준 높은 학교 급식으로 아이들을 먹이는 프랑스, 숙제 대신에 행복을 가르치는 핀란드, 대학생들에게 빚을 지우지 않기 위해 무상 대학 제도를 시행하는 슬로베니아, 과거에 대해 정직하게 가르치는 교육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독일이 나온다.

마약을 처벌하지 않고 다양한 정책을 통하여 관련 범죄를 낮춘 포르투갈, 응징이 아닌 용서의 태도로 재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노르웨이, 여성의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한 튀니지,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고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슬란드도 볼 수 있다. 마이클 무어는 9개국에서 학생, 기업 CEO, 경찰, 교사, 대학 총장, 교도소장, 교육부 장관,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에 이르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엔 마이클 무어가 이전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던 재미와 분노가 적절히 녹아있다. 그에게 줄곧 던져지는, 극단적인 과장을 일삼고 보고 것만 본다는 비판은 이번에도 가능하다. 그에 대해 마이클 무어는 "내 임무는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영화 속에서 응수한다. 이탈리아의 높은 실업률을 이야기하기보단 질 높은 복리후생을 보면서 앞으로 할 일을 무엇인가 고민하고 희망을 품자고 말한다.

미국이 깨야할 것들

<다음 침공은 어디?>ⓒ 판씨네마(주)

마이클 무어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아메리칸 드림'의 진정한 가치를 고민한다. 미국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이 흑인을 효과적으로 탄압하는 21세기 판 노예 제도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함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복지를 강화하고 부정한 금융 세력을 단죄해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또한, 미국 예외주의(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세계 최고의 국가라는 뜻의 용어)를 깨야 한다고 외친다. 세금은 왜 국방비로 마구 흘러가는지,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생각하길 요구한다. "진심으로 세상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젊은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감독은 희망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망치로 정을 내리치자"고 제안한다.

<다음 침공은 어디?>는 우리에게 더욱 호소력이 짙다. 영화 속 상황을 우리에게 대입하면 서글픔이 앞선다. 공휴일이 많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기업, 급식비를 빼돌려 부실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 숙제도 모자라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천정부지로 뛰는 대학 등록금, 재소자의 사회 복귀보단 더 강한 응징을 요구하는 복수심, 여성 혐오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마이클 무어가 우리나라에 침공한다면 무엇을 훔쳐갈까? 과연 가져갈 만한 것이 하나라도 있긴 할까? 'G20'과 '헬조선'이란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대한민국에 <다음 침공은 어디?>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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