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연설 가운데 하나가 키즈르 칸(Khizr Khan)의 연설입니다. 칸은 파키스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이자, 미군에 입대해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아들을 폭탄 테러로 잃은 전사자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칸은 무슬림을 싸잡아 비난하는 트럼프를 향해 조목조목 반박을 가했는데, 트럼프는 연설 내내 남편의 곁에 서서 울음을 애써 참으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던 부인을 들먹였습니다.

“연설하는 남편 옆에 우두커니 서 있던 여자 보셨죠? 아무 말도 안 하더군요. 할 말이 없었는지, 아니면 어쩌면 말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지 못했는지도 모르죠. 그렇지 않아요?

이에 키즈르 칸의 부인 가잘라 칸(Ghazala Khan)이 직접 답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글의 전문을 번역했습니다. - 역자 주

도널드 트럼프는 제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왜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직접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더군요. 그래서 여기에 트럼프 후보에게 답을 적어 보내려 합니다. 제가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온 세상이, TV를 지켜본 미국인은 저의 한없는 아픔을 이해하고 느꼈을 테니까요. 저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자식의 엄마입니다. 누구든 저를 보면 그 아픔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제가 할 말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죠. 할 말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육군 대위였던 제 아들 후마윤 칸(Humayun Khan)은 12년 전 이라크에서 숨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두 살 때 건너와 자란 미국을 누구보다 사랑했습니다. 버지니아대학에 다니던 그는 ROTC에 지원했습니다. 9.11 테러가 나기도 전의 일이었습니다. 의무가 아니었지만, 누구도 그러라는 사람 없었지만, 그는 늘 주변 사람들을 돕기를 좋아하고, 또 조국에 보탬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전쟁터인 이라크로 간 아들의 안전을 늘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미 1965년, 제가 고등학생 때 파키스탄에서 한 번 전쟁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두려웠습니다. 차라리 내가 다치고 내가 아프고 내가 희생하는 거라면 몰라도, 자식이 그렇게 되는 건 부모에게는 정말 가슴 찢어지는 일이니까요.

이라크로 가겠다는 아들을 앉혀놓고 간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ROTC 장교로 복무를 마쳤는데, 또 이라크까지 가야겠냐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타일러 보기도 했습니다. 아들은 이미 결심을 굳힌 뒤였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또 다른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라크로 가는 비행기에 타기 전 마지막으로 저를 향해 돌아본 아들의 시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행복해 보였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엄마. 다 잘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아들과 이야기를 나눈 건 2004년 5월 어머니날이었습니다. 언제든 좋으니 시간 날 때마다 꼭 집으로 전화해 달라고 부탁했었죠. 온통 그 아이 걱정뿐이던 저는 안전하게 지내라고, 조심하라고 당부를 거듭했습니다. 제발 엄한 데 나서지 말고 그저 뒤로 물러서 있으라고, 제발 영웅이 되려고 어리석은 생각 따윈 하지 말라고 같은 말을 하고 또 했습니다. 그 아이는 그러고도 남을 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다시 한 번 저를 타이르듯 말했습니다.

“엄마, 저희 중대원들은 어쨌든 제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제가 돌봐주고 더 신경 써줘야 해요.”

아들은 기지 입구 근처에서 일어난 차량 폭탄테러에 희생됐습니다. 자기보다는 부대원과 무고한 시민들을 살리려 나섰다가 희생됐습니다.

우리 아들은 그런 사람입니다. 후마윤은 그렇게 믿음직한, 신뢰를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집에서 저 혼자 청소를 하고 있으면, 항상 제 손에서 청소기를 빼앗아 자기가 청소를 마저 다 했습니다. 자원봉사로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때 아들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무언가 더 배워서 나아졌을 때 아이들 표정이 한없이 밝아지거든요. 그 표정을 보는 게 정말 좋아요.”

후마윤은 아버지처럼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이유는 같았습니다. 남을 돕고 싶어서요.

후마윤은 제 아들 셋 가운데 둘째 아들입니다. 다른 두 아들은 건강히 잘 지내고 있지만, 저는 지금도 매일 둘째 아들의 빈자리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느덧 12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가슴에 난 상처는 영원히,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겁니다. 언제나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제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매일 저는 기도할 때마다 그 아이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슬픔에 무너져 내립니다. 자식이 떠난 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습니다.

전 아직도 후마윤의 사진이 걸린 방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그 아이 물건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옷장을 정리하는 것도 제게는 너무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며느리에게 대신 좀 정리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죠. 민주당 전당대회 무대 위로 오를 때 무대 가운데 있는 스크린에 떠 있는 커다란 아들의 사진을 보고는 저는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어느 엄마라고 안 그럴까요? 도널드 트럼프도 사랑하는 자식이 있는 아비입니다. 정말 제가 왜 말을 하지 않은 건지 몰라서 그런 궁금증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걸까요?

트럼프 후보는 제가 말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지 못했을지 모른다는 말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남편은 제게 발언을 하고 싶은지 먼저 물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못 하겠다고 말했고요. 제가 믿는 종교는 신 앞에 모든 인간은 공평하다고 가르칩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공경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가족을 지키고 돌볼 수 있는 거죠.

도널드 트럼프가 이슬람에 대해 말하는 걸 볼 때마다 그가 얼마나 무지한지 알 수 있습니다. 진짜 이슬람교와 코란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다면, 그가 가진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고칠 수 있을 겁니다. 테러리즘은 이슬람과 완전히 다른 극단적인, 비뚤어진 신념일 뿐이니까요.

도널드 트럼프는 그가 수없이 많은 희생을 치렀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희생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옮긴이: 도널드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위해 아무것도 희생한 적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키즈르 칸의 비판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글쎄요, 누가 그 내용 써준 걸까요?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연설문 작성자가 그랬나요? 아무튼, 저는 수많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저는 진짜, 진짜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수천,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죠. 수많은 훌륭한 건물을 지었고요.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참 많은 일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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