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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못나가는 이들을 위하여

희선이는 주일날 교회에 못 나간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일요일에도 쉴 수 없다. 아버지가 실직하기 전에는 달랐다. 예배도 잘 드리고 주일학교 교사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설교 들을 시간에 빵 상자를 들어야 하고, 헌금 드릴 시간에 손님에게 잔돈을 드려야 한다. 사장님은 일요일에는 출근하지 않는다. 주일성수 하러 교회에 가시기 때문이다. 나는 사정도 모른 채 청년부 회장인데도 교회에 안 나온다고 서운했었다. 새벽기도 마치고 돌아오던 어느 겨울 날, 어스름 속에 웅크린 채 언 손 불어가며 셔터 문을 열던 뒷모습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명자씨도 오랫동안 교회에 못 나갔었다. 졸지에 세 딸과 함께 길바닥에 나앉았기 때문이다. 일산 덕이동에서 가구점을 했는데, 땅주인이 매장 터를 재개발 시행사에 팔아넘기고 세입자 몫인 보상금을 자기가 챙겨갔다. 법원마저 땅주인의 편을 들자, 보상을 요구하며 매장 자리 길바닥에 천막을 짓고 세 딸과 함께 철거깡패들에게 시달리며 살아온 지 어언 7년이다. 다니던 교회는 투쟁하는 철거민 가족을 불편하게 여겼고, 결국 수년간 강대상 꽃꽂이 봉사를 했던 정든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유가족들 사정도 비슷하다. 희생자 부모 중 76명이 기독교인인데 이 중 80%는 교회를 떠났단다. 결국 목사들이 문제였다. 설교 시간에 얼토당토않은 정부의 주장을 하나님 말씀인 양 함부로 지껄여서 자식 잃은 부모 가슴에 생채기를 낸 것이다. 이제 그만하고 신앙생활이나 열심히 하라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는 자식이 죽은 이유만이라도 알려 달라며 절규하는 부모에게는 모욕으로 들렸다. 이 지경이면 유가족이 교회를 떠난 게 아니라, 교회가 유가족을 내쫓은 것일 테다.

   
▲ 한 대형 교회의 예배 모습.

우리 주변에는 교회에 “안 나가”는 게 아니라 “못 나가”는 이들이 많다. 노래방 도우미라는 사실이 드러난 집사, 장로인 남편이 바람피워 이혼했는데 교인들의 수군거림을 못 버티고 떠난 권사, 동성애자라고 밝혔다가 쓰레기 취급 받게 된 청년, 열심히 씻어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노숙자 아저씨, 이들은 자기 교회, 보통 교회, 평범한 교회에는 나갈 수 없는 우리의 이웃이다.

예수는 갈릴리 나사렛 예수다. 당대 권력의 중심 예루살렘이 아닌 변방 촌구석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자라 고아, 창녀, 병자 등 고난받는 민중과 항상 함께 살았던 메시아다. 예수는 당시 로마제국과 이에 야합한 타락한 종교지도자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외면당하고, 고통당하던 사람들과 같은 길을 갔다.

지금 교회들은 “잘 나가”는 교인에게 관심이 많다. 성공하여 세상에서 잘나가고, 안 빠지고 교회에도 잘 나가는 교인을 목사는 애지중지한다. 그리고 “안 나가”는 이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신앙에 대한 냉담이나 교회의 부패로 인한 마음의 상처 때문에 교회에 안 나가는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못 나가”는 이웃을 위한 교회는 흔치 않다. 성공 못해 세상에서 못 나가고, 소외되어 교회에도 못 나가는 이들이 교회로 들어올 수 있게 하려고 별로 애쓰는 것 같지 않아 나 자신부터 부끄럽다. 예수는 못 나가는 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쳤는데 말이다.


남오성 목사 / <일산 은혜교회>

남오성  newsm@www.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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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치 (104.XXX.XXX.248)
2015-05-05 11: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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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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