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11.23 목 08:28
상단여백
HOME 칼럼·오피니언 삶으로 신학하기
부녀 관계 갈등에 비친 우리는?<목사의 딸>, 있는 그대로 받아 주었으면

지난 2014년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했던 고승덕씨의 선거 과정에서 딸 고캔디씨가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결국 낙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시 3개를 모두 통과한 고씨는 청소년 전문가로 활동한 경력을 내세워 교육감 선거에 나섰으나 결국 딸이 발목을 잡았다. 유세 과정에서 딸에게 미안하다며 울부짖던 그의 모습은 이후 개그맨들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최근에는 개그맨 출신의 서세원 목사가 30여년의 결혼생활 동안 가정 폭력을 행사했다는 아내 서정희씨의 재판 과정 발언을 서씨의 딸이 엄마의 진술이 맞다고 주장해 서세원씨를 더욱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부녀의 갈등 관계가 이처럼 짦은 시간 안에 다양하게 표출된 예가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최근<목사의 딸>(박혜란 저, 아가페북스)이 출판되었다. 아주 평범하고 다감하게 들려지는 책의 제목인데, 세간은 떠들썩하다. 한 아버지와 딸 혹은 한 목사와 딸의 이야기라면 이렇게까지는 담론이 되지 않았을 것을..., 한국 교계에 거목으로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의 대상으로 우러러 보아왔던 목사요 신학자요 주석가인 분에 대해 감히 그 딸이 아버지의 알려지지 않은 치부를 책으로 내놓았으니 괘씸(?)해서도, 범상치 않은 소위 큰 목사로 알려진 박윤선 목사와 얽힌 그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가 딸의 '증언형식'을 빌어 책으로 쓰여졌으니 관심거리가 되어서도 논란이 될 수 밖에.   

 

상처입은 치유자

칠순을 넘긴 딸이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쓴 가족사는 단순히 '상처'라는 표현 이상으로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자신의 치부를 밖으로 드러낸 가족의 잔혹사라고 해야 할 정도다. 이 책을 쓰려고 했을 때 저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책으로 아버지의 어두운 부분을 폭로하여 모욕을 주고 깎아 내리려는 일종의 복수(?) 차원에서 집필하려 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자신이 아버지를 떠나 복음 안에서 자유를 얻고 난 뒤에 '아버지 부재'로인해 아팠던 과거를 돌아보며 '상처입은 치유자'로서 이 책을 내놓으려 했음이 읽혀진다. 저자에게는 오히려 어린 시절 '아버지 부재'나 '아버지 굶주림'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인 아버지를 미화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고단한 삶을 살다 비명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애절함과 아버지에게서 보여진 이중적인 행동에 대한 실망이 글 구석구석에 짙게 베어난다. 이를 두고 "아버지에게 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곁에서 지켜 본 후학으로서 목사님에게 얼마나 많은 미담이 있었는데..." "그 시대의 아버지는 다들 그랬다."는 등의 말들로 딸의 입장은 무시하려 든다면 이 또한 '가부장적인 사고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 저자 박혜란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책의 내용 중에 나오는 새 어머니 (아가페 북스 사진)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는 비밀스러울 정도로 외부에서는 잘 모른다. 그들만이 안다. 책에서 두 사람만의 관계에서 있었던 일을 두고 딸이 아버지로인해 몹시 아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교계신문에 실린 논란을 지피는 글들을 읽어보면서 가슴이 먹먹했다. "나이가 칠순이 넘었으면서도..." "목사라는 사람이 아직도 용서를 못하고... "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용서는 나이나 직위로 되어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딸이 아버지를 어느 정도 용서하지 않았다면 이런 책을 내어 자신이 망가져 버리는 고통과 비난을 자초(自初)하려고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사람

나는 <목사의 딸>이라는 책이 세상에 나와 박윤선 목사의 명성이 더럽혀지고 그의 업적이 깎여졌다고 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박윤선 목사보다 나 자신이 먼저 보였다. 책의 내용이 나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두 딸이 아버지이자 목사인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혹시 나의 행동에서 교회생활과 가정생활의 괴리감으로인해 딸들의 신앙생활에 혼란과 지장을 주고 있지는 않았을까? 철저히 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칼 융은 인간은 누구나 '페르조나(가면)'를 쓰고 산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나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아버지로서의 목사, 목사로서의 아버지 역할. 그리고 주의 일과 세상의 일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대한 것들은 없었는지 통렬히 반성도 되었다.

아틀란타에서 목회를 하는 30년 지기인 친구 목사를 자주 만난다. 그의 목사실에 들어서면, "그냥 사람"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쓰여진 액자가 벽 한 켠에 걸려 있다. 나는 그 글귀를 보고 돌아 올 때마다 잔상이 오래오래 남는다. 이 책이 출간되므로 '왜곡' '폄하'라는 단어로 귀결되어 아버지를 모독한 딸이라는 '주홍글씨'를 붙이려는 일부에서 역설적 왜곡을 하고 있지는 않나? 의구심마저 든다.

박윤선 목사의 약한 부분은 그도 한 사람이었음을 보여준 실례이다. 성경은 진리이다. 그렇다고 성경에 나타난 인물들이 완벽한 인간들이었거나 죄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진리가 고수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약점과 죄까지도 소상히 기록해 두었으므로 성경을 읽으면서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친근히 발견하게 된다. 포장되고 '영웅 만들기'로 쓰여진 책이라면 성경은 진리가 아니라 꾸며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진실만으로 영웅은 탄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뭔가 허구적 이미지로 덧씌워진 것을 가리거나 '접근금지'로 막아서 신비주의를 조장하여 우상을 만든다면 더 우습게 되고, 그것이야말로 허상임을 자인하게 된다.

 

공감이 필요

나르시시즘을 '자기도취적인 자기애'라 한다. 유영권 교수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목회자는 병적으로 과장된 자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려 하고 타인으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감(共感)이 필요하다. 소통이 강조되는 세상에 과감하게 던져진 <목사의 딸>이 '세움이냐' '훼손이냐' 논란이 되는 가운데, 저자가 한 인터뷰에서 논란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집필하면서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특히 아버지를 존경하다 못해 숭상하려는 느낌을 주는 분들도 있어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집필하면서 20번 넘게 읽고 그때마다 울어야 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아팠다고 하는 딸의 비통한 말과 나는 죄인이라고 고백한 아버지의 진심 어린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 뜻이 무엇인지 어떤 어색한 두둔도, 설명도, 해석도, 미화도, 폄하도 하려 들지말고. 목사라는 '감투'를 쓴 우리들도 알고 보면 결점 투성이의 아버지요 남편이라고 깨우쳐 준 것만이라도 고마워하면서 말이다. 

 

박지용 목사 / 온맘장로교회

박지용  edit@www.newsnjoy.us

<저작권자 © M 뉴스앤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지용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의견나누기(3개)
코드를 입력하세요!   
0 / 최대 3200바이트 (한글 1600자)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상세보기]
atom (107.XXX.XXX.193)
2015-03-31 07:51:27
찬성:0 | 반대:1 찬성하기 반대하기
참 좋은 관점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요, 좀 씁쓸하게도 한국교회에서 목사님들을 이제와서 '그냥 사람'으로 보기에는 좀 쑥스럽고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저 높은 곳,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곳에 올라가 있는 분들이 목사님 들 아닌가요. 늘 단상에서 양떼들을 위해 설교하시고 가르치는 분들.

흔한 말로, 하다 하다 궁지에 몰리면 "목사도 사람이다!" 뭐 이런 얘기 늘 들어오던 터에, 저는 목사님들을 '그냥 목사'로 부르는 편이 좀 편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저 그런 한국교회'에서 '그저 그런 목사'... 현재로서는 이게 한국교회 상황을 반영한 가장 겸손한 표현인 듯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 목사님이 늘 그러시더군요. "난 그저 그런 목사다!"
리플달기
익명 (72.XXX.XXX.11)
2015-03-30 13:50:25
찬성:1 | 반대:0 찬성하기 반대하기
본인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리플달기
정민영 (221.XXX.XXX.1)
2015-03-30 12:59:52
찬성:2 | 반대:0 찬성하기 반대하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성경은 인간을 별 수 없는 죄인의 모습 그대로 드러내는데, 2천년 교회역사는 영웅 만들기에 급급했고, 한국교회도 인간 박윤선 아닌 영웅 박윤선을 만들려는 우를 범했다고 봅니다. 850명의 이방 무당들과 맞장뜬(!) 엘리야를 우리는 영웅시하지만, 야고보 사도는 그도 별 수 없는 "그냥 사람"("우리와 성정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말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시대는 이제 끝낼 때가 되었고 (아니 유효기간이 지난 지 너무 오래 되었고), 5백년 전 "오직 그리스도로, 오직 은혜로"를 외치며 중세암흑기 영웅시대 종지부를 찍은 개혁자들의 신앙고백으로 다시 회귀해야 할 때라 믿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을 여전히 존경하는 한 성도로서 감히 의견을 적습니다.
리플달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