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환 목사가 말하는 '한인 교회의 방향성, '새 마음' 품고 '밑바닥'으로

"악한 제도에서 희생을 당해 아우성을 치는 무리들에게 가야 한다. 그것이 한인 교회가 가야 할 자리다."

지난 8월 16일 "한인 이민 교회의 방향성"라는 주제로 열린 공개강좌에서 한신대학교 전 명예 교수인 문동환 목사의 말이다. UCC(United Church of Christ) 교단의 History & Polities의 주최로 하늘뜻교회(한재경 목사)에서 열린 강좌가 열렸다. 10여 명 남짓한 숫자였지만 뉴욕, 뉴저지부터  커네티컷, 보스턴, 버지니아, 휴스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의 목회자와 평신도가 참석했다.

문동환 목사는 이날 강연에서 수탈로 얼룩진 아메리칸드림의 허상과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의 격차를 지적했다. 문 목사는 이런 사회적 악의 제도에 주목하면서 이 사회에서 예수를 스승 삼은 한인 이민 교회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참석한 목회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목회하고 설교해야 하는지를 논했다.

한인 이민 교회가 향해야 할 곳은? '새 마음'을 품고 '밑바닥'으로!

▲ 문동환 교수는 한인 교회가 '예수의 자리'로 가야 한다고 했다.
문동환 목사가 말하는 '한인 이민 교회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문 목사는 한인 이민 교회가 '새 마음'을 품고 예수가 함께했던 사회의 '밑바닥 사람들'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이 '새 마음'이 '우리의 영과 역사의 주체이신 하나님의 영이 서로 통(通)해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새 마음'은 곧 '예수의 마음'이다.

"우리 자신의 마음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가치관이 변해야 한다. 무엇을 보고 아파하고 기뻐해야 하는지가 달라져야 한다. 그 때 우리도 새 사람이 된다. 예레미야나 에스겔 같은 예언자들도 마지막에 고생하면 새 마음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마음의 문제다. 마음에 변화가 와야 한다. 악을 보고 분노하지 않으면 그들과 똑같다. 소중하게 지은 영이 어떻게 박해를 받는지 보고 분노하지 않으면 아직 그리스도 하나님의 영이 살아있지 않은 것이다. 이것을 보고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찾고 찾으면서 새 것이 나오고 내 마음이 변화한다. 찾으면서 하나님의 역사를 본다. 그리고 새로운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마지막엔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박힐 수 있다. 이것이 미국에 온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문동환)

문 목사는 '새 마음'을 불러내고, 또 이 '새 마음'으로 함께 살 '밑바닥 사람들'이 예수가 품었던 '사회에서 밀려난 무리들, 목자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예수가 갈 곳은 한 곳밖에 없다. 큰 길에서 밀려난 무리들이다. 목자 없는 사람들이다. 거기에 가서 무얼 하셨는가. 예수께서 '회개하라,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외쳤다는 것은 일종의 명제다. 예수는 그곳에서 말씀하지 않았다. 마가복음을 보면 사람들을 돕는 이야기밖에 없다. 병자를 고치고 죄인이라고 불리는 세리의 집에 가서 음식을 나눴다. 그들을 천하보다 소중한 존재로 사랑해줬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었다. 이 사람들은 예수의 행동을 보고 놀랐다. 예수는 그들을 죄인으로 본 적이 없다. 예수는 네 죄가 용서받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새로운 삶에 감격하고 입을 열었다."

문 목사는 한인 이민 교회가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라고 생각한다면 "스승이 산 대로, 스승에게 배운 삶대로 살아야 한다. 스승이 가졌던 삶의 꿈과 메시지를 받아서 스승이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 헌신했던 그 자세를 터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빈익빈 부익부이 심해지는 우리의 현실 가운데 허덕이는 밑바닥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 한인 이민 교회가 가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대기업을 봐라. 미국의 거부들 1%가 미국 자산의 80%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세금을 감면해준다. 미국의 중산층이 점점 빈민층으로 내려간다. 한국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해줬다. 하루에 1달러로 사는 인구가 전 인류의 3분의 1이다. 이것에 종교가 가담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바벨탑이다…우리는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악을 명확하게 보고 분노해야 한다. 이 악한 제도에서 희생을 당해 아우성을 치는 무리들에게 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자리다."

예수께서 함께한 밑바닥 사람들, 어떻게 목회하며 함께 살까?

밑바닥으로 간 한인 이민 교회,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목회하며 밑바닥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나. 문동환 목사는 스승인 예수를 보라고 했다.

"(밑바닥에) 가서 어떻게 하나. 예수가 한 대로 한다. 가서 먼저 껴안아야 한다. 그들과 같이 울고 웃어야 한다. 그들은 그런 삶을 맛본 적이 없다. 누가 그들을 안아주겠나. 예수의 제자가 되어 예수가 한대로 하면 그들은 감격한다. 이 감격이 없는 설교는 무의미하다. 감격이 있은 후, '이렇게 사는 거야. 여기 하나님나라가 있는 거야. 왜 비참해졌는지 알고 있는가' 하고 물으며 (이 악한 제도를) 차근차근 깨닫도록 지혜롭게 일러줘야 한다. 특히 (이런 악으로) 문제가 일어날 때 일러줘야 한다." (문동환)

한인 이민 교회는 이 밑바닥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설교하는가. 문 목사에 따르면, 한인 이민 교회는 그들과 함께 하는 삶과 그 삶의 이야기를 비유로 설교해야 한다. 왜냐하면 예수가 '비유'와 '이야기'로 하나님나라를 전했고 그것이 예수의 교육 방법이기 때문이다.

"설교에서 중요한 것은 예화다. 이것을 깨달아야 한다. 예수는 비유를 많이 든다. 밑바닥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석•박사나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들에게 '삶의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그것은 그들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예수가 그렇게 설교했더니 밑바닥 사람들이 깜짝 놀라면서 예수의 이야기가 바리새파 사람들의 이야기와 달리 권세가 있다고 했다. 이것이 예수의 접근 방법, 교육 방법이다."

문 목사는 이어 비유를 통한 설교가 삶과 일치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왜 이런 교육 방법이 나왔는가. 아픈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나, 병을 치유해야 한다. 말로 되지 않는다. 삶으로 해야 한다. 여러분의 설교가 섬김과 연결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여러분의 삶이 앞서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결국 마이동풍(馬耳東風)이 된다."

▲ 문동환 목사는 "설교가 섬김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아메리칸드림'이 아니라 '하나님나라'가 문제다

그렇다면 밑바닥으로 가야할 한인 이민 교회는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 문동환 목사는 일부 한인 교회들이 지향하는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하워드 진(Howard Zinn)의 <미국 민중사>를 언급하며 인디언 학살의 미국 건국사와 영국에게 세금을 납부해야 할 식민지의 부자들을 위해 조지 워싱턴과 지식층이 주도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설명했다.

"미국에 온 사람들에게 제일 큰 문제는 아메리칸드림이다. 이 아메리칸드림이 뭔가. 강도들이 잘 사는 일이다. 미국에 처음 온 필그림들은 이스라엘 백성의 대관식 때 부르는 시편 2편의 '만방을 너에게 유산으로 주리라. 땅 끝에서 땅 끝까지 너의 것이 되리라'라는 말을 근거로 인디언들을 몰살했다. 또 조지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지식층이 모여 식민지였던 미국을 (사실은 식민지의 부자들을 영국에게 납부해야 할 세금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원했다. 이들은 농민들을 향해 독립하면 땅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농민들은 목숨을 바쳐 싸웠고 마침내 미국은 독립했다. 하지만 독립 후엔 이 지식층들이 땅들을 차지했다. 그 중 일부만 농민들이 나눠가졌을 뿐이다. 이것이 미국의 독립이다." (문동환)

아메리칸드림이 폭력과 약탈의 역사라면 이것은 한인 이민 교회가 가야할 방향의 정반대다. 문 목사는 아메리칸드림은 예수가 품었던 '새 마음'이 아니라고 말했다.

"남의 것을 빼앗는 미국을 보고 나도 잘 살고 싶어서 미국에 왔다는 것은 '새 마음'이 아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돈을 벌려고 한다. 하지만 돈은 위로 가고 중산층은 밑으로 내려간다. 한인들이 흑인을 상대로 하던 장사도 점점 힘들다. (한인 이민 교회는) 힘든 삶을 사는 그들에게 가서 껴안고 위로해주면서 지혜롭게 '이야기'로 왜 이렇게 됐는지 깨닫게 해야 한다. 아메리칸드림이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나라가 문제다."

예수의 목회, 하나님나라는 잔칫집을 경험하게 하는 것

마지막으로 문동환 목사는 '예수의 목회란 하나님나라라는 잔칫집을 밑바닥 사람들이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마음이 움직여' 강도맞은 사람을 돌본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며  이날 강연을 마쳤다.

"…이방족속인 사마리아인은 강도맞은 사람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여관으로 이 사람을 데리고 가 여관 주인에게 이틀 임금을 주며 돌보라고 했다. 여기서 사마리아인의 얼마나 마음이 움직였는지 볼 수 있지 않나. 이틀이 지난 후의 이야기는 성서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상상해 볼 수 있지 않나. 이틀이 지나 여관 주인의 도움을 받아 완쾌된 강도맞은 사람은 지팡이를 쥐고 여관 마당에 있다. 그리고 사마리아인이 떠난 언덕으로 본다. 저녁쯤 되니 누군가 나귀를 끌고 내려온다. 봤더니 사마리아 사람이다. 둘이 껴안고 감격에 차 대화한다. '이제 걷게 되었군요!'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그 광경을 본 여관 주인이 나와서 그들에게 말한다, '저녁 준비가 다 되었어요. 저녁 드세요.' 이들이 모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함께 저녁을 먹었겠지. 이것이 '하나님나라'다. 이 잔칫집이 하나님나라다. 어떻게 이것을 경험하게 하는가가 문제다. 이게 예수의 목회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목회하길 빈다." (문동환)

▲ 이날 강연에는 뉴욕, 뉴저지, 커네티컷, 보스턴, 버지니아, 휴스턴 지역의 목회자와 평신도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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