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활동은 1970년대 초반에 끝낸 남성 이인조 듀엣인 사이몬 앤 가펑클, 그들의 노래는 지금도 변함없이 애창되는 곡이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위로의 노래고 ‘Scarborough Fair’는 반전사상을 담았고 ‘El condor pasa’에서는 잉카인들의 슬픔을 노래한다. 영화 ‘졸업’(마이클 니콜스 감독, 1968년)을 위해 만들어진 ‘Mrs. Robinson’에서는 냉소적인 의미이기는 하지만 하나님, 예수님이 가사에 여러 번 등장한다. ‘어둠은 나의 오랜 친구’라
영화 ‘라라랜드’에서 상큼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에 이어 ‘가여운 것들’(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로 여우주연상을 거머 쥐었다. 한국에서는 그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로다주’가 더 익숙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 첫 상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두 배우 모두 세계적으로 팬층이 두텁고 그동안 별 구설수도 없었기에 수상에는 별다른 뒷말이 없을 듯 했다. 그러나 수상식 후 두 배우 모두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 논란은 배우라기 보다는 아카데미 측에 책임이 있어보이는데 비난은 고스란히 배우들의
영화 '파묘'의 흥행 속도가 대단하다. '서울의 봄'보다 기세 좋게 600만을 돌파했고 1000만 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안타깝게 미주에서는 아직 관람할 수가 없고 개봉소식도 없다. 장재현은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통해 오컬트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오컬트가 기괴하고 신비적인 분위기를 잔뜩 끌어 올린 장르지만 장감독은 오컬트 양식을 빌어 사회현상을 담아낸다. 또한 장감독은 검은사제들에서는 가톨릭 사제(김윤석 강동원)를, 사바하에서는 이단 전문 연구가인 목사(이정재)를 전면에 내세워 '정통' 종교와 오컬트의 세계관이
#미국에도 절기(節氣)가 있다?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는 주로 독일 이민자가 많은 북미주에서 매년 2월 2일에 열리는 일종의 절기다. 들다람쥐의 일종인 마멋(그라운드호그)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을 가지고 겨울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짐작한다. 처음에는 독일이민사회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행사가 되었다.마멋이 굴에서 나와 자기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면 굴을 떠나는데 이것은 겨울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멋이 그림자를 본다면 다시 굴로 들어가 겨울잠을 청한다. 때문에 겨
고 이선균이 나온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치기에는 좀 그렇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는 ‘파주’(감독 박찬옥, 2009년)다. 이선균이 맡았던 극중 김중식은 시국사범으로 수배중인 대학생으로 어느날 선배가 목회하는 파주를 찾는다. 선배집에 얹혀 살기 미안한 김중식은 목사를 도와 교인들을 실어나르는 봉고차를 운전한다. 귀농을 준비하던 목사는 중식에게 이제 수배도 풀렸으니 네가 목회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중식이 신학생이란 사실이 소개된다. 중식은 목회에 자신이 없다며 거절한다. 80년대 진보적 신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
지난달 27일 배우 이선균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의 무분별한 마약 수사를 향한 비판과 함께 연예인을 향해 사생활 보도도 서슴지 않은 언론에 대한 성토가 높았다. 이에 많은 기성 언론은 이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돌렸는데, 이같은 비판에 앞서 '기성 언론부터 자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한 "유튜브·소셜미디어의 마녀사냥..."이선균 심리적 한계 몰렸다"", ""이선균 모친 극단선택" 유튜버들 마지막까지 가짜뉴스 퍼뜨렸다" 등의 기사를 지면에 실으며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드라마 , 아카데미 사상 첫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거머쥔 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씨가 27일(한국 시간)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고 이 씨가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차량 내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숨지기 전 고 이 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언론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 씨는 간이검사와 국과수 정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3차례 이어진 경찰 소환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23일 3차
1979년 10월 26일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서너달에 한 번 돌아오는 매복조에 걸려 밤새 민가 지역에서 매복을 했다. 외등없는 시골길에서 총알없는 총으로 매복을 하다 심심할 때 쯤 지나가는 주민을 향해 ‘정지!’를 외치면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이 주민들은 놀라지도 않고 “집에 돌아가는 길입니다”라고 답한다. 최전방도 아닌 서울 근교 농촌지역에서 민간인들을 상대로 이게 뭐하는 짓인가? 군이 우위에 있던(민관군이 아니라 당시는 군관민이었다) 야만의 시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매복조를 끝내고 새벽에 돌아오면 토요일 아침 점호는 면제되고
나에게 영화 ‘플라워 킬링 문’(원제가 Killers of the Flower Moon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2023년 작품)의 한 줄평을 요청하면 ‘구원의 손길을 외면한 미국의 흑역사’로 하겠다.살인 및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남편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병에서 회복된 아내 몰리(릴리 글래드 스톤)는 오랜만에 조우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은 당신의 병상에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는 말이었을 터. 그러나 아내는 안다. 그 병이 남편이 인슐린 주사에 탄 독약때문이라는 것을. 남편의 미안하다는
강제규 감독의 첫 단독 연출작 ‘은행나무 침대(1996년)’는 SF와 역사물을 혼합한 작품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강감독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어 ‘쉬리’ (1996년)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작품으로 평가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극중 북한 특수요원들의 잔혹한 훈련 장면으로 북한을 악마화한 ‘반공영화’라는 혹평도 있었으나 남북의 요원(한석규 김윤진)이 진실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만으로도 기존의 반공영화 문법은 벗어났었다.다음 작품인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는 장동건과 원빈 형제가 겪은 한국전쟁의 이야기다. 공부잘하던
#세습무 히어로와 강신무 히어로의 대결만도 못한 세습목(牧)#디즈니 플러스가 제작한 한국형 슈퍼 히어로물 ‘무빙’ 20부작이 막을 내렸다. 원작인 웹툰 작가 강풀이 직접 대본을 썼는데 일반 극작가들에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특수기력자’들이 정보기관에서 활동하다가 그들의 임무에 환멸을 느껴 조직을 떠나 숨어살다가 결국은 발각된다는 이야기다. 그들을 추적해 온 국정원은 특수기력이 일부에게 유전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들의 자녀를 한 곳에 모으는데 성공한다. 학교 이름도 국정원을 따서 정원 고등학교다. 조직을
#고흐는 왜 귀를 잘랐나.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은 프랑스 남부 아를르에서 2개월을 ‘노란 집’에서 함께 거주했다. 고갱은 화가로서 이름을 어느 정도 알린 상태였고 고흐는 무명에 가까운 신예 화가였다. 둘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큰 말다툼을 벌인 뒤 결별한다. 헤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1888년 12월 23일 고흐는 면도칼을 들고 왼쪽 귀를 잘라냈다.음주로 인한 광기, 고갱과의 결별, 동생 테오의 결혼 소식을 듣고 난 뒤에 찾아온 감정들(자꾸 결혼식의 종소리가 들려 귀를 잘라버렸다는 가설)이라고 미술사가들은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신앙의
지난 7월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다. 재상영분배금과 기본급 인상,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 등이 배우조합의 주된 요구사항이다. 배우조합이 내세운 요구조건 가운데 AI 확산에 따른 배우 권리보장이 특히 눈에 띤다. 배우조합의 이 같은 요구는 AI가 배우들의 연기를 대체하면서 궁극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이란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실제 최근 영화에서 AI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 와중에 톰 크루즈 주연의 첩보 액션 활극
경험한 재앙과 다가올 재앙 – 영화 오펜하이머. 8월 6일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리틀 보이)이 떨어진 날이다. 3일 뒤 나가사키에 팻맨(Fat Man)이라 이름붙여진 다른 원자 폭탄을 한 ‘방’ 더 떨어뜨렸다. 재기 불능의 상태가 된 일본은 항복선언을 했다.일본에는 굴욕적인 날이었지만 그 굴욕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번의 원폭 피해로 민간인 포함 20만명의 목숨을 잃은 점에 집중하면서 히로시마를 평화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을 반공의 보루로 삼고 싶었던 미국은 도쿄 전범재판과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1951년)을 통해 일
임윤찬 조성진 중에 누가 피아노 더 잘쳐요? 요즘 한국의 음악평론가들이 자주 듣는 질문이라고 한다. 1등만 기억하는 한국 사회에서 나올 법한 전형적 우문(愚問)이다. 경지에 오른 피아니스트에게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곡의 해석에 차이가 있다. 음악 평론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성진의 스타일은 세련되있고 임윤찬은 야생마다움이 있다고 한다.이런 스타일과 곡해석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들이 사사한 스승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곡에 대한 자신들의 철학이다. 그 철학은 삶에서 우러 나온다. 대기업 이사의 아들인 조성진이 좋은 조건에서
동일본 대지진 당시 벌어졌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그린 일본 드라마 를 '정주행'했다. 이 드라마는 세계적 OTT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인데, 유독 한국만 개봉 시기가 늦어 혹시 외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유행했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를 보고 나니 왜 이런 음모론이 생겼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요시다 본부장 등 발전소를 지키려던 이들을 영웅으로 추앙한다. 유독 일본에 진심인 윤석열 정권이 굳이 드라마 송출을 막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 대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가공할 능력을 가진 절대반지가 특정 세력의 손에 들어가 세상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그것을 버리러 떠나는 영화다. 서구의 세계관이 뭔가를 찾는 것이라면 아시아의 세계관은 뭔가를 버리는 것, 즉 무(無) 공(空)의 세계관이다. 반지의 제왕은 이 버림과 비움을 위해 투쟁하는, 아시아적 세계관을 차용한 판타지 영화다. 인디아나 존스는 뭔가를 찾는 영화다. 성배에서 운명의 다이얼까지, 하지만 찾은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인간의 손에 들어 오지 않고 제 자리로 돌아간다. 나치를 절대악으로 설정하기는 했지만 남의 나라에
1989년 영화 ‘프라하의 봄’을 보기 전까지 부끄럽게도 당신을 잘 몰랐습니다. 영화의 원작인 당신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 당신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방대한 분량의 책도 읽지 않은 상태 였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번역이 참 맛갈지다라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지요.당시 한국의 시대 분위기는 넬슨 만델라를 먼저 기억해야만 했던 탓에 당신 이름은 항상 만델라와 중첩되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보낸 지금 당신의 ‘정체성’은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 목록에 남아 있으니 너무 탓하지는 마십시오.
이승만(평양 성화신학교에서 공부, 훗날 미국장로교PCUSA총회장을 지냄)의 가족들이 그렇게 망연자실 앉아 있었던 것은 아버지 이태석 목사 역시 얼마전 인민군에게 학살당했기 때문이었다. 이승만의 모든 가족들이 실성한 듯이 이태석 목사의 시신을 찾아 다니다가 50여구의 시신이 뒤엉켜 있는 야산에서 이목사의 시신을 발견하고 장례 절차를 논의하고 있던 중에 내가 방문한 것이었다.이승만은 내(박대위)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형님의 아버님도 순교하셨다지요? 나는 순간 뜨끔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이승만은 이태석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데이스(8부작)’를 한국 넷플릭스에서는 시청할 수 없는 점을 들어 각종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음모론을 종합하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윤석열(김건희가 거론되는 음모론도 있다)이 어떤 압력을 넣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넷플릭스측 해명은 영상물 등급위원회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런 해명이 때로는 음모론을 확대시키기도 한다.미국에서는 시청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 데이스’의 내용은 이러한 음모론을 불식시킨다. 그냥 아무 내용 없다는 이야기다.